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3년상…북 주민들 애처롭다”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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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인 지난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향해 전체 노동당원과 인민군 장병들, 주민들이 3분간 묵상을 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인 지난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향해 전체 노동당원과 인민군 장병들, 주민들이 3분간 묵상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3주기 추모대회가 진행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7일 평양은 하루 종일 분주했던 것 같습니다. 위원님, 먼저 총평을 해 주시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일 사망 3주기였던 지난 17일 평양 전역은 하루종일 추모 분위기였습니다. 낮 12시에 맞추어 기적소리, 고동소리, 경적소리 등이 울려퍼졌고, 북한이 이런 소리들로 꽉 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지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들에는 밤 12시부터 하루 종일 참배를 하려는 주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중앙 추모대회도 이 추운 날에 20만여명의 군중을 금수산 궁전 광장에 모아 놓고 대규모로 진행했죠. 김정일 사망 1주기, 2주기 화면들과 대비 분석해보면 확실히 이번에 추모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사망을 거치면서 확실하게 배운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김부자 사망일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이상한 발언을 하면 그대로 온가족이 끝장난다는 교훈과 경험입니다. 김일성 사망의 경우, 낮 12시에 특별방송으로 사망 소식을 알렸는데, 그 방송을 듣고도 점심 도시락을 먹었던 사람들, 병원에 입원했던 사람들, 심지어 부모님 장례를 하필 그날에 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숙청당하거나 산간오지로 추방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북한의 모든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사망일에는 북한말로 ‘허튼짓’을 하면 끝장난다는 철의 경험을 얻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17일은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하루종일 일어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에게는 ‘3년 탈상’의 의미가 있지 않느냐는 해석이 있던데요.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저도 동의합니다.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3주기는 ‘3년 탈상’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3년 탈상’은 김정일 시대에 나온 정치적 용어입니다. 원래 3년상이라는 용어는 김정일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죠. 조선시대 때 봉건 왕이 죽으면 3년상을 흔히 치렀고, 봉건 양반들도 여유가 있으면 흔히 3년상을 치렀습니다. 김정일이 김일성 사망 이후 3년상을 선포하면서 북한은 진정으로 봉건시대 왕조국가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주었습니다.

김정일은 3년 동안 공개활동을 자제하고 큰 정치 행사들, 예를 들어 당 창건 기념일, 국가 창건 기념일 등도 아예 지내지 않거나, 하더라도 소규모로 진행하였습니다. 김정일은 심지어 김일성이 가지고 있던 지위와 직책들도 3년 동안은 넘겨받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효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던 거죠.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김정일의 사망 직후 군최고사령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당 제1비서 등 김정일이 가지고 있던 권한과 권력을 속전속결로 넘겨받았습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군부대들을 돌아다니고, 사망 1주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모란봉 시범악단 공연을 보면서 파안대소를 하는 모습을 보며 탈북자인 저도 ‘저것은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제가 아는바로는, 그런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서 ‘김정일과 많이 다르다, 어떻게 3년상을 치르지 않았는데 아들이 저리 좋아하고 행동에 자제함이 없을까’ 이런 내부적인 의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번에 김정은은 김정일의 3년상을 크게 치르게 하면서 그동안 주민들 속에 자리잡았던 불효자 인식을 없애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3주기 추모행사를 보면서 저는 김정은이 이제 김정일 3년상을 마치고 자신만의 시대를 열어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박성우: 그래서 그런가요? ‘김정은 백두산 강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우상화의 일환이라고 봐야겠지요?

고영환: 그렇죠. 김정일 사망 3주기를 전후하여 북한에 새로운 정치용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죠. 중앙추모대회에서 한 연설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백두산 강국’이라는 표현을 썼고, 로동신문 등에서는 ‘김정은 조선‘이라는 단어까지 나타났습니다. 북측이 ’김일성 조선‘이라는 표현은 오래전부터 사용했지만, ‘김정일 조선’이라는 표현은 쓰더라도 극히 자제했었죠. 그런데 김정은은 김정일이 사망한지 3년도 못되어 ‘김정은 조선’, ‘김정은 백두산 대국’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김일성이 사망한 후 김정일은 ‘위대한’이라는 존칭어를 김일성에게만 쓰게 하였고, 특히 ‘경애하는 수령’이나 ‘위대한 수령’ 같은 존칭어는 안 썼어요. 그러나 김정은은 자신의 이름 앞에 ‘위대한’, ‘경애하는’, ‘수령, ’지도자‘, 원수님’ 같이 할아버지 앞에 붙었던 존칭어들을 속도감있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김정일 3년 탈상도 끝냈으니 앞으로 김정은 앞에 어떠한 존칭어나 칭호가 붙을지 주목됩니다. 확실한 것은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점이며, 김일성이 앞에 붙였던 수식어들, 존경어들을 능가하는 온갖 아첨 단어, 존경 단어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우상화를 빨리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의 성격, 그 중에서도 조급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3주기 행사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지켜볼 대목은 중국의 행보였습니다. 위원님, 평가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김정일 사망 3주기를 맞으며 외국에 나가 있는 북한 대사관들이 추모식을 진행했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열린 추모식에 지난 17일 오전 10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류원산이 찾아와 조의를 표했다는 점입니다. 류원산은 공산당 서열 5위의 고위간부이고, 지난해 최룡해 비서의 중국 방문시 그를 접견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지난해에도 북한 대사관에서 같은 추모식을 하였는데, 그때는 장성택 처형 직후라 아무런 중국 고위간부도 북한 대사관을 찾지 않았습니다. 올해가 지난해와는 대조를 이루는 거죠.

현재 북중관계는 차다 못해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입니다. 지난 3년 동안 고위급 간부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한 두 차례에 불과하고, 김정은이 중국을,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단 한번도 찾지 않았습니다. 피로써 맺어진 동맹관계라고 하던 북한과 중국의 정상들이 단 한번도 마주보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중관계가 이렇게 나빠지게 된 것은 북한이 중국의 거듭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례나 핵실험을 하였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였으며, 연평도 포격 등 중국의 표현대로 ‘중국의 현관’ 앞에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식 개혁 개방을 원하고 추진하던 장성택 부장을 공개적으로 처형하면서 북중관계는 나빠질대로 나빠진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가 북한 대사관을 오래간만에 방문하여 조의를 표했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첫째는 그런대로 북중관계 개선에 힘을 써온 김정일에 대한 예우 표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북중관계를 이렇게 방치하는 경우 한반도 긴장이 악화되고 북한이 핵실험을 다시 강행할 수 있으므로 일정 정도는 관계를 개선하여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박성우: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셨지만, 지난 17일은 굉장히 추운 날씨였는데, 평양의 야외 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고영환: 제가 평양에 있을 때, 하물며 금요노동 시작 시간에 맞추어 1월초에 김일성 광장 앞에 서서 두 세 시간을 기다려도 발이 얼고 몸이 떨려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추웠는데, 새벽에 아무 보온대책도 없이 참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언 손으로 꽃바구니와 화환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내가 평양에 있고, 외무성에 있고, 그 자리에 서 있었더라면 얼마나 고생스럽고 추웠을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국가 수반의 3년상을 치르는 나라는 없습니다. 추운 12월에 줄을 서서 기다리며 동상에 참배하도록 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정말 북한만이 자신들의 성을 높이 쌓아 놓고 그 안에서 주민들을 못살게 굴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북한 사람들도 사람다운 삶을 사는, 추위와 정치 행사에 고생하는 날들이 없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박성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마음이 모아져서 미국 현지시간으로 18일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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