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북한은 전투- 남한은 즐거움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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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620.jpg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직원이 간편식 제품을 진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북열차방송원의 남한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남한에서 장보기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장보기에 대해 전해주신다고요.

정진화: 네, 북한에선 아빠가 장을 보던 엄마가 장을 보던 거의 생계가 먹고 사는 것이 중심이 돼있다 보니 장보기가 하나의 전투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시간도 아침저녁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장볼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북한처럼 꼭 시간을 정해 놓고 오늘 이것을 안 사면 내일 우리가 굶는다. 이런 것은 없으니까 오늘은 장보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코로나 19 때문에 미국에서는 현재 많은 분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당장 필요한 화장지나 생수 등을 한꺼번에 구매 하면서 가게 물건이 동나고 있는 데요. 한국은 어떻습니까?

정진화: 저희도 그런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들었는데 아직까지 한국은 사재기가 없습니다. 마트도 그렇고 백화점도 그렇고 물건은 넘쳐나는 상태이고요. 모든 것이 정상이고요. 한국에서는 아직 사재기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제 기억으로는 한국에서도 한때는 설탕이나 라면 등 위기 상황에서 대비해 사재기를 한다 이런 말이 있었는데요.

정진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사재기란 단어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때는 뉴스에서 사재기를 해서 생수가 동이 났다. 쌀이 동이 났다. 라면이 동이 났다. 이런 말이  있었는데 그것이 언젠가 하면 북한에서 도발이 있었을 때였습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쐈다. 이런 일이 있으면 한국분들이 혹시 전쟁이 일어날까 걱정을 하시나 봐요.  그래서 마트나 이런 곳에 가서 쉽게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라면, 생수 등을 그 당시에는 사재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제 서울에서 18년을 사는데 한번도 우리동네 마트가 사재기로 해서 매장이 비어있고 하는 본적이 없습니다.

기자: 그때 당시란 것이 언제를 말하는 겁니까?

정진화: 2010년 이전이거든요. 그때는 김정일이 생존할 때인데 그때는 도발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어요. 지금은 발사체 발사라고 하지만 그때는 미사일이었거든요. 그때 당시는 남한주민들이 불안해서 생수를 사재기 한다. 라면을 사재기 한다 이랬는데 탈북민이 많이 남한에 오면서 북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여기 들어오는 거예요. 또 너무 자주 미사일을 쏘고 이런 것이 반복되다 보니까 주민들이 위기의식을 점차  못 느끼게 되고 하면서 사재기란 말이 없어졌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장볼 때와 남한에서 장볼 때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정진화: 당연하죠. 저희가 북한에서 장볼 때는 솔직히 물건값이 사람이 몰리는 시간이 제일 비싸고 저녁에 장이 끝날 때는 오늘 꼭 팔아야 하는 물건을 못 팔면 가격이 좀 떨어질 때도 있는데 북한 시장 자체가 물건이 넘쳐나서 이 사람도 사고 그것이 언제 나한테까지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장보는 것이 하나의 전투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제가 와서 제일 처음 놀란 것이 뭔가 하면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황해도 지역은 쌀이 많이 나는 곡창지대니까 황해도는 쌀값이 쌉니다. 그래서 함흥에서 공업품이나 일용품을 사서 기차를 타고 또는 자동차를 타고 황해도에 가서 쌀을 바꿔온단 말입니다. 황해도에서 쌀을 사서 함흥에서 팔면 남는 겁니다. 황해도와 함경도의 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데 한국은 그런 것이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만든 물건은 제주도에 가면 저는 그게 비싸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어디서나 값이 같은 거예요. 그것이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장을 보러 갈 때는 어느 마트를 가나 시식코너를 돌면서 이것도 맛보고 저것도 맛보고 시장에 가는 것이 즐거움이죠. 그런데 북한에서 장보는 것은 우리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는 하나의 생존전투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자: 물건을 사기전에 먹어본다는 시식코너란 말을 북한 청취자들은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정진화: 맞습니다. 북한은 그 차체가 없습니다. 식료품 상점이라고 해도 우리가 집집마다 식료품 카드를 가지고 가서 우리가족이 6명이면 그에 해당되는 된장이나 간장을 주는 이런 시설은 있었는데 한국처럼 아무리 식품 매장이라고 해도 이것을 한번 맛보고 사세요. 이런 시식코너는 북한에는 없어서 북한주민은 잘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렇게 말하면 좋겠어요. 우리가 시장에 갔을 때 두부를 판다고 할 때 살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에게 장사꾼들이 한 번 맛보세요 이렇게 하는데 그것을 한국에서는 시식코너라고 하거든요. 식품을 파는 매장에는 다 있습니다.

기자: 한국에서는 다들 원하면 먹어보고 살수 있군요

정진화: 여기는 보편화 돼있어요. 큰 백화점이나 동네 시장도 그렇고요. 재래 시장을 가면 북한 장마당하고 똑 같은 거예요. 그런 시장에 가도 하도 많으니까 뭘 살까 하고 망설이면서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면 아줌마들이 이거 맛보세요 맛이 없으면 사지 마세요. 조금 더 줄게요. 이렇게 부르는 거죠.

기자: 보통 장을 볼 때 백화점을 갈 때도 있지만 재래시장을 이용하기도 하잖습니까?

정진화: 동네 시장에서는 동네 주민을 상대하니까 딱딱 포장이 안돼있어요. 큰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오이가 3개 천원이라고 하면 포장된 것을 담아오는데 동네 시장은 아니에요. 동네 시장에서는 바구니에 가득 오이를 담아 놓으면 사는 사람이 골라서 가져올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것이 동네 시장이고 백화점은 직원들이 이미 포장된 물건을 파는 곳이고 동네시장은 북한 장마당과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자: 재래시장과 비교해 큰 상점의 가격은 어떤가요.

정진화: 가격은 차이가 있어요. 어떤 때는 동네 시장이 더 비쌀 때가 있어요. 백화점은 대량으로 물건을 받아오기 때문에 할인이 많습니다.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와서 끼어서 팔기도 하고 할인행사를 하기 때문에 동내시장 물건값이 더 비쌀 때가 있습니다.

기자: 직접 가서 물건을 사기도 하지만 집에서 배달을 시키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정진화: 특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분도 많고 또 식구들이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또 혼자 사는 가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지금은 1인 가구가 대세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것보다는 배달을 굉장히 많이 시켜요. 그래서 그런 사람을 겨냥해서 새벽배달을 기본으로 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새벽에는 배달하는 것 차체가 힘들기 때문에 별도 요금을 청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꼭 그 시간에 먹어야 하겠다 하면 그 돈을 감안 하고라도 새벽에 배달을 시키는 것이 여기는 보편화 돼있습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남한에서의 장보기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북한에서 장보기는 주부나 세대주나 삶 자체가 그냥 하나의 전투다 보니 장보는 것도 큰 부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니에요. 아침에 편하게 일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면서 오늘은 냉장고에 뭐가 없었지 하고 기억을 했다가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몸이 불편하거나 또는 시간이 없으면 배달을 시키는 거예요. 배달 시키면 집에 약속된 시간에 맞춰 물건 하나 빠짐 없이 도착합니다. 또 물건을 사기 위해 지방을 가고 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주부로 산다는 것은 엄마로서 가정의 식탁을 책임진 사람으로는 굉장히 즐겁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에서 장보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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