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길 찾기와 한국의 내비게이션

김춘애-탈북 방송인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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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네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모습.
운전자가 네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는 누구나 운전을 하게 되면 예쁜 아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장거리를 달리고 많은 시간을 운전해도 지루함을 모릅니다. 하기에 남자들은 흔히 아내의 잔소리와 그 아가씨의 잔소리는 무조건 들어야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들 합니다. 때로는 조수석에 앉아도 지겨울 정도로 잔소리를 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안전운전 하세요. 어린이 보호 구역이 있습니다” 혹은 “방지턱이 있습니다” 심지어 “요금소가 있습니다”, “터널이 있습니다” 등등 때로는 속도를 위반하면 안전속도를 유지 할 때까지 연속으로 땡땡땡 거리면서 불러 주기도 합니다. 듣기 싫어서라도 무조건 들어야 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벌금 지로용지가 집으로 날아오기 때문입니다.

이 소리는 바로 자동차에 장착한 내비게이션이라는 기계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는 기계인데요. 고운 아가씨 목소리로 안내를 해줍니다. 내비게이션에서 정다운 아가씨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지나간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처음 이곳 한국에 왔을 때, 중국에서 잠깐 알게 되었던 친구로부터 초청을 받은 적이 있어 노원구로 갔었습니다. 사실 그는 저에게는 딸과 같은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잠깐 알게 되었지만 인연은 깊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아무런 얘기 없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사라졌거든요. 그런데 3개월 뒤에 제가 아이들과 함께 이곳 한국으로 오기 위해 중국을 출발해 베트남에 도착하고 보니 그곳에 그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가움은 얼마 가지 못하고 순서가 되어 그는 먼저 캄보디아로 출발했고 그 뒤로는 만나지 못했었는데 하나원을 졸업하고 서울에 집을 받고 나오니 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비록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너무도 반가웠습니다.

딸과 함께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중국에서는 서로 북한 사람인 줄을 알면서도 서로 통하지 못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비롯한 많은 얘기들을 밤을 새며 얘기했습니다. 다음날 점심까지 먹고 그는 양천구에서 살고 있었던 우리 모녀를 태워다 준다고 했습니다. 이제 차를 구입한지 며칠 안됐다고 하면서 우리가 첫 손님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우리가 탄 자가용 승용차는 서서히 달렸습니다.

그런데 노원구를 벗어나자 남모르게 당황하여 갈팡질팡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전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길을 잘 몰랐습니다. 차에 지도가 있냐고 묻는 뜬금없는 제 질문에 그 친구는 다시 한 번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순간 슈퍼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파는 것은 없지만 사장님이 가지고 있던 지도라고 하면서 저에게 주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해 저는 여러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차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조수 좌석에 앉은 제가 지도를 펼쳐 가며 길을 가리키며 마포대교를 건너 KBS 방송국을 지나 영등포역 앞을 지나 저의 집에 도착했거든요.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고 노원구로 친구 혼자 떠나보내면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으나 인차 도착 했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13년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홀로 웃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에서 속도를 줄이라고 연속 불러 주네요. 큰딸은 때로는 짜증이 난다면서 속도를 줄였습니다. 저는 내비게이션 아가씨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것은 물론 미리 사고를 방지 할 수 있다고 잔소리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이곳 한국에서는 아무리 초보자라도 길을 잘 몰라도, 목적지를 입력하면 어느 길로 가라며 계속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있기에 시골이든 처음 가는 곳이라도 어려움 없이 어디든 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운전수들은 내비게이션이 뭔지도 모르거든요. 시내이든 지방이든 지도를 가지고 본인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제가 군복무를 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황해도 과일군에 실탄사격을 갔었습니다. 포차에 카세트가 달아 없어져 차가 갑자기 멈춰 서게 됐습니다. 호송 군관이었던 저 역시 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맹자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카세트라는 부속을 처음 봤는데 넓이 10cm 길이 20cm로 된 8자 모양의 구멍이 뚫린 얇은 철판이었습니다.

은율광산에는 한 번도 가본 경험이 없었지만 카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나이 어린 운전사와 함께 다른 포차를 끌고 지도를 펼쳐 가며 은율광산으로 찾아 가 부속품을 구입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마 이곳 한국처럼 내비게이션이 있었다면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단 몇 시간 이면 갔다 올 거리를 하루 종일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친절한 아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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