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고령화되는 남한, 저령화되는 북한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2.09.21
jongmyo_park_olds-305.jpg 서울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바둑,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 남쪽에서 최근 가장 많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사회의 고령화입니다. 평균수명은 늘어 오래 사는데 젊은 세대는 아이를 낳지 않으니 이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현재 한국의 평균수명은 80세 정도입니다. 이것도 남자 여자가 차이가 나는데 남자는 77세이고, 여자는 83세입니다. 정말 제가 살던 북에선 70살만 넘으면 오래 살았다고 하는데, 여기선 80세 살아도 평균 남 사는 것만큼 산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북에선 60세부턴 노인으로 인정해주는데 여기는 65세부터 노인으로 취급합니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3% 정도 되는데, 2020년에는 20%가 넘는다고 합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합니다. 문제는 2040년이 되면 이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합니다. 인구 10명당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인데, 그러면 생산 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80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옵니다. 2040년이면 한국인 중간 연령이 52.6세가 됩니다. 우리 나이로 쉰셋 정도면 내가 우리나라에서 평균 나이라는 겁니다. 앞으로 50년 뒤를 내다보면 한국 평균수명이 87.4세가 된다고 합니다. 기분 나쁠 일은 아니죠. 저도 확률적으로 따지면 90세까지 살 수 있다니 말입니다.

이거야말로 제가 북에서 말하는 60청춘 90환갑 시대를 사는 셈입니다. 북에선 60살이면 당연히 일을 그만두고 쉬는 나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앙당 고위간부를 내놓고 말이죠. 북한 중앙당 비서니 부장이니 이런 사람들 평균 나이 내면 거의 80세 정도 되지 않습니까. 북한은 지도층만큼은 세계 초고령 지도층인데 이게 어디 나가서 자랑꺼리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그걸 보면 이런 생각이 들죠. 육체노동하지 않고 곱게 사무실에서 늙으면 80살 넘게까지 중앙당 비서 해먹기 어렵지 않구나. 북한 지도부에서 70세면 어린 축에 드는 거죠. 여기 한국에도 육체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부터도 글을 쓰니 육체노동은 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 지도부를 보면 제가 70살까진 너끈히 일해도 문제될 것은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겠죠.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각 기업들에 정년제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처럼 일정한 나이가 되면 회사 그만두고 나가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정년 나이를 평균으로 내면 58세 정도 되는데 이건 그야말로 규정에 그리 돼있는 것이고 실제로는 53세 정도면 회사 그만두고 퇴직하게 됩니다. 신문사들도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저도 일할 날이 20년도 채 안 남은 겁니다. 좀 억울하기도 하죠. 아니 제가 60세가 되면 글 쓰는 능력이 떨어지겠습니까.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잘 쓰겠죠. 그런데도 정년이 되니 할 수 없이 은퇴를 해야 합니다. 물론 은퇴 뒤에도 글을 쓰면 쓸 수야 있겠지만 더 이상 신문기자도 아니고 그때 쓴 글 누가 읽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 억울한 생각이 들 것도 아닙니다. 여기 대학 졸업생 비중이 83%인가 되고, 군대 갔다 와서 취직하면 빠르면 27~28살에 회사 들어갑니다. 그렇게 대학 나오고 일해 봤자 30년도 채 못 일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또 할 말은 있습니다. 여기 임금체계가 보통 연한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식인데, 대기업 기준으로 막 입사했을 때는 보통 3만 딸라 정도 주다가 50살이 넘으면 9만 딸라 넘게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기업에서 50살 넘은 사람 한 명 쓰는 비용이면 쌩쌩한 젊은이 3명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제가 사장이라도 젊은 사람 3명을 쓰겠습니다. 그런데 일찍 퇴직하면 문제점이 뭐냐 하니 한국은 평균적으로 53세에 퇴직해서 연금은 60세부터 받습니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65세부터 준답니다. 그러니 지금 기준으로 보면 53세에 은퇴해서 한 12년 놀아야 연금 받습니다. 그 12년 동안 월급도 못 받고 뭘 먹고 살겠습니까. 자기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이게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 사회에서 정년은 늘이되 월급은 깎는 임금피크제라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50살쯤까지 월급이 늘지만 그 이후엔 월급이 매년 점차 깎이는 겁니다. 개인의 입장에선 좀 적어지더라도 월급 받으니 좋고, 기업은 돈을 적게 주고 좋은데, 이것도 문제가 많아서 왕성하게 도입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거 설명드릴 시간이 없지만 아무튼 여기는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퇴직해서 그게 문제입니다. 평균 80세 넘게 사는 사회에서 53세에 퇴직하면 정말 너무 빨리 퇴직하는 거 아닙니까. 정말 늙어서 일하기 힘든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정부에서 노인 기준을 현재 65세에서 장기적으로 70세까지 늘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러시아에서도 푸틴이 고위 공무원 정년을 아예 70세까지 늘였더군요. 노인 기준을 65세로 처음 잡은 건 독일인데 100년도 썩 이전인 19세기 후반 비스마르크 재상 시절에 잡은 기준입니다. 그때 독일 사람들 평균 나이가 얼마냐 하니 불과 49세입니다. 그러니 지금을 기준으로 보면 100살 돼야 노인으로 쳤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세계 기준처럼 100년 넘게 내려왔는데, 이제는 시대와 맞지 않게 된 겁니다.

여기 노인 연령 기준 논란을 보면 저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노인 기준을 높이자고 난리인데 북한에선 오히려 평균 연령이 푹푹 줄어드니 노인 기준 낮추자는 이야기 나올 정도 아닙니까. 같은 한반도에서 어쩌다 이런 판이한 세상이 펼쳐졌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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