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한의 빛바랜 아프리카 지원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09.11.26
2009.11.26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서울에서 지난 24일 제2차 한-아프리카 포럼이 열렸습니다. 아프리카 연합 소속의 15개국 장관급 인사를 포함해 이날 행사에는 900여 명 참석했는데요.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이 왜 이런 모임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는지요?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이 이날 한-아프리카 포럼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원조 규모를 현재의 1억 710만 달러에서 약 2배로 늘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언론들은 ‘한국이 아프리카와 손을 잡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먼저 한국이 이렇게 아프리카에 신경 쓰는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아프리카 대륙에는 ‘아프리카 통일기구’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 53개 나라가 들어가 있는데요. 아프리카는 빈곤과 가난에 시달리는 대륙이지요. 이런 아프리카와 한국이 포럼을 아주 성과적으로 끝냈습니다. 한국은 사실 아프리카 대륙에 신경을 덜 썼지요. 아프리카에 한국의 노하우, 기술, 한국이 이룬 것을 알려주고, 아프리카는 한국에게 배우고, 한국은 또 아프리카의 천연자원과 외교적 지지를 얻어내는 측면도 있죠. 그래서 한-아프리카 포럼을 개최했고, 성과적으로 끝났습니다.
박성우: 그럼 아프리카 대륙이 한국과의 관계를 증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제가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아프리카에 잠비아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세계 4위 동 생산국입니다. 지하자원이 아주 풍부한 나라인데요.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이 약 75불 정도였을 때 잠비아는 벌써 300불 정도가 됐거든요. 그런데 수 십 년이 지난 오늘날 잠비아의 국민소득은 400달러, 한국은 1만 9천달러. 그러니까 한국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거지요. 한국은 지하자원도 없는 나라인데 발전을 했고, 아프리카는 지하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한국은 이런 발전을 했는지’를 아프리카 나라들은 배우고 싶어 하고, 한국은 이걸 알려주고, 또 한국은 거기서 성장동력인 지하자원도 얻어내고, 이렇게 서로 윈윈하는, 서로 이기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한국이 ‘새마을 운동’의 경험을 아프리카에 전수하고자 한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실 때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공관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는데요.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 아프리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새마을 운동에 대해서 잠깐 말씀 드릴게요. 1970년 4월 박정희 대통령이 제의해서 하게 된 전 군중적인 운동이죠. 북한하고 대비를 굳이 한다면 천리마 운동과 비슷한데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체로 소박하고 근면합니다. 물론 너무 더운 나라에 있는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는 측면도 있는데요. 그래도 그 사람들에게 미래를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하면 이런 발전된 모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아프리카에서도 새마을 운동이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아프리카에는 유엔 회원국으로 등록된 나라가 53개지요. 이 나라들이 모두 국제 현안에 대해서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도 아프리카가 한국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위원님도 앞에서 잠시 말씀하셨지만, 어떤 외교 분야에서 한국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아프리카에 세이쉘이라는 북한과 아주 친했던 나라가 있는데요. 그 나라의 인구가 10만 명입니다. 인구가 10만 명인 나라도 유엔에서 투표권은 한 표입니다. 인구 3억인 미국도 유엔에서 행사하는 투표권은 한 표로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제안들, 예를 들어서 지금 세계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한국의 대통령도 ‘그랜드 바겐’이라고 하는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대북 제안을 내 놨는데, 그에 대한 외교적 지지도 낼 수 있는 거지요.
박성우: 과거엔 한국과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벌인 외교전이 치열했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은 3세계 중에서도 아프리카에 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정말 많은 힘을 쏟아부었고, 남북한 사이에 보이지 않는 외교전쟁이 아주 치열했습니다. 북한은 유엔에서 아프리카의 힘을 빌려서 북한의 정책을 지지하게끔 노력했지요. 예를 들면, 제가 (북한의 외교관으로) 가 있던 자이르에 북한은 1974년 3천만 영국 파운드에 달하는 무상 원조를 줬거든요. 그런데 그걸 모두 군대에 준 거에요. 북한이 아프리카에 준 원조의 목적은 김일성 위대성 선전, 그 나라의 대통령 호위, 그리고 군사부분 협조가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그 나라의 실질적 국민경제 발전에는 도움이 못 되고, 일부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독재자들이 독재를 강화하는 데 많이 이용됐지요.
