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부활한 3대혁명을 보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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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열린 '전국 3대혁명소조 열성자회의'.
2013년 열린 '전국 3대혁명소조 열성자회의'.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 매체들을 보면 3대혁명소조원들이 공장 기업소에 나가 성과를 거두었다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3대혁명소조운동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김정일이 자기가 후계자가 된 1974년에 시작한 운동인데, 김정은이 아버지와 똑같은 수법을 다시 반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3대혁명이란 개념은 1972년에 나왔습니다. 공산주의 사회로 가기 위해 사상 기술 문화를 주체의 요구대로 개조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습니다. 젊은 대학 졸업생들을 현장에 보내 낡은 사상과 문화와 싸우게 한다 이런 것을 내세우고, 실은 생산 현장의 나이든 간부들을 견제하고 젊은 김정일의 뜻에 따라 찍소리 못하고 고분고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김정일은 1990년대 중반, 공산주의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니 공산주의 용어를 삭제하라 하면서 공산주의로 가기 위해 만들었다는 3대혁명소조운동도 폐지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김정은이 후계자로 올라서며 다시 부활시켰군요. 김정은이가 새파란 20대에 독재자로 군림해서 철없는 지시를 내리니 나이든 간부들이 보기엔 얼마나 한심해 보였겠습니까. 그런 눈길을 김정은이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전국에 젊은 홍위병들을 풀어서 나이든 세대를 위축시키고 견제하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대학생들은 어차피 철도 없고 세상 보는 눈도 어리니 완장 채워주면 민충이 쑥대 올라간 것처럼 날뛰겠죠. 그렇게 자기 의도대로 날뛴 소조원에겐 노동당에도 입당시켜주고, 간부도 시켜주면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이 김정은의 앞잡이 짓 하지 않겠습니까.

어리고 사리판단 능력 부족한 젊은이들이 권력을 잘못 거머쥘 경우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입니다. 그때 주덕, 팽덕회, 유소기, 등소평, 하룡 등 북한 인민들도 다 아는 쟁쟁한 중국 노혁명가들이 반동으로 몰려 대중 앞에서 줄에 묶여 끌려 다니면서 발길질 당했고 무려 10년이나 온갖 고초를 다 겪었습니다.

반면 이걸 통해서 피도 정도 없는 모택동은 자기 권위에 도전할 만한 옛 전우들을 다 숙청하고 절대 권력을 잡았지요. 문화대혁명은 중국에서 3000만 명의 희생자를 낸, 중국 전역을 피로 물들인 정말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문화대혁명 하면 끔찍한 표정을 하고 머리를 흔듭니다. 그런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김정일의 눈에는 인민들이 고생하고 경제가 피폐해진 문화대혁명의 부작용이 보일 리가 만무했겠죠. 오직 저렇게 문화대혁명을 한다고 홍위병을 내보내니 반대파를 숙청하기도 좋고, 절대 권력을 잡기도 좋다 이런 것만 보였을 겁니다.

똑같은 이유로 김정은은 자기도 그 맛을 보려고 3대혁명 소조운동을 부활시켰습니다. 젊은 대학졸업생들이 생산현장에 파견돼 가면 어떻게 할지 뻔합니다. 옛날 소조원들이 그랬듯이 공장 지배인, 농장 관리위원장 이런 간부들에게 삿대질하면서 부정부패의 온상, 사상이 낡은 사람 이렇게 마구 몰아대겠죠.

3대혁명소조원들이 공장에 파견돼 능률을 높이고, 기술혁신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떠드는 것도 그렇습니다. 대학을 막 나온 소조원들이 현장에서 수십 년씩 일한 기술자들보다 어떻게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 북한 대학에서 쓸만한 기술을 배워주지도 않고 또 설사 새 기술을 안다고 해도, 전기 없고, 자재 없고 한데 어떻게 성과가 납니까. 그럼에도 모름지기 자기가 파견됐을 때 성과를 만들어 위에 잘 보이기 위해 극성인 소조원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보기엔 정말 화가 나겠죠. 현장 기술자들이 새 기술이니 능률이니 몰라서 안 도입하겠습니까. 공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 해봐야 배급 줍니까, 월급 줍니까. 열심히 일할 동기가 전혀 없는 겁니다. 하루에 할 일도 열흘 하면서 남는 시간에 장사를 하면서 먹고 살아가는데, 새파란 철부지들이 와서 예전보다 열배로 일하자 이러면 노동자들 눈에선 불이 일지 않겠습니까. 열배 일하면 월급이나 배급 열배 주는 것도 아닌데, 먹여도 주지 않으면서 일만 하자 이러면 미친 사람 보듯이 하겠지요.

예전에도 3대혁명 소조원들에 대해 인민들의 원성이 컸는데 지금은 더 클 것 같습니다. 비단 일 열심히 하자고 선동해서뿐만 아니라, 이들이 내려가면 또 인민들이 수탈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선 대학에 다니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듭니까. 그러니까 대학 졸업하고 소조원으로 파견하면 대학 때 들인 돈을 봉창하겠다고 눈에 핏발을 세웁니다. 1980년대부터 그랬는데 지금은 더 말할 것이 없겠죠.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려가서 일단 간부나 인민들을 사상이 낡았다고 몰아붙이고 겁을 잔뜩 준 뒤에 뒤에서 슬슬 쌀이 없다는 둥, 술이 모자라다는 둥 힌트를 주는 겁니다. 그럼 간부들이 또 밑에 근로자들에게 압력을 넣어 뇌물 줄 것을 뺏어내겠죠.

소조원이 현장에 가면 좋은 숙소를 내줘, 먹을 것 대줘, 뇌물 대줘, 또 처녀들도 건드리지…. 그러니까 인민들 입장에선 승냥이 한 무리를 더 만난 셈이 되는 겁니다. 가뜩이나 간부들에게 수탈되는 것만도 버거운데, 이제는 대학 갓 졸업한 젊은이들까지 완장을 차고 와서 뜯어내는데 동참하니 말입니다.

3대혁명소조운동은 공산주의를 위한 것도, 인민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철저히 북한 인민을 김정은의 말을 고분고분 듣게 노예화시키는 운동일 뿐입니다. 2대째 독재자의 노예로 살다가 이제는 새파란 3대 독재자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 북한 인민들의 처지가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노예의 굴레는 남이 벗겨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벗어던져야 하는 겁니다. 북한 인민이 지금 해야 하는 혁명은 3대혁명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를 쟁취하는 인민혁명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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