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전 대사대리 망명, 평양 동요 초래할 가능성”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0.10.09
chosungkil-6202.jpg 사진은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2018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 외에도 추석 연휴 이후 주목할 만한 사안들이 많았는데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추석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추석 연휴 이후 북한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먼저 조성길 전 이탈리아, 이딸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시죠. 지난 2018년 말 종적을 감췄던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죠?

고영환: 지난 2018년 11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사라져 서방으로의 망명설이 돌았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지난 6일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6일 “조성길 대사대리 부부가 로마에서 잠적한 뒤 서방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걸어 들어와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 2018년 11월에 잠적했던 조성길 대사대리 부부가 지난 해 7월 한국에 들어 온 이유에 대해 “조성길 부부가 잠적 이후 서방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망명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작년 7월 최종적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8년11월 10일, 귀국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아내와 함께 종적을 감춘 바 있습니다. 그가 탈북을 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외교관들이 탈북하는 경우가 대체로 정치적인 발언이 문제가 돼 국가보위성에 의해 소환될 위험이 감지되거나 자기가 맡은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말 그대로 문제가 생겨서입니다. 서유럽에 있는 이탈리아는 포도주, 피자, 고급 승용차, 고급 요트 등으로 유명한 나라여서 3층 서기실 관계자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입니다. 이런 이유로 조 대사대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이른바 ‘정성품’을 평양에 들여보내다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목용재: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이 북한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또한 한국 내에서는 조 전 대사대리의 행적 공개와 관련해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지난 7일 한국의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 2018년 11월 로마에서 종적을 감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입국해 정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어떻게 이 정보가 노출됐는지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저도 태영호 의원의 지적에 동의합니다. 북한 당국이 탈북한 외교관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확인했는지 여부에 따라 평양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성길 대사대리가 한국에 온 것이 확인되면서 평양에 있는 딸과 부모, 형제, 처가 식구들을 북한 지도부가 어떻게 다룰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 전 대사의 한국으로의 망명은 북한 당, 정, 군 간부들 그리고 일반 주민들에게 커다란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됩니다. 조 전 대사대리의 아버지도 북한 외무성에서 대사까지 지낸 간부이고 장인, 즉 가시아버지 역시 외무성 국장과 대사를 지낸 북한의 핵심 간부들입니다. 외무성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조 전 대사대리의 부친과 장인을 직접적으로 알 것이고 젊은 외교관들 또한 조성길 대사대리를 알고 있을 겁니다. 이들을 통해서 조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및 정착 소식이 평양에 전해지면 간부들 모두가 수근거릴 것입니다. 이로 인해 김정은 체제가 입을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봅니다. 북한 주민들 역시 좋은 집안에서 성장한 조 대사대리가 고위급 외교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했는데 오죽하면 한국으로 망명을 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동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코로나19,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확진 소식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죠. 이와 관련된 소식도 전해주시죠.

고영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흘만인 지난 5일 퇴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오후 6시30분 훌륭한 월터 리드 의료센터를 떠날 것”이라며 “기분이 매우 좋다. 신형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말고 신형 코로나가 당신의 삶을 지배하게 두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청취자분들도 이 소식을 들으시면 많이 놀라실 것 같습니다. 어쩌다가 세계 최강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그런 병에 걸렸을까 하면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담당 의사인 숀 콘리 박사는 “대통령이 지난 24시간 동안 계속 호전됐다”며 “아직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의료팀과 나는 모든 평가와, 무엇보다도 그의 임상적 상태가 퇴원을 뒷받침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신형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같은 날 오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월터 리드 국립 군 병원에 입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만에 퇴원해 대통령 선거전 재개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다만 백악관 내 신형 코로나 감염 위협이 지속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목용재: 트럼프 대통령의 신형 코로나 확진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한국 방문 일정도 취소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신형 코로나 확진이 향후 미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미국 측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번 주 예정된 방한을 연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강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고 이번 방한이 연기돼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전화는 한국 방문 연기가 한국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신형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11월 미국 대선 전인 올 10월에 미북 정상 간 회담 혹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간의 회담 가능성은 물 건너 가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연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이 미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와 신형 코로나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전염병 감염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제재, 신형 코로나, 수해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이 대미 외교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상황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한국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한국 공무원을 사살한 북한 정부에 책임을 묻기도 했죠?

고영환: 한국의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행위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군이 한국 공무원에게 사격을 한 정황, 그의 시신을 불로 태워 훼손했는지 여부와 관련된 논란과는 별개로 북한 군이 한국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행위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번 사건이 ‘적대행위에 해당하느냐’는 국민의힘 윤주경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서욱 장관은 “포괄적으로 크게 보면 적대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서 장관은 숨진 한국 공무원의 유가족들에게 “유가족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이어 서 장관은 “북한에서 온 통지문과 저희가 알고 있는 첩보 간 차이점을 분석하고 있다”며 “정보기관뿐만이 아니고 다른 조사기관들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군에 의한 한국 국민 총살 사건은 한국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으며 전 세계가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목용재: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에 이어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까지 한국에 들어오면서 북한 엘리트 사회의 동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북한에 있는 가족의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 자신의 한국 망명 사실을 공개하지 않길 바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겁니다. 이로 인해 북한에 있는 조 대사대리의 가족이 해를 입지는 않을지 우려됩니다. 북한 당국이 조 대사대리 가족에게 비인도적인 처분을 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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