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경계작전 실패…관련자 엄중 처벌 이뤄졌을 것”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07.31
gaepoong.jpg 2017년 탈북했던 북한 이탈 주민이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7일 오전 강화도 양사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고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민이 최근 북한으로 넘어간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탈북민은 한국 정착 5년이 안 된 시점에 북한으로 다시 넘어갔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오늘은 최근 북한으로 넘어간 탈북민과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탈북민의 월북 사건과 관련해 어느 정도까지의 조사가 이뤄졌나요? 현재까지의 상황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2017년 6월 18일 새벽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해병 2사단 초소로 귀순해 한국 정착 3년만에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24세의 탈북민 김모 씨의 ‘월북 루트’, 즉 월북통로가 드러났습니다. 김모 씨는 개성시 개풍군 해평리에서 농장원으로 근무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 18일 오전 귀순했던 장소인 조강리에서 6km가량 떨어져 있는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의 낡은 이중 장애물을 손쉽게 빠져나간 뒤 한강을 건너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배수로는 군사분계선 감시 철책 밑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물이 흘러나가도록 설치된 형태로, 내부엔 일자 쇠창살 형태의 철근 구조물이 있었는데 신장 163cm, 몸무게 54kg으로 왜소한 체격을 가진 김씨가 철근 틈새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박한기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장애물이 좀 오래돼서,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며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월북 전 필요한 자금을 환전하고 해당 지역 일대를 사전에 답사한 것으로 알려져 비교적 오랜 기간 치밀하게 월북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한국 군의 경계실패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군요. 탈북민의 월북 사실도 한국 군 당국이 뒤늦게 인지했다고 하던데, 이와 관련한 한국 국방부와 군 당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고영환: 정경두 한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발표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면 경계 태세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윤주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부족한 부분은 확실히 보완해 나가겠다”며 “북한 방송이 나온 이후 확인하고 인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하게 언제 보고 받았냐’는 질문에는 “아침 7시 전후 정도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받고 바로 합참에 확인을 지시했다”고 답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탈북민 월북 사건과 관련해 “백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면서 “모든 부분의 무한 책임은 국방장관이 지고 있다”고 하였고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합참의장으로서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사과했습니다. 박한기 의장은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군 수뇌부가 경계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한 것입니다.

목용재: 월북한 탈북민의 경우 19일에 재입북했고 북한의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는 25일에 개최됐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측도 경계실패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한 데 따른 조치로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26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관련 보고가 올라온 직후인 지난 24일 오후 중 개성시를 완전 봉쇄했고 구역, 지역별로 격폐시키는 ‘선제적인 대책’을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주목되는 점은 “월남 도주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 전연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 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해당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탈북민이 지난 19일 새벽 북한 개성으로 월북했고 정치국 회의는 지난 25일에 진행됐습니다. 또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는 “전연부대의 허술한 전선 경계 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였다는 보도가 나온 것으로 보아 북한 군도 경계태세를 소홀히 하여 월북자 김 씨를 놓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월북한 탈북민이 재입북 이후 며칠이 지난 뒤 북한 당국에 자수해 붙잡혔고 현재 개성시 보위부에 구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군 역시 경계근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월북자가 들어왔고, 그래서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해당 군부대, 구분대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목용재: 북한이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개최했다는 보도 내용을 보면 월북자를 ‘악성비루스’ 의심자라고 지칭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의도,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보건 당국은 다시 북한으로 들어간 20대 탈북민이 신형 코로나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적도 없고, 접촉자로 분류된 사실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언론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정인은 질병관리본부 전산 시스템에 확진자로 등록돼 있지 않고 접촉자 관리 명부에도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사람에 대한 접촉이 잦았다고 생각하는 2명에 대해서도 전날 진단검사를 한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전 주민이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을 통해 탈북민의 월북 사실을 공개하고 ‘개성 봉쇄’, ‘특급 경보’, ‘최대 비상체제’ 등을 강조하면서 해당 월북자를 ‘악성비루스 감염 의심자’라고 지칭한 것은 북한 일부 지역에서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진 신형 코로나 감염병이 생긴 원인을 월북자, 혹은 한국 정부에 돌리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 신형 코로나 확산 책임을 전가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데 따른 내부 불만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북한은 이 기회를 통해 북한 주민들 속에서 탈북민들에 대한 증오심을 높여 탈북민 문제를 완전하게 끝내려 하는 것 같습니다.

목용재: 이번 사건의 근본에는 탈북민이 재입북했다는 점에 있죠. 탈북민들이 왜 다시 북한으로 들어간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29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탈북민 28명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2020년 현재 탈북민 가운데 거주가 불명확한 사람도 895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95명이 모두 북한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한국으로 왔다가 정착실패, 자녀들의 영어 교육문제 등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미주와 유럽으로 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합니다. 첫 번째는 한국 사회 정착 실패입니다. 한국은 자유 사회이면서도 경쟁 사회입니다. 취업이나 대학 교육에서의 경쟁이 심하다보니 여기서 뒤쳐지면 한국 사회 일원으로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둘째는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혹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경우입니다. 한국으로 가족과 같이 온 탈북민이 월북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혈혈단신 혼자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 외롭기 마련이고 고향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커집니다.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는 겁니다. 세 번째로 이러한 그리움들을 북한 국가보위성이 악용해 부모 혹은 자식의 이름으로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유인하는 경우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탈북민 3만 5000명 시대에 북한으로 되돌아 가는 사람은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나머지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 정착해 자유로운 생활을 영유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는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단편적인 예로 한국에서는 집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탈북민들에게는 거주할 수 있는 쾌적한 집이 장기임대 형식으로 제공됩니다. 다양한 형식의 정착지원금도 제공되고요. 이런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탈북민이 종종 생긴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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