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담석증, 현대적 치료와 원시적 치료

며칠째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저녁, 다급한 맏딸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갑자기 허리가 끊어지는 듯 아프고 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달려가도 몇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순간 저는 119구급차가 생각났습니다. 전화기를 들면서도 119에서 도와주는 것이 가능할까 혹시 안 된다면 어찌해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며 전화번호 119번을 떨리는 손으로 눌렀습니다.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0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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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 전화를 받아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평택 쪽에 연결을 시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있는 곳은 서울인데, 지금 평택에 있는 맏딸이 갑자기 아파 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고 설명을 하면서 딸애 집 주소를 또박또박 알려줬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끓었는데,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딸에게서 몇 분 안 되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했고, 링거를 꽂고 응급실에 누워 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에서 구급차를 불러 딸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시간이 평택 근방의 회사에 있던 사위보다 더 빠른 것입니다.

병원에 가자마자 받은 진단은 담석증이었습니다. 8밀리 정도의 돌 한 덩이가 콩밭에 박혀 있다고 했습니다. 내 고향에서는 이것을 신 결석이라고 합니다. 저는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그 돌덩이를 뽑으려면 맥주를 많이 마셔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의 딸은 술은 전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술잔으로 맥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게지고 숨이 차고 두드러기가 돋는 아이인데, 치료를 어찌하나 하는 걱정에 밤새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회사 일 때문에 주말이 되어서야 저는 겨우 시간을 내 평택으로 갔습니다. 입원실에 누워있는 딸아이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제가 맥주를 어떻게 마시면 좋으냐고 걱정을 했더니, 딸애는 웃으면서 담석에 있는 돌은 망치로 작게 깨서 밖으로 내보낸다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저는 망치로 깐다는 말을 듣고 정말 큰 망치로 사람의 허리를 까는 줄로 알고 얼마나 아팠으랴, 많이 아프지 않았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딸애는 견딜만했다는 겁니다. 하도 이상해 다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큰딸이 허허 소리 내어 웃으며 진짜 망치가 아니라 레이저 빛을 이용한 레이저 망치로 돌을 부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3번 깠건만 아직 검사 중이랍니다.

입원실에서 손녀와 놀아 주면서 고향에 있는 아이들 고모 생각이 났습니다. 고향에 있을 때에 얘들 고모가 이와 똑같은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맥주와 사이다, 그리고 약수를 통으로 사다준 적이 있습니다. 비록 병원에 입원은 했지만 똑똑한 치료가 없어, 고모는 그저 물과 제가 가져다준 맥주와 사이다, 약수를 계속 배가 빵빵대도록 마시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는 날 갑자기 돌이 소변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런 고모에게 그냥 물을 마시려 병원에 입원했느냐고 놀린 적이 있었습니다. 또 제 친구 아버지도 이런 담석증이었는데, 별 치료방법이 없어 자주 재발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병이든 큰 병이든 치료 방법 자체가 남과 북이 많이 다릅니다. 이곳 남한은 병원마다 최신식 기술과 장비가 갖춰져 있고 병원에 가서 약을 타고 치료를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 고향 북한에서는 아무리 큰 병에 걸려도 정확한 진단을 기다리다가 지쳐 죽고 또 진단을 받으면 농민 시장에 나가 약을 사먹어야 합니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이 바로 내 고향의 현실입니다. 체계적인 건강 검진은 제쳐 놓고라도 당장 죽어가는 환자가 제때에 정확한 진단 하나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것이 바로 내 고향입니다.

저는 3개월에 한 번씩 간단한 당뇨 검사를 비롯해 혈압검사를 무료로 받고 2년에 한 번씩 종합 검진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자궁암이나 유방암 검진도 6개월에 한 번씩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탈북자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저만 이런 특혜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의료 보험비를 내는 모든 국민에게 정부가 보장하는 의료 보장입니다.

사실 건강하기야 남쪽 사람보다 북쪽 사람들이 더 건강합니다. 아마 먹기만 잘 먹으면 지금 있는 병의 반 이상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우리 고향 사람들일 겁니다. 또 항상 열심히 일하고, 공해 없는 곳이 내 고향입니다. 딱 하나 없는 것이 있다는 의료 체제나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주는 정부가 아닐까 합니다.

하루빨리 내 고향 사람들도 좋은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한번 받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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