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 정치철학’ 선전

서울-양성원, 이현웅 yangs@rfa.org
2024.04.09
[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 정치철학’ 선전 지난해 말 개최되었던 연말 전원회의 모습.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 전원회의를 결산하는 5일 차 회의에서 '"인민경제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42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우리 당과 국가의 정치철학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인민을 가장 귀중한 존재로 내세우고 성심으로 받들어 가는 진정한 인민의 당, 참다운 인민의 나라는 오직 위대한 조선노동당,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뿐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정치철학은 철두철미 인민을 위한 정치, 인민대중에게 멸사복무하는 정치라고 밝히고, 이 정치철학에는 인민을 신성히 떠받들고 인민의 요구와 권익을 최우선 절대시할 데 대한 사상이 담겨있는데, 그것은 나라의 근본인 인민보다 더 귀중한 존재는 없으며 인민의 이익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는 확고한 관점을 구현하고 있는 사상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당과 국가는 모든 사업을 인민의 자주적 요구와 권익을 철저히 옹호하고 실현하는데 복종시키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은 ①인민의 이익과 편의를 최우선, 절대시하고 ②인민들이 바라는 것을 당 정책으로, 국책으로 하며 ③인민들의 행복의 웃음소리를 국력평가의 절대적 기준으로 내세우고 ④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를 비롯한 온갖 불건전한 요소와 경향들을 뿌리채 뽑아 버림으로써 인민대중의 권리를 철저히 지키며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자애로운 어버이(김정은)를 높이 모신 우리 당과 국가는 영원히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구현하며 인민과 더불어 승승장구해 나갈 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오직 북한만이 인민의 권익을 위해 멸사복무하는 정치철학을 갖고 있으며, 이 정치철학 실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정치철학의 개념을 사회발전을 가장 곧 바른 길로 인도하는 정치의 원리적 기초를 밝혀주는 철학이라고 규정하고, 정치철학의 인민관과 관련하여 인민은 노동계급의 당과 사회주의국가의 뿌리이고 당과 국가의 존립과 발전은 인민의 안녕과 행복에 의하여 좌우되며 당도 정권도 인민을 위해 존재하고 경제도 문화도 인민들에게 문명하고 행복한 생활을 안겨주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인민을 어떤 존재로 보고 인민에게 어떤 지위와 권리를 부여하는가 하는 것은 정치철학의 기초이며 인민에 대한 올바른 견해와 관점을 떠나 인민을 위한 정치에 대하여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이러한 정치철학을 무색하게 만드는 주체철학이 지배하는 수령독재국가입니다. 주체철학의 핵심은 혁명적 수령관사회정치적 생명체론입니다. 이 두 요소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는 한 이번 기사의 정치철학 선전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정치철학은 인민대중들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주체100년대는 인민을 위한 당과 국가의 멸사복무의 기풍이 어떤 것인가를 훌륭한 결과로써 뚜렷이 입증한 성스러운 여정으로 빛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거짓 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정치철학은 일반적으로 국가와 권력, 정부와 권리, 정의와 자유, 공정과 같은 정치적 개념들을 탐색하고 인민에게 이로운 국가와 정부는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지를 연구하여 바람직한 규범을 제시하는 철학의 한 분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인민을 위한 당과 국가의 멸사복무로 요약되는 북한의 정치철학 개념은 지나치게 협소할 뿐 아니라 현재 시급하게 다루어 할 정치철학 현안을 은폐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북한은 1인독재, 일당독재, 세습독재 국가입니다. 이런 국가가 인민을 위한 국가인지를 먼저 밝혀야 합니다. 당의 충성과 멸사복무는 수령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국가체제와 정치 제도 및 규범도 수령에 대한 우상화와 신격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 10대원칙의 교양과 백두산혁명전적지 답사행군강행, 인민노력착취를 위한 사회주의노동운동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의 당과 국가의 인민을 위한 정치철학 선전입에 발린 사술이며 대 인민 세뇌공작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북한 정치철학이 인민대중의 요구와 이익을 철저히 옹호 실현하는 데 일관되게 맞추어져 있다며 최상의 애민 정치철학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인민을 위함에 일심전력해 나가는 당과 국가의 줄기찬 투쟁에 의하여 국방분야 만이 아니라 경제와 문화의 모든 분야가 동시에 일어서고 수도와 지방이 다같이 변모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힘있게 다그칠 수 있는 강력한 담보가 마련된 조건에서 우리에게 이상사회를 눈앞에 두고 주춤할 권리도, 기다릴 여지도 없다고 다그쳤습니다. 그리고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투쟁의 직접적 담당자들의 역할을 높여 더 많은 물질적 부를 창조하며 인민이 더 큰 행복을 누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런 내용에 근거해 볼 때 전략무기 5대과업 완수에만 몰두하고 있는 북한 통치집단에 대해 증폭되고 있는 인민대중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지방공장건설현장에 인민들의 노동력 동원을 전면화하려는 선전활동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인민을 위함이라면, 인민이 바란다면 그 무엇도 서슴지 않고 천만금도 아낌없이 기울이는 당과 국가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일방적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과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인민대중을 위하는 당이고 국가라면 말과 글로만 외쳐서는 안 됩니다. 벌써 8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인민대중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고 밀가루와 옥수수를 넘겨 받았습니다. 농업생산량도 전년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사자는 발생했고 인민대중들의 먹는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민들에게 약속한 식의주 숙원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인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개혁과 개방이 선행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주장이나 감언이설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감사합니다.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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