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위부 간첩사건의 흑막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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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단둥시 외곽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병사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국 단둥시 외곽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병사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김일성 주석 사망후 북한의 정치체계는 노동당 중심에서 군부 중심으로 급격히 선회해했습니다. 당시 동유럽사회주의가 붕괴되고 ‘고난의 행군’에 직면한 김정일 정권이 어쩔 수 없이 군부에 의지해 권력을 유질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유력했습니다.

국가의 최고통치기관을 국방위원회로 선포하고 김정일 자신은 국방위원장이라는 비정상적인 권력의 자리에 올라앉았습니다. 6차당대회 이후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7차대회에서 김정일의 뒤를 이은 김정은은 자신을 노동당위원장으로 내세웠습니다.

김정일 정권에서 시작된 군부 파쇼통치에서 벗어나 과거 김일성 시대처럼 노동당 중심의 독재정치가 다시 시작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노동당 중심의 통치에도 의문부호가 찍혔습니다.

지난달 말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김정은은 기존의 국방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개정하고 자신을 국무위원장으로 승격시켰습니다. 한마디로 당, 행정, 사법기관을 국무위원회가 총괄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등장한 국무위원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든 국방위원회의 이름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무위원회는 무력기관과 사법기관, 지어 마원춘을 설계국장으로 한 건설기관들까지 총괄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기관으로서 노동당의 사명은 끝났고 이제 노동당은 겉으로 어떻게 표현을 하든 국무위원회에 의해서 인민보안부나 국가보위부처럼 한 개의 직속 기관처럼 다뤄질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핵심인 노동당 중심의 통치 체계를 벗어난 북한, 김정은 시대 역시 비정상적인 통치 조직인 국무위원회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키워내며 내부적인 모순을 격화시키고 있습니다. 국무위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북한의 미래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며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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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간첩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무려 3백여명의 주민들을 체포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간첩사건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몰라 지금 북한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애초 이 사건은 지난 5월 중순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시작됐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수사에 앞서 한국으로 탈북한 가족들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 돈을 받고 한국에 국가비밀을 팔아먹은 자들은 한주일 내에 자수하라고 공개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국가보위부에 자수한 주민은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었고 이런 가운데 국가보위부는 5월 19일 함경북도 온성군과 회령시, 청진시와 샛별군 일대에서 하루 동안에 30여명이 넘는 북한 주민들을 간첩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경연선에서 체포된 이들 30여명의 주민들 말고도 국가보위부는 함경남도와 평안남도 지어 황해북도 주민들까지 체포해 함경북도 보위부에 끌고와 가혹한 고문과 함께 여죄를 따져 묻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체포된 주민들은 북한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해 사는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 도움을 받던 주민들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보위부의 잔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자신과 연계된 사건들을 실토하면서 그 피해는 끝이 어딘지 모를만큼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여파가 커질수록 무언가 석연치 않은 문제들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사건의 단서로 되는 중요 문서를 송금브로커, 북한에서 이른바 ‘프로돈’장사꾼으로 불리는 한 탈북여성의 집을 수색하던 중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월 중순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탈북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송금브로커 여성은 지금껏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이 보낸 돈을 중국으로부터 넘겨받아 그중 20%를 수고비로 뗀 후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보내는 돈을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전달해 주는 송금브로커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북한 보위부에 꼬리를 밟히게 되자 그는 두만강을 건너 급히 탈북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보위부는 이 여성이 살던 가택을 수색한 결과 그동안 탈북자들이 보낸 돈을 전달해 준 기록이 남은 수첩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 수첩 속엔 돈을 넘겨받은 액수와 시간, 돈을 전달해 준 사람들의 주소까지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정말 그런 기록이 적힌 수첩을 발견했는지 아니면 조작된 것인지 지금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과 연계를 가진 북한의 송금브로커들은 절대로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이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원인은 북한의 사법기관들에 혹시라도 걸려들 경우에 대비해서입니다. 북한에서 송금브로커, 이른바 ‘프로돈’ 업자들은 주변의 사람들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금브로커들은 북한에서보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속에 더 잘 알려져 있고 한국을 통하지 않으면 평소 그들의 활동을 탐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더욱이 북한당국이 탈북브로커들을 체포한 경우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하는 원인도 그들이 일체의 기록이 남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을 송금브로커들은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전달만 해줄 뿐 주소지나 이름은 일일이 외워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설령 국가보위부에 그들이 잡힌다고 해도 진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북한에서 송금브로커는 간첩행위자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이런 위험부담을 항상 안고 있는 송금브로커가 기록들을 남겼고 그 기록이 담긴 수첩을 국가보위부가 가택수색을 통해 입수했다, 이런 얘기인데 물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또 북한처럼 주민들에 대한 고문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나라에서 한명의 체포자를 통해 줄줄이 사건이 확대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체포규모가 워낙 큰데다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온성군의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탈북브로커가 기록으로 남겼다는 수첩은 국가안전보위부의 날조일 수 있으며 보위부가 이 사건을 확대시키는 이유가 따로 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5월 중순 북한을 탈북했다는 송금브로커의 행방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국가안전보위부의 주장대로 송금브로커였다면 분명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연계가 있을 것이고 그들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송금브로커의 기록이 남은 수첩을 구실로 국가안전보위부가 어떤 정적이나 다른 조직을 제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공포심을 조성해 한국과 연계된 주민들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것인지 실체는 곧 밝혀질 것입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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