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북, '고난의 행군' 세대 등장으로 골치

서울-박성우, 문성휘 xallsl@rfa.org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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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eland_construction-305.jpg 평안북도 염주군에서 대계도 방조제공사를 벌이고 있는 건설관리국 노동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월요일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에 박성우입니다. 오늘 전해드릴 소식입니다.

- 북한 당국이 ‘고난의 행군’시기에 굶어죽은 부모나 형제들이 있는 주민들에 대해 노동당 입당이나 간부사업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당국이 ‘3.8부녀절’과 ‘남녀평등권 법령의 날’을 명절로 지정해 놓았지만 아직도 북한의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 북, ‘고난의 행군’세대 등장이 사회적 골칫거리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이 1994년 가을부터였죠? 그때로부터 벌써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요. 최근 ‘고난의 행군’세대에 대한 문제가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던데 도대체 무슨 문제들인가요?

문성휘 : 네, ‘고난의 행군’세대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북한 지식인들 속에서 많이 거론되면서도 공개적인 논의가 금지되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의 직접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경우, 이 논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면서도 감히 꺼내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 군부와 노동당 간부들 속에서 ‘고난의 행군 세대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어떤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이런 의견이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런데 먼저 이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고난의 행군’세대라면 이건 뭘 갖고 구분하는 겁니까?

문성휘 : 제가 북한에 있을 때만 해도 ‘고난의 행군’ 세대라면 그 당시에 태어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고난의 행군’시기에 태어났다고 하면 항상 두 가지 꼬리표가 따라 붙었는데요. 하나는 경제력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든지, 아니면 정상적인 발육을 하지 못한 애라든지 그렇게 결론이 나는 겁니다.

박성우 : 무슨 소리죠?

문성휘 : 그러니까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또 가난한 가정들에서 아이를 낳았다면 영양실조에 걸렸거나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죠.

그런데 최근엔 ‘고난의 행군’ 세대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고난의 행군’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을 ‘고난의 행군’세대라고 했는데 지금은 ‘고난의 행군’ 이전에 태어났어도 부모들이 식량난으로 사망하고 꽃제비가 되었던 아이들, 그렇지 않으면 가족들 중에 굶어죽은 경우가 있는 사람들을 모두 ‘고난의 행군’세대로 분류한다는 겁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군대인데요. 북한에서 출세를 하자면 우선 군에 복무해야 하고 노동당원이 되어야 하고 대학을 나와야 합니다. 대체로 군에서 노동당에 입당하면 벌써 그 사람은 간부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춘 걸로 판단하는데요.

지금에 와서 똑똑한 사람들을 입당시키자니 문제가 없는 사람이 몇 명 안 된다는 겁니다.

워낙 토대가 나빠서 군에 복무한다고 해도 노동당이나 간부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대상이 있거든요. 그들 말고 이전까지는 상당히 토대가 좋았는데 ‘고난의 행군’시기 부모가 굶어죽거나 중국으로 탈북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여기에서 ‘고난의 행군’시기 부모나 형제가 굶어죽은 이력이 있는 사람들을 노동당에 입당시키고 간부로 써야 할지 아니면 간부대상에서 제외해야 할지가 정말 골치 아픈 문제로 떠 오른 거죠.

북한에서 군관(장교)으로 복무하는 제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에 잠깐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하는 말이 본인은 똑똑하다는 평가를 얻어 입당을 하고자 하는데 위에서 승인이 안 난대요. 원인은 친구의 부모들이 ‘고난의 행군’시기 행불되었다는 거죠. 설사 부모가 굶어서 돌아가셨다면 그런 애들의 가슴속에 차 있을 원한 때문에 위에서 노동당 가입을 꺼린다는 거죠. 그런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 너무 똑똑하고 눈치가 빠르다는 거예요. 벌써 “아, 이번엔 분명 내가 입당할 차례인데 나보다 못한 애가 먼저 입당하네?” 이렇게 되면 그때부터 그 애들은 고민한대요. 군관들은 그때부터 그런 애들한테 총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박성우 : 무섭겠죠.

