한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북한의 모습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2.01
py_mall-620.jpg 사진은 지난해 12월 평양제1백화점에서 열린 상품전시회에서 주민들이 화장품 '봄향기' 제품을 구경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설을 앞두고 지난해 대한민국의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통계라는 것이 워낙 1년 지나서 봐야 하기 때문에 작년 소득이 올해 발표되는데, 2018년 남쪽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1000달러 정도 됩니다. 1인당 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그런데 1인당 소득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가 세계에 30개국은 됩니다. 그런데 대다수 나라들이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룩셈부르크, 쿠웨이트처럼 작은 나라들입니다. 인구가 많으면 아무래도 국민소득을 높이기가 어렵습니다.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면서 소득 3만 달러를 넘는 ‘30-50 클럽’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7개 나라밖에 없습니다.

세계에서 최고 부자 나라라는 미국이 4만 8000달러 수준으로 18위, 일본이 4만 3400달러로 21위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런 유럽 선진국들도 다 20~30위 사이입니다. 참고로 러시아는 1만 3,000달러로 56위이고, 중국은 5,440달러로 95위입니다. 북한은 아마 1000달러쯤으로 150위 밖이 되겠죠.

이렇게 이제는 한국이 잘 살게 됐고, 또 최근 남북관계 화해 무드로 남북관계도 좋아지고 있지만 통일에 대한 희망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두 달 전에 국회에서 전국 대학생 1000명을 직접 만나 통일에 대한 의식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300페이지 가까운 그 조사결과를 한번 간단히 이야기해 드리려 하는데, 북에 사시는 여러분들은 남쪽 사람들은 과연 북쪽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해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안타깝게도 통일의 주역이 돼야 할 요즘 한국 대학생들은 통일에 대해 별로 기대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이 언제 될 것이냐고 물어보자 20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62%가 나왔고, 10년 이상 걸린다는 답변도 17~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학생 열 명 중 8명은 통일이 10년 이내 될 수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는 통일에 대해 현실적 기대감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에 앞으로 남북 교류가 활성화돼서 남쪽 청년들이 북에 올라가면, 그들의 손을 잡고 절절하게 “하루빨리 꼭 통일을 이룹시다” 이렇게 말해봐야 별로 효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작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희망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한국에서 최고대학인 서울대에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대학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위원회를 제안한다”는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참가한 학생대표들의 찬성표가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습니다. 평화 분위기임에도 거대 담론보다는 자기 인생과 직결되는 현실적인 문제인 눈앞에 닥친 취업과 공부가 중요하다는 뜻을 보였던 것입니다.

급작스럽게 통일이 되게 되면 북한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이 잘 사니까 우리를 도와주겠지’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 사는 것과 자기 돈을 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 저는 한국의 부자들도 적지 않게 알지만, 이들이 돈을 쓰는 데 더 심중하고, 함부로 돈을 내지도 않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에게 통일 이후에 돈이 필요할 때 더 낼 의지가 있냐고 물었더니, 53.5%만 돈을 낼 생각이 있다고 했고, 42%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가장 좋을 때 이런 답이 나왔다는 것은, 나중에 남북이 갈등이 생기면 내 돈을 북에 쓰지 않겠다는 사람이 과반수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도 뽑고 국회의원도 뽑는 나라입니다. 유권자들의 과반수가 북한을 위해 돈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 정치인들도 그들의 눈치를 보고 돈을 쓰지 않겠다고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하거나 또는 통일을 하는 때가 와도 한국이 무진장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스스로 발전하는 길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남쪽 청년들이 북한을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 어린 학생들 중에서 김일성이 누군지 모르는 학생들도 상당하다고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남쪽 대학생들은 북한을 잘 모릅니다. 대학가고, 취업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들이 생각하는 북한은 매우 추상적입니다.

청년 1000명에게 북한 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냐 했더니 모란봉 악단이 제일 많이 꼽혔습니다. 작년에 한국에 와서 공연한 것이 많이 작용한 듯 합니다. 그 뒤를 이어 주체사상, 선군정치, 천리마운동, 고난의 행군, 장마당 이런 것이 북한의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주체사상, 선군정치, 천리마운동, 고난의 행군 이런 것은 이미 북한에서 사라진 것들이고, 북한 청년들도 그게 뭔지 잘 모를 거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쪽 젊은이들은 그런 것들을 현재의 북한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은 어떨까요? 10대 중반 학생들 1,000명에게 물으니 북한 하면 제일 먼저 핵무기가 떠오른다는 답변이 35.6%로 1위였고, 2위는 22.1%가 선택한 ‘독재정권’이었습니다. 3위부터 5위까지는 ‘같은 민족’, ‘사회주의 국가’, ‘극심한 식량난이었는데 이는 아직 북한을 사회주의로 인식하고, 아직도 북에서는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앞으로 남북은 많은 교류를 통해 서로를 정확히 알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교류는 남에서 북에 올라가는 일방적인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여러분들은 남에서 온 사람들을 통해 아주 조금이나마 남쪽 사회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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