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휘감은 ‘난기류’
2017.02.03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한반도 휘감은 난기류’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황교안 한국 대통령권한대행은 지난달 30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한미 공동방위 능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100% 한국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황 권한대행은 “확고한 대응으로 북한의 셈법을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북한을 향해 시쳇말로 ‘까불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깔려 있습니다.
다음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은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곧 이어 매티스 장관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최우선 안보현안으로 다룰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는 동시에 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매티스 장관은 아울러 ‘누구도 한미 양국을 이간할 수 없다”고 말해 북한이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접촉하는 이른바 ‘통미봉남’의 간계에도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양국 합참의장도 1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도발억지를 위해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구축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를 전개하는 문제도 논의했습니다. 또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미국 본토에 있는 F-16팰콘 전투기 12대를 이달 중 한반도에 배치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정치적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군사적 실행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됩니다.
미국 의회와 북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북 강경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밥 코커 미 상원외교위원장은 북핵 청문회에서 대북제재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북압박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북한 정권교체, 체제전복, 대륙간탄도미사일 타격 등 김정은 정권을 바짝 긴장시킬 만한 의견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입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이 대북정책의 본격적인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머지 않아 그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현재 미 행정부 기류를 감안하면 매파의 득세로 대화보다 강경 쪽으로 방향타를 틀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출신답게 파격적인 대화 제의를 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북한의 태도를 중대 변수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여기에, 과연 북한의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이 따라 붙습니다. 요지부동인 북한에 트럼프 행정부가 조건 없이 ‘당근’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미북 관계는 당분간 북핵 미사일로 인한 외교적 소강국면과 군사적 대결구도가 중첩돼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전망입니다.
남북관계도 미북관계와 유사하게 답답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예견됩니다. 북한은 남한의 대통령 탄핵 정국을 주시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요소를 찾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탄핵 소용돌이로 어지러운 남한은 정국 안정을 회복하려 애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건설적인 대북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치기 힘듭니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대통령 선거를 통해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이렇다 할 남북대화를 기대하는 전문가를 찾기 어렵습니다. 경색된 남북 관계는 일정 기간 바람직하지 않은 ‘뉴 노멀’, 즉 ‘새로운 정상’으로 자리잡을 거란 반갑지 않은 예측도 나옵니다.
도발과 위협에 신물이 난 한미 양국에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야 할 북한이 1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오는 3월 실시될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파국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한껏 높였습니다. 북한의 호전적 발언이, 한미 양국에서 ‘말로 해선 안 통한다’는 대북관을 더욱 굳어지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