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석탄가스화, 손해만 있는 것 아니야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4.03.31
nk_fertilizer_fac_check-305.jpg 지난해 5월 북한 박봉주 내각 총리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찾아 비료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석탄 가스화를 통한 화학비료 생산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꼭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주민들의 평가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이 올해 1월과 2월에 중국에서 수만 톤의 비료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죠?

문성휘: 네, 1월달에 이어서 2월달까지 모두 5만톤 정도의 비료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한의 비료생산량은 정확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만 제일 큰 비료생산기지인 ‘흥남비료공장’이 저열탄에 의한 가스화 공정을 도입하는 데 잇달아 실패해 비료 생산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흥남비료공장의 비료생산 핵심설비인 암모니아 합성탑이 폭발했는데 아직도 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걸로 알려졌고요. 다만 기존의 원유합성 생산기법으로 연간 30만톤 정도의 비료는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입니다.

박성우: 자체 생산설비를 이용해서 연간 30만톤 정도는 생산할 수 있다, 이거군요.

문성휘: 네, 그런데 그만큼 생산하려면 또 다른 조건이 있다고 합니다. 이게 신의주에 있는 원유정제 공장인 ‘봉화화학공장’과 나선시에 있는 ‘승리화학공장’으로부터 암모니아 원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최근 중국정부가 ‘봉화화학’과 ‘승리화학’ 공장에 원유를 제대로 보내주지 않는 다고 합니다.

대신 원유에서 가공한 휘발유나 디젤유, 화학섬유와 염화비닐소재들을 비싸게 팔고 있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기존의 원유합성기법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화학비료마저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그러니까 3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힘은 있는데 그만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말로 정리가 되는군요. 북한에 ‘흥남비료공장’ 말고도요. ‘남흥청년화학기업소’라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2011년이었나요? 그때 북한의 언론들이 “질 좋은 요소비료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이런 식으로 요란하게 자랑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아, 그게 한때 그렇게 자랑을 했는데요. 하지만 북한 소식통들은 ‘남흥청년화학기업소’의 비료생산량은 보잘 것 없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흥남비료공장’이나 ‘남흥청년화학기업소’보다 요새는 ‘2.8비날론 연합기업소’의 생산정상화를 많이 선전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북한이 ‘2.8비날론 연합기업소’를 통해 화학비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비날론 공장이면 비날론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이 아닌가요?

문성휘: 네, 그렇긴 하지만 애초 ‘2.8비날론 공장’은 비날론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도 생산을 했다고 합니다. 비날론의 원료가 석회석과 무연탄이기 때문에 당연히 ‘석탄가스화 공정’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 화학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 현지 소식통들은 “‘2.8비날론 공장’에서 화학비료 생산에 주력할 경우 한해 최대 25만톤까지 생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한해 농작물에 4번의 화학비료를 준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인데요.

우선 봄철에 농작물이 싹터 잎에 세개 정도가 나오면 애벌(초벌)비료라는 걸줍니다.

박성우: 초벌이요?

문성휘: 네, 이때에는 농작물 생장을 촉진하는 질소비료를 준다는 건데요. 그로부터 25일 간격으로 린, 카리, 석회가 포함된 ‘복합비료’를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은 ‘복합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합비료’ 대신 질소비료를 주고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농작물의 수확을 보름정도 앞두고는 열매를 크게 키우기 위해 요소비료를 준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시기별로 종류가 서로 다른 비료를 주어야 된다 이거죠?

문성휘: 네, 맞습니다. 제일 좋기로는 매번 ‘복합비료’를 주면 되는데 북한은 자체로 ‘복합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전부 수입해 들이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올해 중국에서 수만 톤의 비료를 들여왔다는 것도 전부 ‘복합비료’라고 보면 됩니까?

문성휘: 그건 아직 확인이 안되는데요. ‘복합비료’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한은 중국에서 질소나 요소가 아닌 ‘복합비료’만 수입해 들였다고 합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석탄가스화공정’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차라리 거기에 드는 석탄을요. 중국에 팔아서 화학비료를 직접 사들이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문성휘: 네, 그렇죠. 그런데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죄명에는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팔아 ‘주체비료’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주체비료’ 원료인 석탄을 중국에 헐값으로 팔았다는 건데요.

북한 주민들도 당국의 석탄수출을 대단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겨울철이면 화력발전소들과 공장기업소들이 석탄이 없어 돌지 못하고 있는데 정작 생산된 석탄은 모두 중국에 팔고 있다는 데 대해 분노를 느끼는 거죠.

오히려 북한의 학계나 주민들속에서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 내놓았던 ‘석탄가스화’공정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석탄가스화 공정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1980년대 말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는데요. 북한이 석탄가스화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과거 소련의 원유공급 문제와 관련돼 있습니다.

동유럽사회주의가 존재할 당시 소련은 북한에 국제시장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으로 원유를 공급해 줬는데요. 그런데 사회주의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국제시장 가격으로 원유를 팔겠다고 한 겁니다. 국제시장 가격으로 원유수입을 감당할 수 없었던 북한은 소련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을 중단했고 그때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목탄차’라는 것이 북한에 등장합니다.

박성우: 기름을 때는 대신에 숯을 때기 시작한 거죠?

문성휘: 네, 그렇죠. 이런 사태를 그대로 볼 수 없었던 김일성은 ‘자력갱생’으로 연료문제를 해결할 데 대해 강조했고 그 대안으로 처음 안주지구 탄광에서 ‘석탄가스화’를 시도했습니다.

박성우: 그러니까 이게 역사가 꽤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8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거니깐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오랜 기간 연구를 했으면 일정한 성과가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거지요.

문성휘: 네, 소식통들은 현재 북한의 석탄가스화공정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석탄가스화공정은 무연탄을 기본으로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합니다. 애초 북한에서 가장 큰 흥남비료공장도 처음엔 무연탄가스화 공정으로 설계 됐다는 거죠.

그런데 북한 당국이 무연탄을 중국에 팔아 외화벌이를 하면서 흥남비료공장의 무연탄가스화 공정을 저열탄인 갈탄가스화공정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거죠.

박성우: 아, 무연탄 대신에 저열탄을 쓰기 시작했다?

문성휘: 네, 그 공사를 하는 데만 3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는데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애초 계획대로 무연탄가스화 공정을 도입했으면 이미 비료생산에 성공했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로 들리는군요. 그렇다면 무연탄가스화공정에 성공했다고 하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남흥청년화학기업소’인데 여기서는 왜 비료가 제대로 생산이 안되는 겁니까?

문성휘: 이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주장대로라면 ‘남흥청년화학기업소’의 석탄가스화공정은 기본목적이 비료생산이 아니라는 겁니다. 무연탄 액화가스를 이용한 미싸일 연소제 생산이라고 하는데요. 무연탄 액화가스로 정말 미싸일 연소제를 만들 수 있는지는 저도 전문가가 아니라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대신 북한은 ‘2.8비날론 공장’과 ‘남흥청년화학기업소’를 통해 병원에서 쓰는 소독제 문제는 넉넉히 해결했다고 합니다. 그 외 암모니아와 대체 휘발유인 메타놀도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석탄가스화 공정이 꼭 실패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석탄을 가지고 비료도 만들고 땔감으로도 쓰고 싶다, 그러니까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어 하다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게 다 북한 지도부에게 고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가 있겠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