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산 중고 및 폐품 수입경쟁 치열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10.31
nk_autobike_b.jpg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 국경지역에서 북한 군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김일성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항일 독립운동가 김현충의 기록이 일본 육군사관학교 비밀기록에서 발견됐습니다. 일제 강점기 만주지역에서 항일독립운동을 이끌던 김일성의 본명은 김광서로 함경남도 북청군 양반가문 출신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최근 밝혀진 자료에 따르면 김현충은 1909년 도쿄 육군중앙사관학교 제8기 졸업생으로 당시 나이는 22세였습니다. 도쿄 중앙사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한동안 일본육군 기병대에서 중위로 활동한 경력까지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김현충은 1919년 한국에서 일제의 침략을 반대하는 3.1운동이 시작되자 독립의 꿈을 안고 중국으로 향했습니다. 김광서라는 본명을 버리고 김현충으로 이름을 개명한 데는 나라를 빛내는 충신으로 살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만주에서 빨치산 활동을 할 때에는 일제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김경천, 김일성이라는 여러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백마를 탄 김일성 장군’이라는 말은 이때부터 등장했는데 애초 김현충이 기병출신이었던 것과 연관이 있는 듯싶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매우 신사적인 인물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고 알려졌는데 김현충이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실제 해방 후 김일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등장한 평양출신 김성주는 일본어를 전혀 몰랐습니다.

김현충은 시베리아에서 소련군과 손잡고 일본군과 만주지방 마적단, 러시아 백파잔당들과 싸우며 연해주 조선군 사령관으로 추대됐습니다. 1930년대 후반 스탈린의 조선인 추방사건 때 체포되어 감시 속에서 살다 비운을 맞았습니다.

권력을 위해 한평생 남의 이름을 도용해 살아야 했던 평양 만경대 출신의 김성주, 동족상잔의 6.25전쟁과 더불어 지금껏 북한의 인민들이 김일성이라고 믿고 살아 온 인물의 실상이 드러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럼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은이 35년 만에 개최된 직업총동맹 제7차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입병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자”고 했는데 북한의 인민들은 “도대체 수입품을 대체할 국산품이 어디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 시간에 전해 드린바 있습니다.

국가안전보위성이 북부 수해지역에 내려와 강력한 검열을 진행하면서 최근 중국산 중고자동차와 오토바이 부품을 밀수하던 주민 30여명을 체포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드렸는데요. 그래서 소식통들을 통해 북한의 중고시장 상황을 좀 파악해 보았습니다.

북한에서 제일 밑천이 적게 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이 일명 ‘쓰레기 장사’라고 불리는 중국산 중고, 폐품 밀수업자들과 수리업자들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제일 인기가 높은 중국산 중고 제품은 당연히 노트북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는데요.

대개 낡고 고장 난 노트북은 무게가 적고 밀수로 한꺼번에 많이 들여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밀수꾼들의 경우 중국에 있는 친척이나 지인들을 통해 고장이 나거나 낡아서 쓸 수 없는 노트북을 거의 공짜로 들여오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컴퓨터 수리공들은 밀수꾼들로부터 이런 중고 노트북을 얼마나 낡고 고장이 있는지에 따라 중국인민폐 80위안 정도부터 500위안까지 주고 넘겨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낡고 고장 난 노트북은 수리공들의 손을 거쳐 멀쩡하게 다시 살아난다는 거죠.

북한에서 중국산 중고제품들은 겉면이 얼마나 낡았는지에 따라 상중고, 보통중고, 등외품으로 나눈다고 하는데요. 중고 노트북의 경우 상중고는 중국인민폐로 2천위안, 보통중고라 해도 중국인민폐 1천 2백위안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나오는 노트북은 ‘CD 룸’ 일명 디스크라고 불리는 알판(DVD)을 쓰는 기능을 아예 없애버리고 있는데 북한에서 노트북은 알판을 쓰는 기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몰래 숨겨두고 불법 영상물을 보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건데요.

북한의 장마당에서 중국인민폐 8백 위안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는 등외품 중고 노트북도 간단한 문서작업이나 1980년대 한국에서 유행하던 고전게임 정도는 잘 돌아간다고 합니다. 물론 알판으로 영화를 보기에도 별 무리가 없다고 하고요.

노트북을 북한에서는 흔히 노트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중고 노트컴 장사 외에도 중국산 중고 판형텔레비전(LCD TV), 냉동기(냉장고)와 세탁기, 오토바이와 자동차 부속품에 이르기까지 중고품들은 다 돈을 벌수 있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중국산 중고 판형텔레비전과 오토바이는 대부분 개인들이 밀수를 통해 들여온다고 합니다. 요즘 북한의 주민들속에서는 농업용으로 쓰이는 중국산 경운기와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삼발이 오토바이도 큰 인기라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는데요.

이번 함경북도 수해지구에서 국가안전보위성이 체포한 주민들은 중고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짜나 다름없는 중고 오토바이나 자동차 밀수가 큰 문제로 되는 것은 북한의 외화벌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은 중국산 중고 노트북과 텔레비전을 들여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불법적인 범죄로 엄격하게 낙인찍은 품목이니 외화벌이 기관들은 개인밀수꾼들에게 중국산 중고 노트북이나 텔레비전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그 외의 폐품이나 중고품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합니다. 개인 밀수꾼들에게 중고 노트북과 텔레비전을 양보한 것도 가슴이 알찌근한 외화벌이 기관들이 중고 오토바이까지 개인밀수꾼들이 독점하는데 대해선 상당히 불만이 높다는 거죠.

실제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은 중국에서 폐품 처리 되었지만 수리가 가능한 폐품이나 중고품들을 많이 수입해 들인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수성천회사나 인민무력부 흥성무역과 같은 외화벌이 기관들은 중고품 수입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데요.

북한의 외화벌이기관들은 더 많은 폐품이나 중고품들을 중국에서 끌어 들여 주민들로부터 외화를 긁어 모으기 위해 회사들마다 전문 수리인력까지 배치해 놓고 있다고 합니다. 수리인력들이 중고품들의 부품을 교체해 다시 판다는 건데요.

실제로 국가안전보위성 산하 외화벌이기관인 7국도 이러한 중고품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들에게 있어서 개인들이 폐기된 자동차까지 중국에서 밀수해 들여온다는 건 금기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 북부 수해지역인 함경북도 무산군과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에서 폐기된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밀수하다 체포된 주민들이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더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가전제품, 윤전기재(바퀴가 달린 운송수단)의 수요가 높은 북한에서 중국산 폐기물이나 중고품들은 눅은(싼) 값에 원하는 제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어 중고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직업총동맹 7차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입병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자”고 호소했지만 국산품 중에는 변변한 것이 없고 외화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중국산 폐기품과 중고품 시장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전망입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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