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 대북전단의 영향 크다는 증거”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06.05
kimyj620.jpg 사진은 지난달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한국 내 탈북자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는데요. 북한이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한국 정부 당국을 강력하게 비판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강력한 반발 입장을 내놨는데요. 우선 이 담화의 계기가 된 한국 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내용부터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탈북민 박상학 씨가 책임자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새벽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 장과 한국의 경제 발전 역사를 담은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그리고 유엔 헌장의 인권 관련 내용 등을 담은 메모리 카드, 즉 저장 장치 1000개도 함께 풍선으로 북한에 보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2004년부터 북한 당국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 즉 삐라를 북측에 보내는 활동 등을 하는 단체입니다. 이번 대북전단의 주요 내용은 핵무력 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혀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운영할 새로운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위원장이 1차 싱가포르, 2차 하노이 회담에서 핵을 포기한다고 했는데 7기 4차 확대회의에서는 핵무력을 더욱 강화, 발전시킨다고 했다. 이는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에 약속했던 한반도 비핵화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관계자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을 규탄하기 위해 100만 장의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살포할 방침”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목용재: 이 같은 한국 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했죠.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나왔는데 이 내용도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노동신문에 의하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지난 5월 31일 ‘탈북자’라는 것들이 전연일대에 나와 수십만 장의 반공화국삐라를 우리측 지역으로 날려보내는 망나니 짓을 벌려놓은데 대한 보도를 보았다. 문제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다.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매우 거친 표현을 쓰며 한국측을 비난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부서의 명의가 아니고 김여정 부부장의 명의로, 그것도 아주 높은 수준의 험한 단어들로 구성된 담화를 발표한 것이 매우 이례적입니다.

목용재: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내놨나요?

고영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 담화를 내놓은 것과 관련하여 지난 4일 한국 정부는 “전단살포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전단살포가 접경지역 긴장 조성으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해서 여러 차례 전단살포 중단에 대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밝힌 제도적 방안이란 전단을 뿌리는 것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법률안의 형태에 대해서는 정부안 발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현재 검토 중이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 될지는 현 단계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여 보면 전단을 북측으로 날려 보내서는 안 되며 더 나아가서는 이를 법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단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남북의 상황, 북한 인민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문제, 기술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문제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개인 활동의 자유가 침해돼서는 안 됩니다. 전단살포금지법안을 만들면서까지 전단 살포를 규제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남북관계가 매우 긴장될 때는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나 개인들을 당국이 설득하여 그들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됩니다.

목용재: 김 부부장이 개성공단 완전폐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했는데 이같이 북한이 강한 반발 입장을 내놓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0일에는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에서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태영호 씨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으로, 꽃제비 출신의 지성호씨가 미래한국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는 대북전단 50만장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냈다고 지난 1일 밝혔습니다. 탈북민 단체,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에 남한과 외부의 소식을 전하는 전단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남북 군사합의 위반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전단살포를 군사적 행위로 봐야하는지에 관련된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군사 합의 위반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전단 살포가 김여정 부부장까지 나서서 얼굴을 붉힐 문제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저는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나서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은 우선은 대북전단이 전하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비판, 꽃제비 출신 탈북민인 지성호씨 같은 사람이 나라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된 소식 등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라고 판단합니다. 다음으로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대내 환경을 대남 적개심 자극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용재: 주목할 부분은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뿐만 아니라 북한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도 실렸다는 겁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저도 이 부분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대남 매체들이나 중앙통신에 이런 담화를 싣습니다. 그런데 왜 전체 북한인민들이 다 보는 노동신문에 굳이 이런 담화를 실었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저는 판문점에서의 두차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한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이 남북관계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또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이 되겠구나라는 희망을 품어 왔는데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제재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으니 지난 2018년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한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들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원인 제공자가 1차적으로는 탈북민들이고 2차적으로는 이들을 감싸고 있는 한국 당국에 있다고 북한 당국이 선전함으로써 인민들의 분노를 한국 측에 돌리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이번 기회에 탈북민 문제를 완전히 북한의 의도대로 해결해 탈북민들이 북한에 주는 영향력을 원천 차단해 보겠다는 그런 의지도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목용재: 결국 위원님께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의 북한 내 어려운 상황의 책임을 탈북민과 한국 정부에 돌리고 싶었다고 보시는거군요. 특히 신형 코로나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그 책임을 덮어씌울 대상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내용이 노동신문에까지 실렸다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더 기대하기 힘들어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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