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며 나타난 김정은과 남북관계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4.10.17
sitting_on_cane-305.jpg 갖 의혹을 잠재우며 40일 만에 등장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팡이를 사용하는 모습의 사진이 14일 공개됐다. 노동신문은 이날 1∼3면에 김 제1위원장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현지시찰 사진을 공개했는데, 신문 1면에는 그가 지팡이를 짚고 앉아있거나 걷는 모습의 사진이 여러 장 실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화요일에 김정은이 40일 간의 은둔을 마치고 모습을 외부에 공개했습니다. 김정은이 없는 동안 바깥세상에선 그가 왜 사라졌는지 그 원인을 두고 온갖 억측이 많았습니다. 쿠데타가 발생해 감금됐다는 설도 있었고, 통풍에 걸려 발목 수술을 받았다는 설도 있었습니다.

물론 쿠데타설은 처음부터 믿지 않았지만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것을 보면 김정은에게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추정하게 합니다.

북한의 위쪽에서 나온 정보를 들어보니 김정은이 고관절에 괴사가 생겼다고 합니다. 즉 골반 쪽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게 쉽게 치료되는 병은 아니라고 합니다.

술 많이 마시고 약물 과다하게 복용하면 쉽게 걸리는 병인데 아마 김정은의 생활 스타일을 보면 그 병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들리는 말에 따르면 7월 20일에 김정은이 방사포 부대 사격훈련을 가까이서 보다가 포가 폭발하는 바람에 경호원들이 4명이 죽고 8명이 부상당하는 사고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 사고 때 열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김정은을 깔고 넘어지는 바람에 김정은의 고관절이 나가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이유가 어찌됐든 앞으로 김정은은 자주 쩔뚝거리면서 나타날 것 같은데 주민들 속에서 김정은을 가리켜 ‘쩔뚝이’라는 은어가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쩔뚝이라고 말한 사람은 또 정치범 관리소로 끌고 가는 일도 벌어질지 모르죠.

그렇지만 김정은 주변에 최고의 의료진이 있는 한 그가 그리 쉽게 죽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북한 의료진이 부족하면 해외 의료진을 불러들이는데, 이번에도 김정은이 사라졌을 때 독일 의사가 들어가 치료했습니다.

만약에 김정은이 당장 죽는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럼 조직지도부에서 정은이의 형 정철을 올려 세우겠죠. 정철은 성격이 여자 성격이라서 아버지에게서 후계자로 낙점을 받지 못했지만 조직지도부에게 있어 허수아비 지도자 하나 내세우고 자기들이 대신 정치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겁니다.

솔직히 제 보기에는 지금 북한 체제의 시스템에선 허수아비 바보를 올려 세워도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령 김정은의 아이큐가 한 80쯤 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아이큐가 160쯤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협상장에 마주 앉았다고 하면 누가 이길까요.

저는 김정은이 이긴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 하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머리가 좋고 전략이 좋아도 결정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간이 박 대통령의 편이 아닙니다. 한국은 대통령을 5년만 하니까 일단 그 안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반면 김정은은 조급할 필요가 없죠. 외부에서 지원을 끊으면 북한 인민이 살기는 괴롭겠지만, 설마 김정은이 호화생활을 하면서 사는데 불편이야 있겠습니까.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면 되지요.

또 북한은 자기가 원하는 목표만 생각하고 그걸 위해서 때를 기다리거나 이러 저런 전술을 마음대로 써도 됩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하라 하고 지시하면 아래에서 불만을 제기할 일도 없습니다. 김정은이 정 머리가 안돌면 김양건이한테 지시하고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해도 됩니다. 김양건의 해임권한도 김정은에게 있으니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얼마든지 그 자리에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군인 몇 백 명쯤 제물로 바쳐도 북한에선 찍소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거짓말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데, 가령 이번에 북한이 일본에 사기 쳐 먹은 것도 그런 한 가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자를 다시 조사하겠다 이래서 일본이 성과가 있을 줄 기대하고 7월에 대북 제재를 좀 풀어주었는데, 그거 풀자마자 “살아있는 납치자는 없더라”고 오리발을 내민 것이죠. 아베만 바보가 됐죠. 물론 김정은이나 많은 북한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은 “우리가 쪽바리들 골탕 먹였지”하며 통쾌해 할 것 같기도 합니다만, 민주 국가는 이렇게 국가가 신용 없는 짓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국제 망나니로 찍혀 신용도 다 잃은 북한이니까 가능한 사기인 셈이죠.

반면에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리 뛰어난 전략을 세웠다고 해도 그걸 실제로 옮기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단 야당이 반대해서 공격하니 그걸 견디기 어렵고 정부 부처의 장관도 뭘 좀 하다간 꼬투리가 잡히기 쉽습니다. 그리고 자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큰 판을 벌이기도 힘듭니다. 당장 그랬다간 남쪽에서 들고 일어나겠죠. 사기를 쳤다간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하죠.

그러니 남북 협상에선 머리 좋은 사람보단 독재자가 훨씬 유리한 것이고 이것이 아이큐의 차이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북조선 정치 체제가 훌륭하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이건 국민을 위한 국가와 독재자를 위한 국가의 차이일 뿐이죠. 독재자가 이득을 볼수록 인민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깨달아야 합니다.

이달 초에 북한에서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이 한꺼번에 온 걸 계기로 해서 지금 남쪽도 북한과 관계가 좋아지면 뭘뭘 하겠다 통이 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직 계획을 고려해보는 정도의 단계이긴 하지만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방안이라든가, 매년 10만 세대씩 10년 동안 100만 채의 북한 주택 상하수도와 화장실, 부엌, 난방, 지붕을 개량하는 사업 등에 지원할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남북관계가 좋아질 경우에 해당되겠죠.

그런데 김정은의 생각이야 일반 인민의 살림집 100만 세대가 더 좋게 변하든 말든 자기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되겠죠. 그가 바라는 것은 자기 체제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돈을 좀 따오는 것뿐일 겁니다. 하지만 남쪽도 워낙 뒤통수를 많이 맞아서 엄청 조심할 겁니다. 이런 가운데 2차 고위급 회담이 곧 평양에서 열린다고 하니 또 어떤 합의를 만들어낼지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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