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2)

‘하코네’는 일본 3대 온천 지역으로 손꼽히는 관광지의 하나입니다. 동경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지금은 해마다 2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일본 최고의 관광지라고 합니다. 후지산과 마주한 전형적인 화산 지대로 산과 호수, 고원 계곡 등 풍요로운 깊은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험준한 산세 때문에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김춘애 xallsl@rfa.org
20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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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코네의 온천 거리.
일본 하코네의 온천 거리.
PHOTO courtesy of ko.wikipedia.org
도쿄에서 로망 스카라는 열차를 타고 2시간 달려 하코네 역에 도착했습니다.

하코네 역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볐고 그들 속에 저도 한 몸이 되었습니다. 조금 기다려 해발 26 미터의 오다와라 역에서 열차를 타고 해발 553 미터에 달하는 고라 역까지 등산 열차를 타고 정상을 향해 올랐습니다. 가파른 산을 열차로 오르는 길은 참으로 만만치 않았습니다.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열차는 한 번에 올라가지 못하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하는 일명 스위치 백 방식으로 오르는 제트 식 열차 덕분에 기관사는 매 역마다 열차의 앞뒤를 분주히 오가며 운전을 했습니다. 창밖으로 까마득히 아슬아슬한 계곡을 내려다보니 은근이 다리가 떨리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열차는 51분 만에 고라 역에 도착 했습니다.

역에서 일단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다시 택시를 타고 약 10분 간 오불꼬불 달려 그 유명한 온천이 있는 호텔에 도착 했습니다. 노천으로 된 유황 온천, 일전에 텔레비전 방송에 나온 것을 보고는 저런 곳도 있나하고 죽기 전에 한번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곳입니다. 여성용 노송나무 온천탕과 바위 온천탕, 원통형 나무 욕조와 사우나 등 뜨끈뜨끈한 온탕 속에 들어가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에서 내려온 금강산 팔선녀, 제가 마치 그 나무꾼의 선녀의 주인공이 된 듯했습니다.

약 2시간 정도 지났지만 우리는 온천탕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엔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고라 역으로 나왔습니다. 고라 역에서 다시 산 정상으로 가는 삭도를 타고 올라가는 길, 저는 지옥 같은 급한 계곡을 내려다보는 순간 그야말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아찔했습니다. 짜릿한 매서움이었지만 저에게 즐거운 시간이었고 일생의 소원을 푼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관광이었습니다.

참, 일본은 망해서 목재만 팔아먹어도 10년은 살 수 있다는 말,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번에야 알게 됐습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그야 말로 매칠하게 땅이 넓은 줄 모르고 하늘 높이 곧게 자랐고 그 둘레는 몇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서야 되는 그런 두께였습니다. 정말 산세가 웅장했습니다.

삭도는 어느덧 유황을 캐는 높은 정상에 올랐습니다. 해발 1004 미터의 정상에는 날씨 또한 괴벽스러웠습니다. 금방 해가 났다가도 안개가 끼고 비가 내렸습니다. 가보진 못했지만 백두산이 천지에 오르면 이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유황 냄새를 저는 입과 코를 쫙 벌려 의식적으로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온천과 더불어 한번 먹으면 3년 더 장수 할 수 있다는 달걀, 한 알 먹으면 7년을 더 젊어진다는 말에 유황에 삶아 껍질이 까맣게 된 달걀도 누가 볼세라 게 눈 감추듯 3알이나 먹었습니다.

삭도에서 내려서는 호수에서 해적선도 타고 하코네세키쇼라는 관광지도 참관했습니다. 하코네세키쇼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시대 수도인 동경으로 무기가 밀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검문소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검문소에서 여자들이 도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심하게 단속하는 장면이었는데, 인질로 잡아 둔 지방 영주 가족들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단속이 행해졌다고 합니다.

평양에 들어가는 10호 초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인데요, 3백년 전의 일본 역사 속에서 현재의 북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 너무나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관광을 마친 우리는 한 시간 남짓이 버스를 타고 다시 급한 경사와 비탈길을 돌고 돌아 우리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도쿄를 향해 기차를 탔습니다.

고향에서 꼽히는 여행지 중 제가 유일하게 가본 곳은 묘향산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천리마 학급을 타서 상으로 일주일 동안 다녀왔지만, 오늘과 같은 즐거움과 험한 산세가 주는 경탄은 잘 몰랐습니다. 사실, 내 고향에도 백두산과 금강산, 묘향산 등 아름다운 명승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런 명승지의 이름만 알 뿐, 생전에 한 곳이라고 보고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일반 주민들도 이런 아름다운 명승지의 풍광을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런 날이 오면 저는 제일 먼저 지난날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백두산과 금강산에 꼭 한번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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