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김정은 건강에 관심 갖는 이유는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4.10.31
cane_jongun_305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안남도 명승지 연풍호에 완공된 연풍과학자휴양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사진 속 김 제1위원장은 여전히 지팡이를 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발목에 난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남한의 국정원이 확인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남한의 국가정보원이 지난 28일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받았는데요. 여기서 김정은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위원님, 어떤 내용이 공개됐는지, 그리고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남측 국회의원들이 왜 관심을 갖는 건지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이라도 하여도 항상 국회의 통제를 받게 되어 있고 국회에 정보기관이 한 일을 보고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한마디로 국정감사라고 합니다. 지난 28일 남한의 국가정보원이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받았는데, 여기에서 김정은의 최근 건강상태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왔습니다.

김정은의 건강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이 밝힌데 의하면, 지난 5월에 김정은의 왼쪽 발목 복사뼈에 물혹이 생겼습니다. 물혹이라 하면 종양의 일종인데, 악성종양이 아닌 양성종양을 물혹이라고 합니다. 김정은의 발목 통증이 심해지면서 북한은 지난 9월 초부터 10월 초 사이에 구라파의 명의들을 불러다가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진단 결과, 병명은 ‘족근관 증후근’이고, 이병은 발목에서 발쪽으로 내려가는 신경이 과체중, 즉 몸이 지나치게 뚱뚱하여 체중이 발목을 누르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김정은의 몸이 지나치게 뚱뚱하고, 이로 인해 발목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김정은은 구라파의 명의들로부터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의료용 지팡이를 들고 공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고도비만과 지나친 흡연으로 인해 재발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질병을 앓고 있는 셈이죠. 현재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 질병에 대한 치료를 위하여 북한에서 선발된 의사들을 구라파에 보내 공부를 시킨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 그리고 한국과 세계의 사람들이 김정은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의 건강에 염려스러워서가 아니라, 그가 북한의 1인 통치자이기 때문에 그가 갑자기 김정일처럼 쓰러질 경우 북한에서 어떤 권력 투쟁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것이 북한과 동북아시아에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에서는 지금도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에 이에 대한 반발심도 커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위원님,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에 의하면, 현재 북한에서는 이른바 ‘장성택 일당’ 숙청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공포 조성을 통한 통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도 당 간부 10여명이 부정부패, 여자 문제, 한국드라마 시청 등을 이유로 총살되었고, 포 명중률이 낮다는 이유로 군단장을 비롯한 간부 전원이 2계급 강등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씨 3대 통치 시기가 숙청과 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김일성과 김정일 시절에는 간부들에 대한 숙청작업은 있었지만, 모두 정치범 수용소 그러니깐 관리소로 보내 그곳에서 서서히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 와서는 장성택, 리룡하 행정부 제1부부장,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을 비롯하여 당과 군대, 정부의 간부들이 줄줄이 총살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런 공포정치에 맞서 반발과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고 국정원이 밝혔습니다. 반발 형태가 다양한데,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간부들을 비롯하여 주민들이 김정은 찬양 노래와 북한 체제 찬양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노래인 ‘사회주의는 우리 거야’를 ‘사회주의는 너희 거야’로, ‘우리당이 고마워’는 ‘너희 당이 고마워’로 개사해서 부르는 것입니다.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자기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이런 식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김정일 시대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입니다.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심하게 하니 간부들의 마음도 김정은에게서 떠나간다는 의미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당 간부들이 이 정도면 일반주민들의 정서는 어떨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을 남한의 국정원은 어떻게 파악하는 것일까… 위원님,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가장 중요한 정보는 역시 통신감청과 인공지구위성 등에 의한 영상 정찰을 통해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영상 정보는 주로 위성과 고공정찰기들로부터 얻어 내고 있는데, 그 정확도가 북한군 견장의 별이 소위인지 소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는 말들이 들립니다. 이는 북한군이 전쟁이나 도발을 하기 위해 기계화 부대 등의 군 무력을 증강할 경우, 증강되기 시작할 때부터 철저히 따라다니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는 휴민트라고 하는 기법입니다. 휴민트는 사람을 의미하는 ‘휴먼’과 정보를 뜻하는 ‘인텔리전스’를 합성한 말로 인적정보를 뜻합니다. 사람들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의미죠. 이는 예로부터 모든 국가정보기관들이 해 오는 기법입니다.

세번째는 북한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나 단체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북한에 있는 협조자들로부터 생생한 거리 풍경이나 대화 내용, 시장 모습 등을 동영상으로 담아 언론기관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의 거리 풍경, 시장 모습,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동영상들은 인터넷에 차고 넘치고 있을 정도입니다.

박성우: 다른 이야기도 좀 해 보죠. 김정은이 다시 공개활동을 재개한 이후부터 최룡해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질병 치료를 위해 40여일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기간에 평양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2인자로 호명되던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권력서열 3-4위로 물러났고, 지난 4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된 후 김기남, 최태복 등보다 뒷자리에 호명이 되던 최룡해가 김정은에 이어 다시 2인자로 등극하는 모습입니다.

권력서열 호명도 두번째로 되고, 그가 가진 거의 모든 직책이 다 불리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 정치국상무위원이며 당 중앙 비서이며 체육지도위원장인 최룡해 동지’ 이런 식으로 호명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김정일, 김정은의 이름 앞에는 모든 공식 직책들이 다 호명되었지만, 개별적 간부들이 가진 직책들이 다 불려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최룡해와 함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 부장, 오백룡의 아들 오금철 등 항일 빨치산 2세대들이 권력 중심으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룡해가 김정일 시대 때 구박을 받던 빨치산 2세들을 권력 중앙으로 불러들이고 있으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 권력 세력화하고 있다는 징조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당연 최룡해가 최현의 아들로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가 당과 국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장성택이 가지고 있던 2인자의 위치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향후 북한 권력이 어떻게 조정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결혼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소식도 꽤나 관심을 끌었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지금 김여정의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평균 결혼 나이가 25세인 북한의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소문으로 보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김여정과 결혼한 사람은 당 39호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39호실이라 하면 김정은의 개인금고와 같은 알짜배기 부서입니다.

만일 김여정이 결혼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남편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결혼하여 초고속으로 승진하였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장성택처럼 초고속 승진을 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장성택과 비슷한 역할과 권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들이 김여정의 결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김여정과 그의 남편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까, 그리고 장성택처럼 2인자로 될까, 김정은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장성택처럼 처형될까, 그런 것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북한의 권력 지형은 워낙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최근 들어 주목할만한 변화가 여럿 있었던 건 확실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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