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성스러운 혁명대학 '백두산' 답사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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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양성원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12월 8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가자, 성스러운 혁명대학 백두산으로!" 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이 땅에 생을 둔 사람 누구나 영원히 마음 속에 안고 살아야 할 교정이 있는데, 그 교정은 바로 성스러운 혁명대학, 백두산 대학"이라고 적고, "총비서동지의 군마행군 길을 따라 백두산에로의 행군길을 이어가는 답사대원들의 가슴마다 혁명열과 애국열이 끓어 넘친다"고 선동했습니다. 이어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불멸의 혁명역사, 항일혁명선열들의 백절불굴의 정신과 기상이 걸음마다 뜨겁게 어려오는 백두산은 이 세상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혁명대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폭풍에도 굽힘 없는 의지를 주고 신념을 벼려주는 혁명의 전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총비서동지께서 칼바람을 맞으며 장엄한 해돋이를 부감하신 백두산이 우리를 부른다"며, 백두산 답사를 독려했습니다. 특히 "꽃피는 봄날에 백두대지에 오면 백두산의 넋과 기상을 알 수 없고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 보아야 선열들의 강인성, 투쟁성, 혁명성을 알 수 있다"고 적어 유독 한겨울 답사를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의 위대한 정신력의 근본원천인 백두의 혁명정신이 어떻게 마련되었는가를 가르쳐주는 혁명대학 백두산에 오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새롭게 무장하게 되고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며 백두산 답사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살을 에이는 칼바람을 맞으며 백두산에 오르는 눈보라 강행군을 했다며 한겨울 혹한기 백두산 답사를 종용했습니다. 전인민이 김정은을 따라 배우라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기사는 "백두의 칼바람을 직접 맞아 보아야 백두산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으며, 이 땅에 태를 묻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백두의 칼바람 맛을 알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백두의 칼바람은 혁명가들에게는 혁명적 신념을 벼려주고 기적과 승리를 가져다 주는 따스한 바람이지만 혁명의 배신자, 변절자들에게는 철추를 내리는 날카로운 바람이며 백두의 칼바람 맛을 알면 혁명가가 되고 그것을 모르면 배신자가 된다"고 협박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겨울 답사행군대열에서 이탈하는 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통치자 김정은의 말 한마디와 행동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철칙이 되어 인민을 옥죄고 있는 현실은 북한이 미개한 봉건독재국가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개명된 현대국가에서는 모든 일이 법에 의해 계획되고 집행됩니다. 특히 인민의 자유와 행복, 권익을 침해하는 사업은 법적 근거 없이 실행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반인민적 사회통제는 스탈린 시대나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입니다. 한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47도인 백두산의 칼바람은 답사자들에게 살을 에는 고통과 괴로움만 줄 뿐입니다. 백두산 칼바람은 결코 혁명가와 배신자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백두의 혁명전통을 빛내어 가는 길, 영광 넘친 조선혁명의 명맥을 꿋꿋이 지켜가는 길, 성스러운 혁명대학 백두산을 찾는 행군길은 세세연연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백두산답사행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백두산 답사는 1970년대에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는 당과 기관, 기업소의 일꾼들이 특정일을 기념하기 위해 조직되었습니다. 한겨울 혹한의 답사행군은 김정은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2019.2) 실패로 인해 실추된 수령의 권위를 되찾고 이완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그해 12월 백두산군마행군에 나선 이후 강행됐습니다.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한 북한 통치집단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안해낸 것입니다. 백두산답사행군은 주로 실내에서 진행되었던 혁명전통교양을 백두산지구내 김일성과 항일빨찌산들의 전적지를 직접 방문하여 체험하는 방식으로 바꾼 새 형의 혁명전통교양입니다. 혁명전통교양의 목적은 김일성 신격화, 가문 우상화, 수령에 대한 절대충성 세뇌, 백두혈통 권력세습 정당화에 있습니다. 백두산 답사가 세세연연 이어질 경우 북한체제는 1930년대로 회귀하는 역사적 퇴행으로 인해 고사되고 말 것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 바람정신 이것을 안고 살면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고 못해낼 일도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통치집단이 '백두의 칼바람 정신무장'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기사는 백두산 답사행군을 모든 인민이 가야 하는 '혁명대학', '백두산대학'으로 상징화하고 백두산을 '백두산대학 교정'으로 선전하면서, 김정은이 백두산에 올라 "온갖 난관들을 백두산 바람으로 산산이 부셔버리며 조국을 세계가 우러러보는 천하제일강국으로 더 높이 떠 올리실 심원한 뜻을 백두대지에 새기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행성에서 갖은 광풍과 동란이 난무하는 오늘 우리 조국은 과연 무슨 힘으로 오직 사회주의 한 길만을 따라 굴함 없이 멈춤 없이 전진하며 날로 강대해 지는 것인가"라고 자문한 뒤 그것은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이라고 자답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백두의 칼바람정신 무장 강조는 백두혈통에 대한 전인민의 충성과 우상화를 통해 내부결속을 도모하고,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자력갱생방식으로 버텨내 보려는 궁여지책의 하나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백두산대학은 온 나라 인민을 혁명가로 키우는 성스러운 대학교정이며 모든 이상은 오직 백두의 행군길, 이 한길에서만 실현되고 꽃펴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백두산답사행군은 삼지연시에서 출발하여 날조된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김정일 생가 백두산 밀영집, 항일투쟁 사령부 귀틀집, 몇몇 항일빨찌산들의 숙영지와 비밀활동 장소를 방문한 후 백두산 천지에 올라 붉은 기발을 들고 만세를 외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답사행군참여자들은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을 통해 항일빨찌산처럼 수령에게 충성을 다하고 수령의 사상과 의지대로 살아야 한다는 세뇌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항일빨찌산들의 투쟁방식만이 인민대중이 원하는 모든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이번 기사의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양성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