박성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지요?
고영환: 제가 자이르에 (외교관으로) 두 번씩이나 갔기 때문에 자꾸 자이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북한이 자이르에 3천만 파운드를 줘서 북한식으로 훈련된 1개 사단을 양성했어요. 이 군대에 북한제 무기를 다 줬는데, 그 무기를 가지고 자이르의 모부투 대통령이 옆 나라인 앙골라를 침공했어요. 앙골라는 또 쿠바의 지원을 받는 나라인데요. 쿠바와 북한은 또 전우 국가죠. 그러니까 북한 군대가 쿠바 군대를 죽인 꼴이 됐죠. 김일성 주석이 굉장히 노해서 군사고문단을 다 철수해 버리니까, 앙골라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자이르와의 관계도 나빠졌죠. 그러니까 이건 3천만 파운드를 주고도 두 나라에서 다 버림을 받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는데요. 이런 게 가슴 아픈 일이죠. 돈을 그 나라의 경제, 그 나라의 주민생활 향상에 써야 하는데, 일부 지도자의 야망을 충족하는 데 쓰다 보니, 북한의 원조가 빛을 내지 못한 거죠.
박성우: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서 질문을 한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한국이 아프리카와 관계를 증진하려고 노력하는 게 ‘좀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이번에 한-아프리카 포럼을 했는데, 아프리카와 이런 식의 대화를 하는 나라로는 한국이 다섯 번째거든요. 중국과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대륙에 힘을 썼고, 심지어 터키나 인도 같은 나라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늦은 겁니다. 아프리카는 자원이 풍부하고, 잘 살고자 하는 의혹도 강한데, 한국이 미리 좀 신경을 썼다면 수출도 다변화되고, 물건도 많이 수출할 수 있고, 또 그 나라들에서 한국이 절실히 필요한 원자재들, 그러니까 구리나 코발트 같은 걸 좀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고, 또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나 한강의 기적을 배워주고, 그래서 서로 윈윈하는, 서로 이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을 했으니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고영환 연구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는지요?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이 이날 한-아프리카 포럼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원조 규모를 현재의 1억 710만 달러에서 약 2배로 늘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언론들은 ‘한국이 아프리카와 손을 잡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먼저 한국이 이렇게 아프리카에 신경 쓰는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아프리카 대륙에는 ‘아프리카 통일기구’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 53개 나라가 들어가 있는데요. 아프리카는 빈곤과 가난에 시달리는 대륙이지요. 이런 아프리카와 한국이 포럼을 아주 성과적으로 끝냈습니다. 한국은 사실 아프리카 대륙에 신경을 덜 썼지요. 아프리카에 한국의 노하우, 기술, 한국이 이룬 것을 알려주고, 아프리카는 한국에게 배우고, 한국은 또 아프리카의 천연자원과 외교적 지지를 얻어내는 측면도 있죠. 그래서 한-아프리카 포럼을 개최했고, 성과적으로 끝났습니다.
