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정세 협의 강화하기로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4.01.24
f18_us-305.jpg 미(美) 8전투비행단은 지난해 11월 군산 공군기지에서 '맥스썬더 훈련'의 일환으로 해병대 전투기 '호넷'(F-18)을 공개했다. 맥스썬더 훈련은 한미 공군의 작전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관련한 정세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의 빈도와 강도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왜 이러는 것인지, 그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21일 서울에서는 한국의 김규현 외무부 차관과 미국의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사이의 회담이 있었습니다. 이 회담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더욱 불안정해진 북한 정세를 자주 만나 협의하자’고 한 합의에 따라 진행된 것입니다. 회담 이후 양측은 북한의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앞으로 더 자주 만나 깊이 있는 협의를 양국 사이에 진행할데 대해 다시 한 번 합의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이렇게 북한 정세를 자주 만나 심도 있게 협의하기로 한 것은 2월 말에 시작되는 한미 군사훈련을 전후하여 북한이 긴장을 조성할 수 있고, 북한의 도발 사이클이 2월부터 4월까지였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다소 주춤해졌던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이한 점은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 방문 직후 북경을 찾아 중국 측과 전략대화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미중 3개국이 ‘북한의 정세가 심상치 않으며, 따라서 이에 대처해야 하며, 북핵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번스 부장관의 한국 방문에 이어 오는 26일에는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서울을 방문하여 한국 외교관들과 협의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북한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사이의 외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우 주목되는 움직임입니다.

박성우: 이와 관련해서 북한 내부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요즘 들어서 북측 지도부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식의 선전 활동을 부쩍 강화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조평통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2월말부터 수개월동안에 걸쳐 키리졸브 훈련, 독수리 훈련 등을 강행하고 미군의 침략무력이 군사분계선 가까이에 대대적으로 증강되고 있다고 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마치도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반대하는 ‘대규모 침략’을 당장에라도 벌일 것처럼 사건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매체들과 선전선동 기구들도 한미가 마치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 세계의 전쟁 역사에서 전쟁을 하겠다고 소문을 내면서 한 전쟁은 없습니다. 히틀러가 그랬고 일본 군국주의도 그랬습니다. 북한도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에 한국을 불시에 침공하였습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당장에라도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대학 생활을 할 때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 일어났고, 그때 저는 남조선이 당장 전쟁을 일으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외교관 생활을 하고 나서야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 남조선을 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인 전체가 항상 북한의 기습공격을 우려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언컨대 한국에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배고픔을 모르고 살만큼 살고 있는데 전쟁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히려 북한이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키고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키리졸브 훈련이나 독수리 훈련은 북한이 공격해 올 때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가에 관한 훈련입니다. 그래서 한미 군사 당국은 매해 북한군에 통지문을 보내서 ‘훈련 내용을 와서 보라, 그러면 방어 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 아닌가’라고 말해왔습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이 당장에라도 전쟁을 할 것처럼 북한이 선전하는 것은 국내 사정이, 특히 권력의 중심부가 불안하니 북한 사람들의 시선을 밖으로 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을 북측은 “흡수 통일”을 위한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는 건데요. 왜 이렇게 보는 걸까요?

고영환: 북한의 대외선전용 잡지 ‘통일신보’는 지난 18일자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 내용을 거론하며 “이 발언에는 급변 사태에 기대를 건 흡수통일의 망상이 깔려 있다, 대결이 계속되면 이 땅에서 전쟁이 터질 것이며 그때 가서는 대박이 아니라 끔찍한 재난이 될 것이다”라며 비난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지요. ‘대박’이라는 말은 요샛말로 큰돈을 벌다, 혹은 큰일에 성공한다는 뜻의 유행어입니다.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은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상황을 가정하거나 북한의 급변사태를 예견해서 내놓은 게 아닙니다. 급변사태라는 말은 김정은의 유고로 정권이 붕괴하는 사태를 뜻하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은 급변사태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통일이 되면 현재 남북한의 막대한 군사비가 절약되고, 사람들도 잘살게 되고, 경제발전도 비약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통일된 나라가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으로 쑥쑥 뻗어 나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일이 되면 전쟁의 공포도 없어지고, 경이로운 경제 발전도 이뤄지며, 인민 모두가 다 잘 살게 되니 ‘대박’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북한도 통일을 하자고 하지 않습니까.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고 염원이고 그야말로 ‘대박’입니다.

박성우: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 정부도 북측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단호한데요.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있는 조치를 취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거죠. 미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이렇게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 청취자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북핵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북한은 도발을 중지하고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말만으로는 안되고 행동이 중요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요지부동임을 보여준 발언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미국의 군사전문 매체인 ‘디펜스 뉴스’의 설문조사 내용이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매체가 백악관, 국방부, 국회, 방산업체 등 국방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미국의 이익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45.1%가 사이버 테러, 26.3%가 테러, 14.3%가 중국, 7.9%가 이란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고작 0.7%였습니다.

북한이 그만큼 힘이 없고 작은 나라이며 군사적으로 미국에 미치는 위협도 아주 작은 나라라는 뜻이 되는 것이죠. 미국 사람들은 북한에 관심이 없고,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하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북한과 마주 앉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의 생일 축하 노래까지 불렀던 미국의 전직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지요? 고영환: 김정은의 생일날 북한에 가서 농구를 하고 생일 축하를 한 전 농구선수 로드먼이 지난 15일 알콜 중독을 치료하는 재활 병원에 입원하였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습니다. 결국 김정은이 현직 농구선수도 아니고 재산을 전부 부화방탕하게 탕진한 전직 농구선수이며, 지어 알코올 중독자인 로드먼을 친구로 삼고 초청하여 파티를 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정말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박성우: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 게 더 문제인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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