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북한 중산층 몰락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08-0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을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해외에 파견됐던 북한의 간부들과 근로자들의 탈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밀자금을 책임지고 관리하던 간부도 가족과 함께 탈출했다는 보도가 한국의 여러 언론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에서 김정은의 비밀자금을 관리하던 간부도 탈북 했습니다. 중국에서 운영되던 류경식당 종업원 13명이 노동당 7차대회를 불과 열흘 앞둔 시각에 한국으로 탈출한 사실은 북한에 계시는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예전엔 주로 북한의 주민들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넘어서, 그렇지 않으면 바다를 통해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집권 후 김정은은 주민들의 주요 탈북통로였던 국경과 해상을 철저히 봉쇄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경과 해상을 막아 놓으니 이젠 해외에 파견됐던 근로자들과 간부들의 탈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해외 파견 간부들과 근로자들의 연이은 탈북은 김정은 정권의 장차 운명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가정적 토대가 좋은 사람들만을 철저히 선발해 해외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발된 근로자들과 간부들이 해외에서 탈북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기본계층이 북한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핵, 미사일을 휘두르며 국제사회를 위협해보려 해도 민심을 잃고 지지기반이 무너져 내리면 권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핵이 ‘만능의 보검’이라고 떠드는 김정은 통치집단이 그래서 어리석다는 것입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만능의 보검’은 핵이나 총포탄과 같은 무기가 아니라 인민대중의 지지기반입니다. 인민의 신뢰를 잃은 자들이 살아남은 사례는 어느 지역도 어느 역사에도 기록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해외에 파견된 근로자들, 그리고 간부들이 왜 앞 다투어 탈북의 대열에 뛰어들고 있는지 그 원인을 따져 보았더니 역시 사정은 북한 내부에 있었습니다. 소식통들은 그 원인을 북한의 중산층들, 신흥 ‘돈주’들의 가파른 몰락에서 찾았습니다.

김정일 시대까지만 해도 북한은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를 절대로 설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에서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는 공공연히 합법화되고 간부들의 부정부패는 하나의 생존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장마당을 늘리고 주민들의 장사를 막지 않고 있는 점도 황금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주변의 눈치를 봐가던 부유층들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 노골적으로 부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수준을 벗어난 장사꾼들은 국가기관의 이름을 도용해 개인 화물자동차까지 소유하고 일정지역의 상품을 독점하는 지경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신흥 ‘돈주’들이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6월 초부터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5월말 국가안전보위부가 ‘109상무’를 앞세워 불법영상물과 불법도서 검열을 전국적인 범위에서 시작했다”며 “이에 질세라 6월초부터 검찰과 인민보안성이 전국적 규모에서 ‘경제감찰’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보위부의 불법영상물과 불법도서 검열은 개인과 가정을 상대로 진행되지만 검찰과 인민보안성이 합동으로 시작한 ‘경제감찰’은 기관기업소들을 상대로 벌리는 집단검열이어서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자의 수가 더 많다”고 이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영상물과 불법도서만 해도 검열강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며 지난 5월말 청진시 포항구역 ‘109상무’의 단속에 걸린 청진예술전문학교 여대생이 자살한 사건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불법영상물과 불법도서 검열을 강행하면서 이번 검열에서 불법영상물이 적발된 자들은 ‘시범겸(본보기)’로 공개처형 할 것이라고 주민들을 협박했다며 여대생의 자살도 공개처형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검찰과 인민보안성이 합동으로 진행한 ‘경제감찰’ 역시 국가 자금을 횡령한 자들에 대해 무자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선언해 공장기업소 간부들을 떨게 만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회령시의 경우 거의 모든 인민반장들과 동사무소 직원들, 많은 공장기업소의 간부들이 조사를 받았고 그중 인민반장 16명이 구속되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돈과 연계돼 체포된 건 처음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인민반장들이 많이 걸려든 원인에 대해 소식통은 “김정일 시대까지만 해도 세외부담이라고 하면 장갑이나 된장과 같이 현물을 거두었는데 김정은 시대엔 무조건 돈만 거두고 있다”며 “가정형편에 따라 바치는 돈의 액수가 다르기 때문에 중간에서 떼어먹는 인민반장들과 동사무장들이 많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어떤 과제를 제시하고 돈을 거둔 후 자금관리가 매우 허술했다며 인민반장들은 물론 동사무소들도 한해 몇 회에 거쳐 어떤 사람들로부터 얼마만큼의 돈을 거두었다는 장부조차 제대로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인민반장들은 돈을 떼어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거둔 돈을 어떻게 썼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한 장부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구속되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또 검열 초기의 공포감도 나중에 모두 해소됐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국가보위부와 검찰, 인민보안성이 주민들과 행정 간부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먹기 위해 일부러 검열공포를 확산시켰다”며 “돈이 있는 사람들만 골라가면서 검열을 강화했던 것도 그런 목적 때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양강도 ‘버스사업소’ 지배인의 경우 아들과 사위가 ‘버스사업소’의 이름을 도용해 개인 버스를 운영한 것이 적발돼 버스를 몰수당한 것은 물론 아버지와 아들, 사위까지 모두 구속되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 인민보안성 간부들은 이들에게 10년 이상의 형이 적용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10년이라는 징역형에 처해진다는 협박에 그들은 신흥동에 있는 집까지 팔아 사법기관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쳤다”며 “뇌물을 바쳐 감옥에서 풀려는 났지만 그들은 하루아침에 거지신세가 됐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혜산시에서만 국가보위부와 검찰, 인민보안부의 검열경쟁으로 체포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주민들은 3백 명이 넘는다며 지금은 뇌물과 벌금을 바치고 모두 석방되거나 사건이 무마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던 사람들은 대부분 공장기업소 간부들이거나 ‘돈주’로 불리는 사람들이었는데 자칫 재산까지 날리고 교화(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상당한 재산을 뇌물로 바치고 처벌을 면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번 검열에서 개인들이 불법적으로 보유하고 돈벌이에 사용하던 자동차나 버스, 경운기(소형트랙터)는 당국에 몰수됐지만 뇌물로 바친 돈이나 다른 금품들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 수 없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검열로 인한 중산층들의 몰락은 장마당 경기를 위축시켜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그 결과는 북한 내부 주민들과 해외에 파견된 간부들, 근로자들의 탈북의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