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힘들어지는 북 주민의 삶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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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병사가 2013년 겨울 중국과 북한 사이 국경에서 눈 위에 난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북한 병사가 2013년 겨울 중국과 북한 사이 국경에서 눈 위에 난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사진-갈렙선교회/연합뉴스 제공

지난 한 주간은 저에게 있어서 정말 바쁜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고요? 손자 녀석들이 방학 중이거든요. 어제는 눈썰매장으로, 오늘은 영화관으로 또 내일은 놀이터로 혹은 박물관으로 가자고 졸라대는 손자 녀석들과 약속을 해야만 합니다. 때로는 바쁘고 조금 피곤하기도 하지만 개구쟁이 내 강아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랍니다.

이제는 눈썰매장에도 여러 번 다녀와 싫증을 느낄 만도 하건만 손자 녀석들은 싫증은커녕 가면 갈수록 더 재미있어 합니다. 어제는 손자 녀석들과 함께 영화관에서 달콤한 옥수수튀김을 먹으며 ‘썬더와 마법 저택’이라는 만화 영화를 보고 나서 손자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달콤한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이제는 음식도 손자들의 입맛에 맞췄답니다. 이렇게 손자들과 함께 있노라면 어느새 할미인 저도 손자 녀석들의 동심세계에 함께 빠져들게 됩니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피곤할 법도 한데 개구쟁이들은 제 팔과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며 안마를 해 준다고 법석입니다. 요즘 제 나이에는 누구나 다 손자를 두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특별한 재미를 느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 이런 재미와 행복으로 사는 즐거움에 제가 더 젊어지는 듯도 합니다.

이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북한 장성택의 죽음과 관련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웃음으로 시끌벅적하던 가족들이 갑자기 물을 뿌린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적을 깨듯 한통의 문자가 날아 왔습니다. 친구한테서 온 문자이었는데 지금 북한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켰습니다. 북한 소식이 궁금하면 늘 그렇게 하듯 자유북한 방송을 쳤더니 정말 한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습니다. ‘사회주의 조국을 배반하는 반역자들을 엄중히 처벌 할 데 대해여’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반생을 살아온 저로서는 너무도 낯이 익은 글발이었습니다.

사회주의 조국을 배반하는 반역은 천추만대를 두고도 씻지 못할 대 역죄이고 살기를 스스로 그만두기로 작정을 하고 동족의 가슴에 못을 박고 쓰라린 상처와 칼질을 하는 남조선 괴뢰들에게로 탈북을 감행한 인간들은 역적 중에 역적이라는 문구가 강력하게 씌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에는 국경 경비대원들에게 직접 실탄을 가지고 탈북을 시도하는 자들에게는 무조건 사살할 데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국경 지대 주민들의 신고체계를 철저히 강화 할뿐만 아니라 인민반 순찰과 함께 주민들에 대한 관리와 감시를 더한 층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인민반장 사업을 너무도 오래 해 온 저로서는 불 보듯이 뻔했을 뿐 더러 한 장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 왔습니다. 북한 3대 세습 독재에서 살아온 우리 탈북자들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북한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죽고 철부지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면 조금 나아질까 했건만 날이 갈수록 주민들의 두려움과 공포 정치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으니 북한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닌 암흑 같은 지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 없고 불쌍한 수백만의 주민들이 굶어 죽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부모형제들이 굶어 죽고 추위에 얼어 죽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수많은 주민들을 죄 아닌 죄를 만들어 죽어서도 나오지 못하는 정치범 수용소와 감옥에 보내 죽게 하고 반역이라는 역죄를 만들어 공개 총살을 밥 먹듯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살길과 자유를 찾아 마지막 죽을 각오로 두만강과 압록강에 뛰어든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마구 총으로 쏴 죽이는 북한.

인권이 뭔지 민주화가 뭔지 조차 모르고 저절로 끊어지지 않은 내 목숨을 위해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북한 탈북자들이 무슨 민족 반역자이고 천추만대를 두고도 씻지 못할 대 역적입니까. 이러한 경험을 이미 북한에서 현실로 체험하고 겪어온 우리 가족이 또 이곳 천국 같은 대한민국에 와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찌 나라를 배반한 반역죄인지 묻고 싶습니다.

아니면 주민들이 굶어 죽든 얼어 죽든 관계하지 않고 어마어마한 돈을 탕진하면서 핵실험을 하고 로켓발사를 하고 특수부대와 군부를 시찰하면서 전쟁준비를 일삼는 김정은이 반역자인지, 북한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나서 자란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고 싶어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언제나 고향이 그립고 고향에 있는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그리워 언제면 고향에 한 번 가 볼 수 있을까 하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저 역시 내가 나서 자랐고 또 나를 낳아 키워 주신 부모님의 묘소가 평양에 있기에 즐겁고 행복할 때나 외로울 때나 또 맛있는 음식을 두고도 좋은 옷을 두고도 나도 모르게 북녘의 하늘을 바라보며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도 고향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쯤 고향은 어떻게 변했을까. 짜개 바지를 입고 철없던 소꿉시절부터 함께 자란 동창들과 동네사람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통일이 되어 길거리에서 만나도 공주병에 걸려 있는 나를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죽기 전에 과연 고향에 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짠하고 눈에 이슬이 맺힙니다. 2천만 주민들을 죄 아닌 죄인으로 만들고 있는 북한체제가 무너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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