박성우: 그럼 아프리카 대륙이 한국과의 관계를 증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제가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아프리카에 잠비아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이 나라는 세계 4위 동 생산국입니다. 지하자원이 아주 풍부한 나라인데요.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이 약 75불 정도였을 때 잠비아는 벌써 300불 정도가 됐거든요. 그런데 수 십 년이 지난 오늘날 잠비아의 국민소득은 400달러, 한국은 1만 9천달러. 그러니까 한국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거지요. 한국은 지하자원도 없는 나라인데 발전을 했고, 아프리카는 지하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한국은 이런 발전을 했는지’를 아프리카 나라들은 배우고 싶어 하고, 한국은 이걸 알려주고, 또 한국은 거기서 성장동력인 지하자원도 얻어내고, 이렇게 서로 윈윈하는, 서로 이기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한국이 ‘새마을 운동’의 경험을 아프리카에 전수하고자 한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실 때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공관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는데요.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 아프리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새마을 운동에 대해서 잠깐 말씀 드릴게요. 1970년 4월 박정희 대통령이 제의해서 하게 된 전 군중적인 운동이죠. 북한하고 대비를 굳이 한다면 천리마 운동과 비슷한데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체로 소박하고 근면합니다. 물론 너무 더운 나라에 있는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는 측면도 있는데요. 그래도 그 사람들에게 미래를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하면 이런 발전된 모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아프리카에서도 새마을 운동이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아프리카에는 유엔 회원국으로 등록된 나라가 53개지요. 이 나라들이 모두 국제 현안에 대해서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도 아프리카가 한국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위원님도 앞에서 잠시 말씀하셨지만, 어떤 외교 분야에서 한국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아프리카에 세이쉘이라는 북한과 아주 친했던 나라가 있는데요. 그 나라의 인구가 10만 명입니다. 인구가 10만 명인 나라도 유엔에서 투표권은 한 표입니다. 인구 3억인 미국도 유엔에서 행사하는 투표권은 한 표로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제안들, 예를 들어서 지금 세계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한국의 대통령도 ‘그랜드 바겐’이라고 하는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대북 제안을 내 놨는데, 그에 대한 외교적 지지도 낼 수 있는 거지요.
박성우: 과거엔 한국과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벌인 외교전이 치열했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은 3세계 중에서도 아프리카에 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정말 많은 힘을 쏟아부었고, 남북한 사이에 보이지 않는 외교전쟁이 아주 치열했습니다. 북한은 유엔에서 아프리카의 힘을 빌려서 북한의 정책을 지지하게끔 노력했지요. 예를 들면, 제가 (북한의 외교관으로) 가 있던 자이르에 북한은 1974년 3천만 영국 파운드에 달하는 무상 원조를 줬거든요. 그런데 그걸 모두 군대에 준 거에요. 북한이 아프리카에 준 원조의 목적은 김일성 위대성 선전, 그 나라의 대통령 호위, 그리고 군사부분 협조가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그 나라의 실질적 국민경제 발전에는 도움이 못 되고, 일부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독재자들이 독재를 강화하는 데 많이 이용됐지요.
박성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지요?
고영환: 제가 자이르에 (외교관으로) 두 번씩이나 갔기 때문에 자꾸 자이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북한이 자이르에 3천만 파운드를 줘서 북한식으로 훈련된 1개 사단을 양성했어요. 이 군대에 북한제 무기를 다 줬는데, 그 무기를 가지고 자이르의 모부투 대통령이 옆 나라인 앙골라를 침공했어요. 앙골라는 또 쿠바의 지원을 받는 나라인데요. 쿠바와 북한은 또 전우 국가죠. 그러니까 북한 군대가 쿠바 군대를 죽인 꼴이 됐죠. 김일성 주석이 굉장히 노해서 군사고문단을 다 철수해 버리니까, 앙골라와의 관계도 나빠지고 자이르와의 관계도 나빠졌죠. 그러니까 이건 3천만 파운드를 주고도 두 나라에서 다 버림을 받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는데요. 이런 게 가슴 아픈 일이죠. 돈을 그 나라의 경제, 그 나라의 주민생활 향상에 써야 하는데, 일부 지도자의 야망을 충족하는 데 쓰다 보니, 북한의 원조가 빛을 내지 못한 거죠.
박성우: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서 질문을 한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한국이 아프리카와 관계를 증진하려고 노력하는 게 ‘좀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이번에 한-아프리카 포럼을 했는데, 아프리카와 이런 식의 대화를 하는 나라로는 한국이 다섯 번째거든요. 중국과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대륙에 힘을 썼고, 심지어 터키나 인도 같은 나라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늦은 겁니다. 아프리카는 자원이 풍부하고, 잘 살고자 하는 의혹도 강한데, 한국이 미리 좀 신경을 썼다면 수출도 다변화되고, 물건도 많이 수출할 수 있고, 또 그 나라들에서 한국이 절실히 필요한 원자재들, 그러니까 구리나 코발트 같은 걸 좀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고, 또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나 한강의 기적을 배워주고, 그래서 서로 윈윈하는, 서로 이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을 했으니 잘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고영환 연구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