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팔 물건도, 찾는 사람도 없는 평양 제1백화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2.02.16
py_department_305 1.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 ‘평양 제1백화점’ 2. 진열된 물건 앞을 지키고 있는 북한 보안원. 질서 유지와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0년부터 보안원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3. 위생지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북한 주민. 가난한 평양 시민이나 지방에 거주한 주민이 대부분이다. 4. 썰렁한 이불 매장 앞의 북한 여종업원. 실제로 진열품 밖에 없어 이불은 판매하지 않았다.
사진-일본 아시아 프레스 제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전 세계 5천 명 이상의 사진작가가 참가하고 10만 장이 넘는 사진이 출품된 ‘2012 세계보도사진전’에서 북한의 평양을 찍은 사진이 일상생활 부문에서 1등 상을 받았습니다.

이 사진은 높은 곳에서 평양 시내를 내려다보며 찍은 작품인데요, 여러 개의 건물 속 수십 개의 창문은 모두 불이 꺼져있지만 오직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초상화는 불빛을 받아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불빛 하나 없는 북한 평양의 모습에서 심각한 전력난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도시의 모든 불빛을 꺼져 있지만 수년 전에 숨진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만이 유일하게 빛나고 있는 이 사진은 북한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람 사는 곳의 불은 꺼져도 김일성 주석의 사진에는 불을 밝혀야 하는 세상. 오늘날 북한의 모습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진열된 물건은 전시용, 실제 파는 물건은 거의 없어
- 대부분 북한 주민은 국영상점보다 장마당에 간다.
- 가난한 평양 시민, 퇴직한 노인들, 지방 주민만이 백화점 찾아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 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오늘도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세요.

- 2월 16일은 얼마 전에 숨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었습니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숨진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생일이어서 더 관심이 큰데요, 북한에서는 어떤 모습이었는지요?

[Ishimaru Jiro] 네, 올해부터 2월 16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아직 특별한 소식은 전해진 것이 없는데요, 다만 “2월에는 정상배급을 준다는 연락이 있었다”라고 함경북도의 취재 협조자가 전해왔고,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특별공급, 즉 선물이 매년 나왔는데 올해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주는지 지켜보자”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다룰 소식으로 어떤 내용이 준비돼 있나요?

[Ishimaru Jiro] 오늘은 북한의 대표적 상업시설인 ‘평양 제1백화점’에 대해서 전해 드릴까 합니다. 이것은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데요, 작년 7월에 김 위원장이 현지시찰도 하고 가끔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말하자면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 국영상점의 상징입니다.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것을 보면 물건이 다양하고 풍부한데요, 경제가 파탄상태인 북한에서 어떻게 이런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것을 평양에 사는 아시아프레스의 내부기자가 작년 9월에 취재를 했습니다. 이것을 분석해 봤는데요, 이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사진을 몇 장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해주셨는데, 일단 겉모습을 보니까 상당히 크고 웅장한 건물인 것 같습니다.

[Ishimaru Jiro] 네, 5층짜리 건물이고요, 평양시 중구역의 중심지에 있습니다. 건립된 때는 80년대 초반이라고 합니다.

- 사진을 보니까 다양한 물건이 있는 것 같고, 북한 주민도 많이 찾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 어떤 물건을 파는지 소개해 주세요.

[Ishimaru Jiro] 네. 이곳도 백화점이니까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습니다. 1층은 주로 식품과 담배, 식기류를 팔고, 2층, 3층, 4층에 올라가면 옷도 있고, 텔레비전과 세탁기, 자전거도 많이 진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매장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진도 있지만, 대부분 매장에는 사람들이 안 보입니다. 북한의 국영상점이라는 것은 기본이 국산품을 국정가격에서 판매하는 제도인데요, 이것은 장마당과 다르지요. 국가가 주는 상품 공급표를 갖고 백화점에 가서 아주 싼 국정가격으로 교환하는 건데요, 쉽게 말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건이 있어야 국영상점에서 판매되는 거죠.
실제로 아시아프레스의 기자가 가서 알아봤는데요, 담배 매장에는 아주 다양한 담배가 진열돼 있지만 이날 실질적으로 판매되는 담배는 ‘룡성담배’ 한 가지밖에 없었고요, 식기 매장에서는 밥주걱 하나, 그리고 위생용품 매장에는 여성용 생리 용품이 진열돼 있는데 이것은 판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보안원이 이것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길게 줄을 서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이 매장에서 위생지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9월 초에 평양 제1백화점을 방문했을 때는 담배 한 종류, 금속제 밥주걱 하나, 아동용 신발 한 종류, 가루비누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다 진열만 하고 판매하지 않는 거죠.

- 그렇다면 팔지도 않으면서 왜 다양한 물건을 진열해 놓는 건가요?

[Ishimaru Jiro] 보통 일반 주민은 백화점에 거의 안가고 물건을 살 때는 장마당에 갑니다. 또 백화점에 가도 살 것이 없는 데다 아주 질이 낮은 국산품밖에 없다는 거죠.
저희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진열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다. 아직도 살아 있다’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선전물에 불과하다는 거죠.

- 그럼 물건을 팔지 않는 백화점에 북한 주민이 길게 줄을 선 이유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그럼 백화점에 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하고 물어봤더니 일단 평양 시내의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백화점에서 파는) 국산품의 질이 안 좋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니까 담배 하나를 사려고 해도 온종일 걸린다는 거죠. 그래서 평양 시내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 퇴직한 노인들, 그리고 지방에서 평양에 구경 온 사람들이 북한의 대표적인 백화점이니까 이곳을 한 번 구경하기 위해 올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물건을 사러 백화점에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거죠.

- 결국,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군요.

[Ishimaru Jiro] 그렇죠. 이곳은 북한을 대표하는 국영상점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판매되는 국산품은 몇 가지밖에 없고요, 나머지는 거의 다 진열할 뿐입니다.

- 네. 끝으로 전해주실 이 백화점의 특징을 정리해 주시죠.

[Ishimaru Jiro] 북한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상업시설인 ‘평양 제1백화점’의 모습을 전해 드렸는데요, 거의 상점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상업 유통이 장마당 경제와 시장 경제를 이기지 못해 겨우 전시 시설로만 연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정부는 기능을 다 할 수 없게 된 국영 상업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직도 애를 쓰고 있고, 의미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거죠.
(북한 주민의 일상적인) 소비생활은 거의 100% 장마당 중심으로 하고 있고요, 국영 상점에 물건을 사러 갈 필요가 없는데요, 결과적으로 장마당과 시장 경제를 이기지 못하고 단순한 국산품 전시 시설이 돼버린 국영백화점의 실상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오늘날 북한 경제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Ishimaru Jiro] 네, 고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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