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 어떻게?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4.08.11
japaness_vist_nk_305 북한을 방문한 일본인 성묘객이 청진시에 있는 일본인 묘지를 방문해 합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총련계 귀국자들은 당국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 결과가 오히려 북·일 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를 끝낸 것 같다, 8월 8일 문 기자가 이런 내용의 보도를 했는데요. 그러면서 문 기자는 해당기관인 ‘국가보위부’가 “이번 조사에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이게 좀 의문인데요. 일본인 납치피해자 ‘특별조사위원회’의 핵심기관이 국가안전보위부라는 사실은 북한 선전매체와 외부 언론들이 이미 보도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보위부가 조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대체 뭘 한다는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문성휘: 네, 북한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문제와 관련해 이미 저의들이 여러 건의 기사들을 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각 지방별로 있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에서 사법기관인 국가보위부나 인민보안부는 특별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마디로 이게 북한의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방법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솔직히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가보위부를 비롯한 사법기관들이 별로 조사할 것이 없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네, 귀국자나 그들을 따라 온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11과에서 이미 철저한 관리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문 기자가 지난번에 했던 설명이죠?

문성휘: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애초 인민반을 통해서도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생활형편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건데요. 더욱이 국가보위부와 다른 사법기관들은 어디까지나 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대로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조사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잘 이해를 못하지만 간부들이나 지식인들은 어렵지 않게 이해를 한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일단은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주도했다는 건데 그렇다고 북한의 사법기관들이 전혀 할 일이 없는 것은 또 아니라고 합니다. 직접적인 권한을 가지고 ‘조사’는 할 수는 없지만 조직지도부의 지시에 따른 조사와 수사에는 동원된다고 합니다.

실례로 그동안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나 행불자에 대한 수사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니까 조직지도부가 직접 국가보위부에 지시를 한다는 거죠.

박성우: 그러니까 조직지도부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국가보위부에 수사를 지시한다, 이 이야기인거죠?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와 관련해서는 8월 8일 제가 쓴 보도에서 자세한 설명이 있는데요. 이번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는 순수 총련계 귀국자들과 그들을 따라 온 일본인 출신 귀국자들을 엄격히 구분해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일반 귀국자들은 따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국적의 귀국자들은 당 간부들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또 7월 21일,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북한은 오늘’ 시간에서도 다룬바 있습니다. 다시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각 인민반들을 통해 수집된 재일본 귀국자들의 실태가 상위 기관인 동, 구역사무소들에 통보되고 이것이 다시 해당 당 조직지도부에 보고되는 형식이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북한 당국은 이렇게 조사된 내용에 기초해 생활이 어려운 귀국자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국가보위부나 다른 사법기관, 행정기관들은 필요한 경우 조직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일본인 조사에 나서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이 지금까지 전한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필요한 경우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 설명을 좀 더 해주시죠.

문성휘: 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해방 전에 사망한 일본인이나 일본군 병사들에 대한 조사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소련은 1945년 8월 9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선전포고를 했는데요.

이 선전포고 후 1945년 8월 12일부터 일본이 완전히 항복을 선언한 날인 8월 15일까지 사이에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소련군의 ‘라남 상륙작전’이 진행돼 상당수의 일본군 병사들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본군의 시신들은 주로 청진, 원산, 남포 등지에 묻혀 있었다고 하는데요. 전후 북한 당국은 사망한 일본인 병사들의 시신 일부를 일본에 넘겼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전역엔 해방 후 본국으로 귀국하지 못한 일본인 병사들과 민간인들이 적지 않게 묻혀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신들이 묻힌 묘는 그동안 북한 당국이 방치해 온데다 일본에 대한 적대교육의 피해로 많이 훼손됐다고 합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일본인들의 유골을 찾는다고 해도 사망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게 몹시 어렵다고 하는데요. 북한의 국가보위부나 인민보안부가 동원돼 이런 묘들을 새로 찾고 있지만 사망자 신원확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은 일본인들의 독특한 장례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박성우: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문성휘: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얘기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장례를 치룰 때 상대를 확인할 만한 흔적을 일체 남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군도 북한에서 철수할 당시 사망한 병사들의 시신에서 군번을 모두 회수해갔다고 합니다. 사망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게 만들어 놓았다는 건데요.

이는 해방 전 북한에서 살다 사망한 일반인들의 묘도 마찬가지라 합니다. 일본인들은 사망 후 묘의 시신주변에 비석 외에는 본인을 확인할 만한 아무런 유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인데요.

그렇다보니 북한에서 그동안 역사유물들에 대한 훼손이 심각했지만 일본인들의 묘에 대한 도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신 현재 북한 당국이 국가보위부와 인민보안부를 동원해 일본인들의 시신 찾기에 나섰지만 신원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원이 아예 바뀐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게 총련계 귀국자들이 북한으로 들어 올 때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묘에 대해 그들에게 부탁한 일본 주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박성우: 묘를 좀 돌봐 달라, 그 말이군요?

문성휘: 네, 그 말이죠. 그래서 북한에 있는 귀국자들이 그동안 일본인들의 무덤을 몰래 관리를 해 온 게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 있는 일본인들의 무덤은 북한 주민들과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북한 현지 주민들처럼 묘비를 바꾸어서 관리를 해오고 있다는 거죠.

박성우: 일본 이름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네, 북한 사람의 이름으로 묘비를 위장하고 있다는 거죠. 이런 경우를 의식해 노동당 조직지도부나 보위부가 그러한 묘들이 있으면 제때에 신고하라고 귀국자들에게 많이 통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환을 두려워하는 귀국자들이 이에 잘 응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북·일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는 귀국자들은 일본과 북한의 관계가 워낙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칫 이렇게 주인 없는 일본인들의 무덤들이 북·일 관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면 북한 당국이 주인 없는 일본인들의 시신들을 돌려보낸다는 구실로 일본정부에 많은 돈을 요구한다거나 또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들을 만들어내면 오히려 북·일 관계는 개선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총련계 귀국자들의 걱정거리라는 거죠.

박성우: 진짜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일본인 납치 피해자 조사가 북·일 관계를 개선하는데 좀 도움이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하고 있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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