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수재(水災)는 인재(人災)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09.05
nk_ch_board_b 2016년 8월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이 북한과 중국이 국경을 맞댄 접경지역에 피해를 끼쳤다. 사진은 투먼시 일대 두만강 범람을 막기 위해 구급요원들이 강변에 모래주머니를 쌓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을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지난해 김정은은 큰물피해를 입은 나선특별시에 군인들을 동원해 살림집들을 새로 짓고 이미 있던 건물들을 복구하도록 신속히 지시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잘 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정작 큰물피해를 입은 현장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큰물피해의 흔적들을 다 제거하고 새로 살림집을 지을 때 얼굴을 보였습니다. 살림집 건설이 완공됐을 때도 현장을 찾아 자신의 위대성을 부각시키느라 애를 썼습니다.

최근 동북아 지역을 강타한 태풍과 지진으로 중국과 일본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김정은과 달랐던 점은 사고가 나자 급히 현장에 달려가 피해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선특별시가 큰물피해를 입었을 때 김정은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지어 피해를 본 인민들을 직접 만나거나 그들의 안타까움을 들어주지도 않았습니다. 올해 나선특별시를 비롯해 함경북도와 양강도는 또 다시 큰물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의 언론들도 피해소식을 신속히 전하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김정은이 피해현장을 시찰했다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피해복구가 다 끝나고 나면 제 자랑을 하느라 또 얼굴을 내비칠 게 뻔합니다.

오늘도 큰물피해로 집을 잃고 고통 받을 북한 인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에 10호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의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아직 북한의 언론들은 조용하지만 소식통들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 역시 함경북도에 못지않은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주 북한 유엔 상주조정자 겸 유엔개발계획(UNDP) 상주대표 타판 미슈라는 북한 내 유엔기구들과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에게 9월 3일 보낸 전자우편(이메일)에서 태풍으로 인한 북한의 홍수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미슈라 상주대표는 함경북도 일대의 홍수로 10여명이 숨지고 1만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적어도 2만6000여 가구가 식수도 없이 고립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역시 “두만강 유역에 관측 이래 가장 큰물이 발생하여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혹심한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회령시와 무산군, 연사군이다. 회령시에서 15명이 행방불명되었다”고 지난 2일 보도를 했습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은 큰물피해와 관련해 중국 당국에 구조를 요청했고 중국 구조대가 무인기와 헬리꼽터(헬기)까지 투입해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에서 위험에 처한 북한 주민들을 구조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큰물피해 상황과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반응은 공식적인 보도 내용들과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소식통들은 “이번 수재(水災)는 인재(人災)”라고 평가하면서 그 원인을 심각한 산림훼손과 환경파괴에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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