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관계 풀려면 시간 더 걸릴 것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4.03.28
nk_jp_red_cross_talk-305.jpg 1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성마오 호텔에서 열린 북한-일본 적십자 실무회담에 참석한 북측 수석대표인 리호림(사진 왼쪽)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서기장과 유성일 북한 외무성 일본과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과 일본의 정부간 공식 협상이 열릴 예정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의 대외관계가 다 좋지 않은 상황인데요. 돌파구가 필요했던 걸까요. 북한이 일본과 정부 간 대화를 가질 예정입니다. 위원님,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일본 외무성이 지난 21일 밝힌 내용인데요. 일본과 북한이 오는 30일과 31일 베이징에서 정부간 교섭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 회담에 일본측 대표로는 이하라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북한측 대표로는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담당 대사가 참가합니다. 송일호 대사는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을 때 개인적으로 잘 알던 선배 외교관이었습니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 행방불명자 문제에서 진전된 입장을 보이면서 일본에 경제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약간의 양보를 하고, 대신 국교 정성화와 경제 원조 등을 얻어 내는 회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한일 관계는 독도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를 북한은 한일 관계, 더 나아가 한미일 삼각관계를 이간시키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일본에 양보된 입장을 보이면 경제 원조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본 역시 북일 관계를 발전시켜 한국을 자극하고, 한중 관계 벌리려는 의도하에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풀어서 아베 정부가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도록 하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건대 북일관계가 그렇게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일 관계에 대한 질문을 좀 더 드리겠습니다. 조총련이 사용하던 건물이 최근에 일본의 한 부동산 회사에 낙찰됐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소개해 드렸지만, 다시 한 번 설명을 해 주시죠. 왜 이런 일이 생긴 겁니까?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일본 도쿄에서 사실상 북한 대사관 역할을 해 온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즉 총련 건물과 토지가 이변이 없는 한 일본의 부동산 투자회사 ‘마루나카 홀딩스’에 팔리게 되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총련 건물이 일본 부동산 회사에 넘어가게 된 것은 도쿄 총련중앙본부 건물과 토지가 재일본 조선인 신용조합에 채권으로 잡혀 있고, 그 채권이 일본 정리 회사 기구에 넘어가며 경매에 부쳐졌기 때문입니다. 풀어서 말하면 조총련이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하여 일본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았고, 총련은 이 돈을 북한에 보냈는데, 결국은 총련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로 조총련의 상징인 중앙위원회 건물과 토지가 일본 부동산 회사에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는 북한 정권의 쇠락과도 연계가 있습니다. 북한이 돈이 있었으면 조총련이 진 빚을 대신 갚아주면 되는데, 북한 정부나 조총련 모두 돈이 없으니 일본 회사에 팔리는 것입니다. 사실 조총련 중앙위 건물은 일본에 사는 북조선계 사람들에게는 도쿄 중심부에 인공기가 펄럭이는 걸 보여주는 자랑거리이자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일본 사람들에게 팔리는 거라서 자존심과 자부심에 상처를 입게 됐는데요.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마음이 아픈 일이겠지요.

박성우: 관련해서 주목할 소식이 하나 있지요.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5곳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교과서에 포함시켜서 올해 가을부터 가르치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 배경도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일본 가나가와현 조선학교 5곳이 1970-1980년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담은 교과서를 만들어 올가을부터 가르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만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나가와현이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주는 학비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게 한국 돈으로 6억원, 그러니까 미화로 60만 달러 가량 됩니다. 총련 학교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는 걸 저는 얼마 전에 알았어요. 이걸 아는 북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텐데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납북 일본인 문제를 교육하는 걸 보조금의 조건으로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지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북한은 공작선, 즉 간첩선을 일본 해안에 보내 일본 사람들을 강제로 납치해 갔습니다. 김정일은 이것이 사실이며, 이를 사과한다고 정식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남의 나라 사람들을 강제로 납치하는 것은 국제적 범죄입니다. 이런 범죄 행위를 북한이 했다는 것을 교과서에서 배워줘야 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수치이겠죠.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 돈을 지원 받지 못하면 조선학교, 즉 조총련이 지은 학교는 운영을 할 수 없어 폐쇄해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일본에서 북한계 조총련은 연이어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게 다 북한의 국력이 쇠락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듯 합니다.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들여다 보지요. 최근 들어서 김정은이 담배를 피는 장면이 자주 사진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나이 많은 군인들 속에서 김정은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는 이유를 뭐라고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지난 19일 북한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이 군사대학들의 사격 경기를 관람하면서 군 고위 장령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즐거워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김정은이 혼자서 우산을 쓰고 앞에 선 장령들은 비를 홀딱 맞고 있는 사진들, 김정은이 공연을 보거나 현지지도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장령들을 호통치고 하는 일들이 보이지 않았고, 이런 사진들은 다 걸러서 내보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의도성이 다분하다고 봅니다. 즉 김정은이 ‘나는 아이가 아닌 담배를 피우는 어른이다, 나는 나이 많은 장령들에게 지시를 하고 욕도 하는 그런 힘 있는 지도자다, 내 앞에서는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나이 많은 장령들의 견장에서 별을 뗐다 붙였다 하는 것도 모자라서 담배를 피우고 우산도 혼자 쓰는 모습을 보면서 고위급 장령들과 고급 군관들이 속으로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속으로 다 화가 날 것이고 분노가 치밀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때가 그런지라 엎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박성우: 북한 안에서야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이겠지만, 밖에서는 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흉내를 내는 꼬치장수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있지요?

고영환: 중국 요녕성 심양시의 한 길거리에서 김정은의 모습을 한 사람이 꼬치구이를 팔고 있고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정말 닮았습니다. 저도 사진을 보았는데, 머리 모양과 입은 옷, 퉁퉁한 얼굴과 행동거지 등, 모든 것이 김정은을 꼭 닮았습니다. 김정은을 닮은 그가 꼬치구이를 파니 사람들이 몰려 꼬치구이를 사먹고, 그와 함께 사진도 찍고, 그렇게 난리법석이 났습니다. 그의 가게가 장사가 잘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것은 이 상인이 김정은을 닮은데도 있지만, 중국 인민들 속에서 김정은의 모습이 워낙 나쁘고, 중국과 중국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이름이 나 있고, 그래서 그를 우스꽝스러운 사람으로 여기는 중국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외국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심양에서 꼬치구이를 팔고 있는 이 상인을 김정은 본인이 직접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