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김정은의 ‘애국애민업적’ 선전
2024.11.12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1월 8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이 세상 제일 위대하신 우리 원수님 이끄시기에 인민의 꿈과 이상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지금은 공화국의 국위가 전례 없이 높아지고 부흥발전의 눈부신 실체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참으로 격동적인 시대이며 이로 인해 인민의 가슴에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높이 모신 끝없는 긍지와 우리의 원대한 이상과 포부에 대한 굳건한 자신심이 더욱 백배해지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수령님과 장군님의 염원대로 우리 나라를 하루 빨리 세상에서 제일 으뜸가는 강국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존함과 더불어 빛나는 내 나라는 제일 강대해야 하고 이 땅의 모든 창조물은 세계에서 으뜸이어야 하며 우리 인민은 세상에서 제일 존엄 높고 행복한 인민으로 되어야 한다는 숭고한 애국애민의 이상과 포부를 지니고 기적의 새 역사를 수놓아 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막강한 힘과 눈부신 번영을 어째 보려고 원수들이 악을 쓰며 발광해도 오히려 가소롭게 여기며 끄떡도 하지 않는 인민의 혁명적 기세는 더욱 고조되고 새로운 기적에로 향한 전진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민심을 왜곡 전파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불과 10여 년 사이에 천지개벽의 새 풍경들이 일어났으며, 남들 같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거창한 창조와 변혁을 이룩하였다”며, 김정은의 ‘애국애민성과’를 집중 선전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걸었던 길에는 “위험천만한 화선 길도 있었고 적들이 도사리고 있는 최대 열점 지역으로 가던 풍랑세찬 바닷길도 있었으며, 적진과의 거리가 수백m 밖에 안 되는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인민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것이 바로 우리 혁명의 숭고한 사명이며,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확고부동한 정치이념이고 혁명신조”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위민헌신으로 일관된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불멸의 혁명영도사를 더듬을 때면 그이께서 즐겨 터놓으시는 심증의 고백이 되새겨진다”며 숭모의 정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북·중 국경에 3중 전기철조망을 부설하고 휴전선에 콘크리트장벽 설치와 지뢰 매설을 감행했으며 3대 사상악법을 제정하여 청년세대를 옥죄고 남북연결도로를 폭파하여 요새화했고 주민이동과 외부교류를 완전 차단하여 북한을 자유와 인권의 불모지, 동토의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구 소련과 중국의 ‘철의 장막’이나 ‘죽의 장막’ 시대로 후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혁명의 진두에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총비서동지가 계시고 그를 높이 모시어 우리의 꿈과 이상은 무조건 반드시 실현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김정은 지도의 무흠결과 절대성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언론이 살아 있는 지도자, 더욱이 현직에 있는 지도자의 지도력과 과업에 대해 논할 때는 사회주의전면적 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고려할 때 공(功)보다는 과(過)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 정상적이며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수령에 대한 평가도 공과 과를 함께 지적해야 합니다. 덩샤오핑은 현대중국을 건설한 마오쩌둥의 긴긴세월 지도와 과업에 대해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처럼 수령에 대해 ‘과’는 전혀 없고 ‘공’만 있는 일방적인 평가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1991년 소련연방해체 당시 레닌과 스탈린의 ‘과’를 평가하며 동상을 끌어 내리고 체제전환을 단행했습니다. 역대 수령 김일성과 김정일 지도에 대한 일방적 평가와 칭송은 오늘날 김정은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체제발전을 가로 막는 최대의 장애요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번 러시아 파병결정과 강행은 최대, 최악의 실책으로 지난 10여 년간 그의 모든 공을 제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진정 위대하신 우리 어버이(김정은)의 소원, 그것은 오직 하나 천만 아들 딸들의 부럼 없는 행복이고 더 좋은 내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의 ‘애민 이미지’ 부각선전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인민의 모든 꿈을 하루 빨리 꽃피우려는 위대한 사랑을 갖고 있고, 인민들과 후대들의 밝은 미래를 펼쳐 주려는 것은 그의 철의 신념과 의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구상과 의도를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어떻게 철저히 관철해 나가는가 하는데 오늘의 진정한 충성과 애국의 열도가 비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김정은만 따라 “충성과 애국의 한길을 가고 갈 억척불변의 신념을 지닌 천만 인민”이라는 말을 적시해 전인민의 강도 높은 충성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더해 “후손만대의 행복을 위해 애국의 하루하루로 찬란한 미래를 앞당기자”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내용에 근거해 볼 때 이번 김정은의 애민 이미지 부각선전은 러시아 파병 소식의 급속한 확산과 가족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에서 ‘‘애민지도자상’을 전면화함으로써 ‘최고존엄’을 보위하는 한편 젊은 병사들과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동요를 차단해보려는 술책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관광지구, 살림집, 지방공장, 평양 거리, 물놀이장, 스키장, 승마구락부, 온천 휴양지 등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일일이 적시하며 칭송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도자가 인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나라발전을 위한 과업수행은 특별히 자랑하거나 추켜세울 만한 일도 아니며 탁월한 영도를 운운하며 숭배할 일은 더욱 아닙니다. 의당 해야 할 책무이고 본분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열거한 각종 성과들은 현장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수고한 근로인민대중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주민들은 춘추의 필봉으로 이들의 공적과 명예를 올곧게 평가하고 높이 세워주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인민대중의 공로에는 말문을 닫고 독재자 치적선전에만 과잉 충성하는 기사를 접하면서 노동신문의 일대각성을 학수고대할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