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국민의 ‘기대’, 북에 주는 메시지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5.04.24
cuba_phone_b 쿠바의 수도 아바나 시내에서 한 여성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AFP PHOTO/YAMIL LAGE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오랜 적대국 관계였던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미국과 쿠바는 고위급 회담과 금수조치 해제, 여행 자유화 등 각종 후속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이 양국 정상으로서는 59년 만에 마주 앉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은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쿠바에 미국 대사관 재개설하는 데 주력하는 등 외교관계 복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쿠바의 변화’와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쿠바 국민의 설문조사가 결과가 눈길을 끕니다.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요, ‘쿠바의 봄’을 기다리는 쿠바 국민의 생각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정치․경제․인권 정책에 불만족한 쿠바 국민

- 쿠바 국민의 속마음, ‘민주주의’, ‘더 나은 경제정책’

- 북한처럼 고립됐지만, 북한보다 외부 정보 접촉 많아

- 새로운 희망 보이지만, 실제 변화는 더딜 듯

- ‘북한도 변화 가능하다’,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

지난 4월 9일, 미국의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 1면에는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쿠바에서 확산하는 변화에 대한 갈증, 그리고 변화가 올 것이란 희망’이란 제목과 함께 그 위에는 ‘대부분 쿠바 국민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따라 경제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소개했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미국 마이애미의 설문조사기업인 ‘벤딕센&아만디 (Bendixen & Amandi International)’가 쿠바의 15개 주 가운데 13개 주의 가정을 방문해 이뤄졌는데요, 쿠바 국민이 생각하는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해 미국과 관계개선, 쿠바의 미래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뤄졌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바 국민은 현재 쿠바의 정치․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또 ‘카스트로 독재 체제의 종식’, ‘민주주의 확립’, ‘인터넷 접속’ 등을 ‘현재 쿠바 국민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을 만큼 솔직한 마음을 나타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과 이 설문조사 결과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를 함께 살펴봤는데요,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공산권 국가였던 루마니아 출신으로 북한인권위원회의 사무총장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쿠바와 북한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형제가 권력을 이어받은 쿠바,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한 북한은 독재정권에 중앙집권적 경제정책, 열악한 인권 상황 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외부 사회의 정보를 차단하면서 철저히 고립을 지향한 점과 오랫동안 미국과 적대관계를 형성한 것도 비슷한데요, 하지만 오늘날 변화를 선택한 쿠바가 북한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Greg Scarlatoiu] 쿠바는 남아메리카․북아메리카 국가 중 인권 유린이 가장 심한 나라였어요. 아직도 상황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쿠바와 북한은 좀 다르죠. 쿠바 정권은 피델 카스트로가 설립했지만, 처음부터 공산주의자는 아니었어요. 반면,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공산주의자였죠. 또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가 되기 전에 다른 세계를 경험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북한 정도는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어느 정도 다른 정치 체제, 물론 그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교할 만한 제도를 경험했기 때문에 북한보다 개혁․개방이 조금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선 조사에 임한 1천200명의 쿠바 국민 중 53%가 지금의 정치체제, 79%가 경제정책에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18세부터 49세 사이의 젊은 층이 더 큰 불만족을 보였는데요, 정치체제에 관해서는 ‘자유가 없다’, ‘경제적 발전이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과 함께 불만족을 나타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일당 체제가 아닌 더 많은 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경제정책에서 젊은 층의 불만족은 82%에 달했습니다.

‘카스트로 독재정치를 끝내야 한다’, ‘민주주의를 이뤄내야 한다’,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해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쿠바 국민에 이롭게 해야 한다’ 등이 오늘날 쿠바 국민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겁니다.

[Greg Scarlatoiu] 쿠바 사람들의 생각은 쿠바의 정치․경제 정책 때문에 생활 수준이 너무 낮은 거예요. 하지만 쿠바 정권의 입장은 ‘우리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체제 때문이다’라는 거죠. 물론 이를 안 믿는 사람이 많았지만, 믿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미국과 정상화가 이뤄진 뒤 그런 말을 할 수 없겠죠. 쿠바 정권의 선전에 모순이 생길 겁니다. 앞으로 미국과 교류 형태를 두고 봐야죠. 고위층만 번영할지, 일반인들도 번영할지, 하지만 틀림없이 쿠바 주민에게는 기회이고, 전망이 있다고 봐야죠.

설문조사에서 쿠바의 정치․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족의 화두는 ‘자유’와 ‘희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지 않으니까 우리에게 희망도 없다’,

‘나쁜 경제는 나쁜 정치를 의미한다’,

‘우리는 억압받고 있고, 우리의 대통령을 내가 선택하지 못한다’,

‘표현의 자유가 없고, 쿠바 국민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쿠바 정부는 지난 50년 동안 국민을 착취했다’ 등이 쿠바의 정치․경제 정책에 관한 국민의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오늘날 북한 주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스칼랴튜 사무총장은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의 배경으로 외부 세계에 관한 정보의 유입을 꼽습니다. 물론 쿠바도 북한처럼 철저히 고립된 나라이고, 인터넷은 물론 외부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매주 적은 나라이지만, 그래도 북한보다는 열려있다는 데 주목합니다.

[Greg Scarlatoiu]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쿠바도 고립된 나라이지만, 바깥 세계로부터 정보가 북한보다 더 들어오죠. 그만큼 조금이라도 외부 세계로부터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교를 할 수 있고, 정권을 비판하는 생각도 할 수 있고, 체제를 비교할만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쿠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는 그동안 쿠바 정부가 원칙적으로 외국 언론이나 비정부기관이 독자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또 이번 조사 한 번만으로 ‘쿠바 정부와 국민이 변했다’라는 결론을 확실히 내릴 수 없지만, 변화를 기대하고 갈망하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설문에 답한 쿠바 국민 중 73%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으며 앞으로 5년 내 쿠바 정부에 기대하는 바를 드러냈는데요,

‘젊은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충분하지 않은 급여를 올려달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정한 급여를 제공하라’,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보장하고, 개인 사업을 보장하라’
등을 원했습니다.

또 쿠바 국민은 경제발전을 위해 쿠바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고, 경제정책을 개선하는가 하면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심지어 카스트로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그만큼 이전보다 자유롭고 더 풍요롭게 살고 싶은 쿠바 국민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쿠바 국민이 기대하는 것처럼 변화는 빠를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과 쿠바가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고, 각종 정치․경제․외교적 개선 조치도 잇따르고 있지만, 쿠바 정부의 근본적인 정치적 변화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쿠바의 정치․경제는 물론 인권정책에도 당장 변화의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 스칼라튜 사무총장의 지적인데요. 여전히 대부분 국민이 인터넷은 물론 외부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주민 통제와 인권탄압도 여전합니다.

이런 가운데 쿠바의 사회주의 정치와 경제적 모순을 지적하고,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며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쿠바 국민의 기대는 변화의 첫발을 내디딘 오늘날 쿠바의 모습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희망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Greg Scarlatoiu] 오늘날 쿠바가 북한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거죠. 또 변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권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점진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는데요, 물론 쿠바와 북한이 다른 점이 많지만, 쿠바의 교훈이라면 그것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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