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분쟁 분석’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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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우표발행국에서 발행한 타도제국주의동맹 90주년 기념우표.
북한 국가우표발행국에서 발행한 타도제국주의동맹 90주년 기념우표.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7월 2일자 6면에 수록된 “세계평화를 보장하는 데서 중요한 분쟁문제 해결”이라는 ‘정세론 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국가, 정치세력, 종족, 교파들 사이에 지속되고 있는 분쟁은 “식민주의자들의 침략과 지배의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분쟁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제국주의자들을 비롯한 일부 세력들이 구태의연한 지배주의와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데 있다”고 선전하고 있어, 북한의 국제분쟁을 보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세계의 지성과 국제사회는 수 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1, 2차 세계대전과 과 같은 비극적인 국제분쟁을 겪고 난 후 분쟁의 원인과 과정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극단적인 분쟁 발생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분쟁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지, 관련 기사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은 이번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분쟁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진단에서 지엽적이고 편협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분쟁해결 방법에 대해 강한 불신과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째, 국제분쟁의 원인에 대한 진단인데요. 아프리카 대륙의 종족과 민족들간의 충돌과 국경 분쟁은 과거 ‘식민주의자들의 침략과 지배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식민주의자들이 복잡한 종족 및 민족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분할 선을 그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반도의 분단’을 염두에 둔 이야기로 보여집니다.

둘째,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분쟁의 화근이 제국주의자들의 구태의연한 지배주의와 패권주의 추구라는 불순한 목적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제국주의자들은 분쟁 당사자 한쪽엔 압력을 가하고 다른 한쪽엔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여 분쟁을 격화시킨 다음 ‘분쟁종식과 평화’의 간판을 내걸고 무력간섭과 내정간섭을 통해 이기적인 목적을 실현한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셋째, 분쟁문제 해결방법은 외부세력을 배제하고 당사자들이 주역이 되어 서로 ‘단결하는 원칙’에서 협상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쟁당사자들이 제국주의자들의 분쟁처방을 받아들이는 것은 유해한 일이며, 지금까지 제국주의자들의 꾀임에 넘어가 그들의 처방을 받아들인 나라들은 각양 각색의 세력들이 생겨나 정치적 복잡성이 조성되고 대결이 심화되어 분쟁당사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제국주의자들만 이득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넷째,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해 노력을 다하는 진정한 평화애호국가로서 분쟁문제를 쌍방의 이익에 맞게 당사자들이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분쟁문제 해결 원칙을 강조하였습니다.

오중석: 최근 북한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분쟁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이 지연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이 국제분쟁관련 기사를 내보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올해 들어, 남북교류와 협력과 미국과의 적대관계해소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전제로, 지난 4반세기 동안 추진해온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국제사회에 약속하였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이행방안 협의를 위한 ‘후속회담’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를 위한 후속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는 북한의 입장을 감안해 볼 때, 이번 기사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은 한반도 분단과 전쟁, 그 이후 분쟁의 원인과 분쟁 격화의 동인이 모두 ‘미국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한반도 문제의 모든 ‘좋지 않은’ 속성과 현상은 ‘제국주의 미국’에게 있다는 ‘투영’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의도는 미국과의 후속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힘겨루기에서 ‘도덕적 우위’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협상 목적달성이 어렵거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 하기 위한 ‘사전 포석용 선전활동’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국제분쟁의 원인과 과정, 그 결과 분석을 ‘제국주의자의 이익’이라는 매우 협소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적 결핍이 북한의 한반도 분쟁해결 노력에 미칠 파장과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국제분쟁을 깊이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분쟁의 원인을 단층적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근원적 원인과 중간원인 그리고 촉발원인으로 나누어 다층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분쟁의 상호과정에 대해서도 그 패턴과 종류를 구별하는 심층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분쟁원인은 분쟁 지역과 국가 내에서 세력균형과 정치체제 변화, 민족주의 출현, 해당 국가 전략과 정책, 지도자의 개인적 특성, 테러와 암살 사건,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 넣는 이데올로기, 종교적 박해와 대결 등 매우 다양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또한 인구증가, 기술혁신, 자원 확보,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경쟁 등도 그 원인으로 규명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쟁의 원인을 ‘제국주의의자들의 불순한 이득 추구’ 하나로 환원시키는 것은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분쟁을 방기하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쟁의 당사자해결주의를 강조한 것도 분쟁의 과정에 대한 객관적 탐구를 생략한 빈약한 분석의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제분쟁은 그 성격상 당사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국제분쟁은 유엔이나 국제기구와 같은 제3자의 주선, 조정, 심사, 중재재판과 같은 평화적 방법들을 통해 주로 해결되고 있으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처리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 내용 중 ‘제국주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분쟁해결 처방으로 제시하며 분쟁을 더욱 격화시켰다’는 비난은 미국을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 이데올로기 체계상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과 북한 간 후속 회담의 장애요소로 작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한반도 분쟁의 진정한 해소를 원한다면 분쟁원인에 대한 새삼스런 책임전가나 국제질서를 거부한 채 비현실적인 해결방법만을 주장하는 폐쇄적인 입장과 태도에 갇혀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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