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6-04-2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26일 오전 미국 CBS방송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
26일 오전 미국 CBS방송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CBS 웹사이트 캡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강력한 경고성 발언을 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 정권이 무력 시위를 일삼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마디 했습니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강도의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북한 정권을 확실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북한과 맞닿은 한국 등 우방국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 방문 중인 지난 26일 미국 방송 CBS의 ‘오늘의 아침’ 진행자인 찰리 로즈와 가진 원격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변덕스럽고 지도자인 김정은은 무책임하다"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로 북한을 확실히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그것은 많은 희생자를 낼뿐 아니라 북한은 우리의 중요한 우방인 한국과 바로 맞닿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미국의 전력으로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지만,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국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후 수년 동안 북한은 정말로 끊임이 없이 언어의 폭탄들을 쏟아 부으며 미국을 자극해 왔지만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언어 폭탄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로 반응해 왔습니다. 심지어 중국 언론들도 가장 기초적인 핵 기폭장치 수 개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는 북한이 초현대적이고 초정밀적인 핵무기와 가공할만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공격하겠다는 것은 장난감을 가진 아이가 진짜 무기를 가진 어른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북한을 비난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김정은 정권이 미국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겠다느니, 뉴욕을 잿가루로 만들겠다느니 하면서 한계를 넘는 언어 공격을 하는데 대해 미국이 엄중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사 지나치게 행동하면 화를 부른다는 법칙을 북한 정권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미 국무부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과거와 비교할 때 상당히 강경한 발언을 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봐야 하는지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 정부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경우 '다른 옵션', 즉 다른 정책적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마크 토너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6일 정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대응 방향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이 같은 행동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다른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너 수석부대변인은 북한이 지난주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직후 미국이 뉴욕을 방문 중이던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여행을 제한한 조치를 거론하면서 '다른 옵션'을 언급했습니다. 토너 부대변인은 그러나 '다른 옵션', 즉 다른 대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토너 부대변인의 발언이 미국이 북한을 반대하는 군사적인 공격 등과 같은 대안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하는 등 군사적인 도발을 계속하는 경우 북한이 빠져 나갈 수 없는, 숨을 쉴 수 없게 하는 초강력 제재를 가할 수도 있고 한반도에 초현대적인 미군 군사력을 증강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리수용 외무상은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말했죠. 왜 이런 이야기를 자꾸 하는 걸까요?

고영환: 미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23일 미국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이 한미 연례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인터뷰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해야 한다"며 "훈련이 중단되면 대화의 문을 열고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 정부에 협상을 요구하는 제안을 했습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 더 나아가 핵무기가 미국의 핵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자위적인 조치’라고 항변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진정한 의미에서 북한을 반대하는 전쟁을 하겠다고 한 적도 없으며 북한을 반대하는 전쟁을 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이 한국을 반대하는 전쟁을 일으켰고 미국은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지켜 내기 위하여 미군을 한국에 파견하여 침략을 막아냈습니다. 한마디로 한반도에 미군을 불러들인 나라가 바로 북한이라는 소리입니다.

이 전쟁을 북한이 일으켰다는 것은 구소련과 중국의 문서들에 다 나와 있습니다. 공격을 당한 한국은 미국과 6.25 전쟁 후 군사동맹을 맺었고, 다시는 남한을 침략하지 못하도록 연례적으로 방어적 성격의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이 미국 때문이라는 소리,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려 한다는 소리 등은 6.25 전쟁이 마치도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는 식의 말처럼 터무니없는 논리의 비약입니다.

박성우: 재밌는 건 북한 외무성의 간부 한 명이 리수용 외무상의 발언을 뒤집어 버렸다는 건데요. 부원장님도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데요. 해석을 좀 해 주시죠.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건가요?

고영환: 북한 외무성 부국장 리태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북한 외무성 간부가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외신기자들에게 “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지난해 우리의 제안을 미국이 이미 거절했고 그래서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리수용 외무상이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조선반도에서의 핵전쟁 연습을 중단하면 우리도 핵실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정반대의 발언입니다.

저는 리태성 외무성 부국장의 발언을 보면서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외교정책도 마치 치차(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갔는데 비해 김정은 시대에 들어 와서는 모든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고, 정책 집행자 이 사람이 하는 말과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다른 것 같아 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무언가 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는 어릴 적 놀이 친구인 일본인 요리사를 최근에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요즘 북한이 왜 무력 시위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는데요.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지난 26일 일본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전쟁을 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지모토씨는 마이니치 신문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김정은 제1비서와 3시간 정도 같이 있었다"며 "김 비서가 '외교 쪽 인간들이 미국에 접근하면 미국이 북한에 생트집을 잡는다. 분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핵 개발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데 반발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후지모토씨는 1989년부터 13년간 평양에서 김정일의 전속 일식 요리사로 근무했던 인물입니다.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부분적으로나마 지켜본 몇 안 되는 외부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최룡해 비서 등과 저녁을 같이 먹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은 미국 농구선수 로드먼과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등을 필요할 때마다 평양에 불러 이른바 ‘민간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수나 전직 고위관리가 아니고 요리사나 농구선수에게 북한의 민간외교를 부탁할 정도여서 김정은의 외교실력이 썩 우수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게다가 ‘분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식으로 감정에 휩쓸려서 정책을 집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북한 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