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 이렇게 악화된 적 없었다”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7.10.06
rodong_shinmoon_china_b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월 22일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제목의 6면 개인 필명 글에서 중국 인민일보·환구시보·인민망·환구망의 실명을 거론하며 "조선(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압박 광증이 극도로 달한 때에 중국의 일부 언론들이 우리의 노선과 체제를 심히 헐뜯으며 위협해 나섰다"고 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최근 격화된 북중 간 비난전을 살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중국의 관영 언론매체가 최근에 말싸움을 했는데요. 시작은 북한 쪽에서 했습니다. 먼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핵개발을 지속하려는 북한 지도부와 북핵을 제거하려는 중국 사이의 외교전이 외교무대를 넘어 선전전으로 비화되는 형국입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달 22일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제목의 개인 글을 통해 "조선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압박 광증이 극도로 달한 때에 중국의 일부 언론들이 우리의 노선과 체제를 심히 헐뜯으며 위협해 나섰다"며 중국을 공격하였습니다.

이 기사에서 북한은 중국 인민일보, 환구시보, 인민망, 환구망들의 이름들을 거명하면서 "일개 보도 매체로서 다른 주권국가의 노선을 공공연히 시비하며 푼수 없이 노는 것을 보면 지난 시기 독선과 편협으로 자국 인민들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어지간히 잃은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중국을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통신은 계속하여 "중국이 그 누구에게로 갈 때 납작 엎드리고 갔다고 해서 조선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며 그걸 배우라고 강요할 필요는 더욱 없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의 사명을 망각하고, 내정간섭을 공공연히 일삼는 중국 언론의 경솔한 행위는 미국에 추종해 북중 두 나라, 두 인민 사이에 쐐기를 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식의 강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을 비롯한 선전기구들이 중국 언론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이처럼 강하게 비난한 것은 북한이 연이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들을 계속하고 이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으로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하는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북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을 대놓고 비판한 것은 정말로 이례적입니다.

박성우: 중국 측의 반격도 있었죠. 그 내용은 어떻게 평가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의 공격이 있은 지 이틀후인 지난 9월 2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가 반공격에 나섰습니다. 글로벌 타임스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평가를 곁들면서 북한을 비난했는데요. 정지융 푸단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조선중앙통신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군사 공격을 중단시키고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북한이 완전히 무시했다.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수차례 북한을 파괴했을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하였습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조선중앙통신의 중국 비판에 대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며 많은 중국인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중국 온라인에서 북한에 대한 분노가 늘고 있다. 중국인들이 북한을 더는 동정하지 않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는 양국 건국자들에 의해 맺어진 양자 관계 유지에 필요한 여론의 기초를 잃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한때는 “피로써 맺어진 동맹”, “양국 지도자들이 만든 세계최고의 협조관계를 가진 나라”라고 했던 북한과 중국이 김정은이 핵을 개발하면서 최악의 관계로 악화되는 모습입니다.

박성우: 이게 처음은 아니죠. 몇 달 전에도 양측 관변언론 간에 공방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고영환: 맞습니다. 지난 5월 3일에 있었던 일인데요. 북한 중앙통신은 '김철' 명의의 ‘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중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면서 중국을 강하게 공격을 하였습니다.

논평에서 도를 넘는다고 평가되는 부분은 ‘북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고 한 부분, ‘제재의 끈을 조금만 조이면 손들고 나오리라고 어리석게 생각한다’고 한 부분, ‘중국이 더 이상 무모하게 북한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지 말라’고 한 부분들입니다. 북중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각오하기 전에는 쓰지 못할 무모한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중국도 북한의 입장 표명에 강하게 반발하였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월 4일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마땅히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중 상호원조조약의 취지는 양국의 우호협력과 지역평화,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은 이런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습니다. 신문은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지역과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고 중국의 국가 안전에도 손상을 가하고 있다면서 북중 조약은 침략을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고집스레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미 간 군사충돌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뼈가 있는 대북한 경고 메시지였다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중국의 언론매체는 모두 중앙당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대리전을 치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한데요. 역사적으로 양측이 이렇게 사이가 안 좋았던 때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이전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하고 북중관계가 악화되었을 때도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하여 중국 공산당을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당은 1970년대 초 중국을 교조주의로 비판하였었고 중국 공산당은 북한 노동당을 수정주의라면서 상호 비판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공산당을 비판하였지 지금처럼 중국을 통째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여러 신문들은 물론 중국 정부까지 나서서 북한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현재 북중관계가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진행하였을 때보다 더 험악하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번 말씀드리지만 중국은 이전 1960년대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하는 세계 2대국가로 성장하였습니다. 김일성 주석도 중국을 믿지는 말되 멀리하지는 말라고 외교부장에게 여러 차례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사망한 김일성 전주석이 손자가 중국을 마구 다루고 중국과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성우: 더 궁금한 건, 앞으로는 북중 관계가 어찌 될 것이냐는 거죠. 부원장님의 전망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북한이 핵폐기 즉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한 북중관계는 날로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두 나라 지도자들이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사례는 북중관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현재는 양국 신문매체들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고 중국은 북한핵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이어서 북중 관계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쪽이 멈추지 않으면 파국으로 간다는 의미입니다. 세계 초대강국인 미국을 없애버리겠다고 하고 중국을 ‘배신자’, ‘가련한 자’, ‘미국에 굽실대는 자존심도 없는 자’ 등으로 매도하는 김정은 지도부는 마치도 나침반도 없이 날바다 위에서 떠도는 배 같아 정말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박성우: 북중관계가 이처럼 악화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지금은 양측의 관변언론이 나서서 서로의 속내를 비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어진 상태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양측의 공방전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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