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잘사는 경제 이야기] 남과 북의 상품 유통체계

한 국가의 경제는 생산과 소비의 회전 활동을 통해 발전합니다. 인간들의 경제 활동 즉, 생산은 소비를 목적으로 하며 끊임없는 인간의 소비 욕망은 더 빠르고,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종류의 생산 활동을 추동합니다. 이런 생산과 소비 간, 즉 생산된 상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과정을 ‘유통’이라고 부르는데 경제 체제에 따라 상품 유통 과정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김태산 ∙ 북한사회연구원 부원장
2009.07.23
‘김태산의 잘사는 경제 이야기’ 오늘 시간에는 남과 북의 상품 유통과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남한 사회에서도 상품의 유통과정은 전통적으로 도매 과정과 소매 과정으로 분리돼 있으며 아직도 거의 모든 상품이 그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됩니다. 즉, 공장들에서 생산된 상품이 도매업자들을 통해 지역 단위로 실려 나가며, 또 거기에서 크고 작은 소매업자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사는 가까운 곳으로 분할돼 나가서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농촌과 바다에서 생산된 농수산물들은 일차로 경매 시장을 통해 전국 각지의 도매업자들에게 팔려나갑니다. 도매업자들은 이렇게 사들인 농수산물을 노량진 수산 시장이나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같은 각 지방의 대형 도매 시장들에서 소매업자에게 판매하고, 소매업자는 이 물건들을 자신의 상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합니다. 그리고 도매와 소매업에 종사하는 업자들은 이런 유통 과정에 모든 상품에 적당한 이윤을 자체로 붙여서 돈을 버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자본주의 사회인 이 남조선에서의 상품 유통과정을 살펴보면 그것이 시기적으로 아주 민감하고 또 매우 빠를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자본주의 즉, 이 남조선은 상품 생산에 대해 국가나 공공 기관이 제품의 검사만 할 뿐 그 생산 종류와 수량에 대하여 전혀 관심하지 않듯이 그 상품의 유통과 판매에 대해서도 깊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오직 상품의 도매업과 소매업을 하려는 개인들이 사업등록을 요구하면 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승인을 해주고, 유통 과정에서 누군가 부당하게 큰 이익을 취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진 않나 감시할 뿐입니다.

이런 도매업이나 소매업들은 개인들이 단체나 회사를 조직해 큰 사업을 운영하기도 하고 한 개인이 작게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들, 회사들은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더 좋은 상품을 더 빨리 소비자들에게 넘기려고 부단히 머리를 쓰고 열심히 활동을 하는데, 바로 이것이 소비자들에게는 친절한 봉사, 싼 가격으로 표현돼 소비자들을 더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대중이 자신들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뜻에서 쓰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도 이들 즉, 도소매업자들이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단한 활동 덕분으로 서울에 앉아서도 오늘 아침에 동해에서 잡은 물고기를 오늘 저녁 맛볼 수 있으며 또 싱싱한 남새도 사철 동안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북쪽에도 이제는 장마당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으니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여기에서도 같은 일을 하는 도매업자들과 소매업자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보다 상품의 질이 떨어지거나 값이 비싸면 그런 회사나 상점들은 소비자들 즉, 고객을 잃게 되고 나중에는 망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상품의 질과 값은 소비자 자신들이 직접 평가하고 결정을 할 수 있는 매우 정당한 과정입니다.

물론,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상품의 생산 원가와 수요에 따라서 법적으로 상품 값을 공통으로 제정하지 않아 같은 상품이라도 상품을 파는 지역과 파는 사람에 따라 상품의 값이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어떤 상품에 대하여 잘 알아보지 않고 바쁘게 사면 상품 값을 엄청나게 많이 내는 일도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고 “바가지를 썼다” 라고 합니다.

또 요즘에는 상품의 값을 낮추려는 방법으로써 상품 생산지에서 도매 회사나 중간 창고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매 장소까지 날라서 판매하는 각종 직판장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면 남한 사회에서의 상품 공급활동은 순수 자연 발생적이며 무규율적인 것 같이 보이지만, 철저히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한 형태로서 자립적이며 창조적인 인간들의 활동으로 매우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또 국민의 물질 문화생활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동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에서는 이런 남조선의 상품 공급 체계를 놓고는 ‘물질 만능의 사회이며 소비사회인 자본주의사회의 무질서한 상업 행위’라고 비난을 하지만 사실 이러한 소비를 부추기는 생산품에 대한 빠른 공급과 보장, 그리고 소비자들에 대한 투철한 봉사정신이 없었더라면 이 남조선 경제의 발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또 이러한 상품유통 방식이 이 나라 국민의 요구와 다르거나 먼 것이었다면 벌써 없어진 지도 오래였을 것입니다.

물론, 북에도 북쪽의 정부가 자랑하는 상품 공급 체계가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상품 생산도 국가계획의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상품의 공급 역시 국가의 계획에 의한 공급 체계였습니다.

중앙에는 상업성과 그 산하에 중앙 도매소를 두고 각 도에는 상업기관과 도매소들을 각각 둡니다. 그리고 군마다 상업관리소를 두고 리마다 한 개씩의 상점과 도시에는 구역마다 공업품 상점과 식료상점, 남새상점들을 각각 하나씩 두고 일체 모든 상품을 공급해 줬습니다.

소비자들은 국가가 만들어 주는 상품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할 수도 없이 주면 주는 대로 써야 했고, 주면 주는 대로 먹어야 했습니다. 이런 결과로 1950년대에 만들던 맛없는 된장과 간장을 지금까지 먹어야 하며, 1950년대에 만들던 방식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을 아직도 써야 하는 형편입니다.

만일, 상품의 도매와 소매에 남한과 같이 자유가 있었다면 누구나 다 평양에서 쓰는 고급 상품들을 가져다가 팔려고 하며 또 그런 상품만을 소비하려는 국민의 요구 때문에 질이 낮은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할 수 없이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상품을 철저한 공급제로 하다 보니 국민은 할 수 없이 그 질이 낙후한 것을 먹고 써야 했으므로 소비가 생산과 경제 발전에 그 어떤 작용도 못 하게 된 것입니다. 또 이런 현상이 오래되다 보니 나라의 경제는 완전히 멎어서게 되고 이제는 그런 상품마저도 없어서 애를 먹는 형편입니다.

조금 생산되는 상품은 누구나 다 나누어 먹을 수 없으니까 간부들과 상점 일꾼들만 국가가 제정한 싼값으로 배를 채우고 있으며 인민들은 국가로부터 응당 받아야 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을 잘 못 들어섰다는 것을 간파한 중국 사람들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벌써 생산과 공급체계를 바꿔 지금은 얼마나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습니까?

공산주의자들도 자기 나라 인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잘 먹고 잘 살게 하려고 피어린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무슨 사상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경제 운영 방식만 조금 바꾸면 간단히 풀릴 문제라고 봅니다.

하물며 짐승도 주인이 잘 먹여주면 더 잘 따르는 법인데, 북쪽의 인민들도 자기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잘 먹고 더 잘 살아야 높은 긍지를 가지고 자신들의 사상과 제도를 지키려고 더욱 노력을 할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도 자유로운 생산 활동과 판매활동을 통하여 발전한 나라를 세우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이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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