문성휘 : 네, 무서운 거죠. 그러다 집단살인이라도 저지르면 큰일 아닙니까? 결국 위에서 입당을 승인하지 않으니 그들은 출세할 수가 없고 북한당국이 말하는 계급적 원수가 되는 겁니다. 이런 ‘고난의 행군세대’가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 증가할 것 이라는 거죠.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 북한 군부나 간부들도 위에다 이렇게 요구하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성우 : 결론이 안 나는 것이 아니라 못 내리는 것 아닐까요? ‘고난의 행군’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런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2. 여성들의 인권문제 아직도 심각


박성우 : 자, ‘고난의 행군세대’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요. 3월 8일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3.8부녀절’이라고 공동의 명절로 지정한 날이 아닙니까? 북한도 3.8부녀절이면 오후에 여성들에게 휴식을 준다고 하던데요. 문 기자도 3.8부녀절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라든지, 그런 게 있다면서요?

문성휘 : 네, 북한은 ‘3.8부녀절’ 말고도 1946년 7월 30일에 ‘남녀평등권’발표를 했죠. 오히려 남한보다 훨씬 앞서 여성들의 지위와 권리를 인정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건적 가부장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지금까지도 여성들의 지위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 지나간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잊지 못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2005년 ‘3.8부녀절’ 날이었는데요.

강씨 성을 가진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이가 31살 정도 되었고 애가 둘이 있었는데요. 남편은 완전한 술중독자이고 무직이었습니다. 아내는 장마당에서 술장사, 국수장사, 닥치는 대로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는데요.

그렇게 아득바득(아등바등) 애를 쓰면서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어가지고 저녁에 집에 들어갈 땐 꼭 술을 사가지고 들어가야 해요. 술을 안 사가지고 들어가면 남편한테 매를 맞기 일쑤였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술버릇이 아주 나쁜 겁니다. 술에 취하면 그릇을 부시던가, 밥상을 뒤집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아내를 때리는 거죠. 결국 아내는 하루 종일 장마당에서 고생하고 저녁이면 매를 맞기 위해 술을 사가는 격이 된 겁니다.

그날도 ‘3.8부녀절’이어서 저녁에 직장에서 모여 노는데 갑자기 옆집에서 떠들 썩 하더랍니다. ‘저 집 나그네가 또 일을 낸다’ 했는데 쫌 도가 지나친 겁니다. 엄청 뒤집어엎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박성우 : 그럼 보안서에 신고해야 하지 않나요?

문성휘 : 북한 보안원들은 애초 그런 신고를 받아들이지도 않아요. 북한은 남한처럼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제정된 법이 없습니다. 하도 소란스러워 ‘야, 이거 나가 말려야 하나 어쩌나?’ 고민이 많았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보안서 순찰대가 들이닥친 거예요.

근데요? 보안원들인데 들어갔으면 뭔가 통제를 해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사람들이 들어갔다가 아무 말도 없이 나와 버리는 거예요. 부부싸움에 말려들기 싫다는 거죠. 그런데 조금 있더니 갑자기 집안에서 매를 맞던 여성이 밖으로 뛰쳐나오는거예요. 그러더니 무작정 보안원들에게 달려들어 귀뺨을 때리고 물고 뜯고 하는 겁니다. 저희들도 엄청 당황했죠.

악에 받친 보안원들이 그 여성을 마구 때리더니 보안서에 잡아가는 겁니다. 그 일 때문에 다음날 인민반장이 보안서에 불려갔는데 인민반장 앞에서 강씨 여성이 하는 말이 보안서에 잡혀가려고 일부러 보안원을 때렸다고, 그렇게라도 잡혀가면 죽을 고비를 넘길 것 같아서 일부러 그랬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는 거예요.

박성우 : 아, 이거 뭐 재미있는 얘긴가 했더니 너무 한심한 얘기네요.

문성휘 : 네, 좀 지나간 얘기이긴 하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들의 삶에서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겁니다.

박성우 : 네, 북한의 여성들이 얼마나 가부장적인 차별과 학대에 시달리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북한의 인권문제와 더불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취도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에 또 만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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