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강국건설에 사상전과 혁명적 사업방식 적용 강요”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10.03
strong_economy_nation_305 지난 4월 조선노동당출판사와 평양미술종합대학에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내놓은 선전화.
연합뉴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9월 28일자 2면에 게재된 “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관철에서 일군들의 기관차적 역할“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북한이 “혁명 전성기를 대번영기”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일군들이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수령님들의 유훈과 당 정책을 강령적 지침”으로 틀어쥐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사상적으로 달라붙어 기관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에게 수행과제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강국과 경제건설이 일선 일군들에게 달려 있다며 이들의 “사생결단식 혁명기질의 발휘”를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표방하는 ‘사회주의강국 건설’은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실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정치사상강국과 군사강국 두 가지는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나머지 경제강국 실현을 두고 일선 일군들의 역할을 특별히 주문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의 군민들은 당의 현명한 영도로 인해 “혁명열과 투쟁열, 애국열”로 끓어 넘치고 있어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조건과 환경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평가하면서, 일선 일군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는 데요. 첫째, 일군들은 ①수령의 유훈과 당(黨) 정책을 대중에게 해설 선전하고, ②이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지휘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③유훈 관철전(貫徹戰)과 당(黨) 정책 옹위전(擁衛戰)에서 사생결단의 정신, 완강한 혁명적 기질을 발휘하여 자기 단위 사업을 박력 있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건설의 성공은 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에 관한 주민들의 이해나 강한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군수경제와 인민경제의 통합과 같은 경제구조 개혁과 대외개방 및 교류협력 활성화에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둘째, 일군들이 ‘기관차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에 대한 사상무장이 철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군들은 “유훈과 당 정책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고 죽으나 사나 무조건 관철하겠다는 투철한 사상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군들은 “닭 알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것과 “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은 혁명과 건설 문제에 전면적인 해답을 주는 백과전서이자 백승의 투쟁전략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상적 각오를 바탕으로 조직정치사업을 심화시켜 집행해 나가면 기적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 경제구조상 정치사상과 신념의 강화는 일부 ‘양적 성장’은 가져올지 몰라도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셋째, 일군들이 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관철에서 기관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혁명전략전술’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심고리’전술을 적용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혁명론’에서 주장되고 있는 ‘중심고리’란 “혁명과정에서 제기되는 많은 문제들 가운데 어느 한 고리만 풀면 다른 고리들이 연이어 풀리게 되는 고리”를 말합니다. 북한은 한국사회 혁명의 ‘중심고리’를 ‘주한미군철수’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혁명에서 주한미군만 철수되면 나머지 혁명과제들인 정권타도나 통일은 저절로 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경제건설에서도 이런 ‘중심고리’를 찾아 난제들을 해결하라는 것인데요. 일선 일군들로서는 주한미군철수투쟁에 나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하면서, 일선 일군들에게 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관철을 위한 ‘사상전과 중심고리전술의 적용’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 정권은 지난 3월 당(黨)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발전 병행노선의 완성’을 선언하고 새로운 노선으로 ‘경제건설노선’을 채택하여 ‘전략노선’을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제시한 경제건설노선은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추진’이라는 애매한 표현에 묻혀, 목표와 실천과제의 구체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원인입니다. ‘인민경제건설’이라든가 ‘인민의 삶 향상’이라는 목표는 그 기준과 비교대상이 없어 하나 마나 한 목표입니다. ‘자급자족실현, 과학기술 향상, 자강력 증대, 생산성 발전’과 같은 과제 역시 구체적인 수치와 계획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추진 방향’을 제기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빈약한 경제논리 공간에 정치사상과 혁명논리가 끼어들게 된 것입니다.

또한 북한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풀지 않고는 경제건설에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전제할 때, 경제건설의 책무를 일선 일군들에게 떠넘김으로써 ‘새로운 전략노선’의 성과부진과 실패에 따른 책임과 부담을 모면해보려는 의도가 개입됐을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경제건설에서 ‘구시대적인 사상전(思想戰)과 혁명적 사업방식의 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경제건설노선이 경제현장에서 실질적인 규정력과 추동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볼 경우, 북한 내부의 정치사상 및 경제 엘리트의 지위와 역할 불균형, 기형적인 기획과 토의 구조, 협소한 의사결정 참여 범위, 즉흥적인 정책결정과 지침하달과 같은 ‘북한 정권의 특수성’이 본 기사 작성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경제강국건설의 ‘중심고리’ 찾고 풀어야 할 책임과 의무는 주민이나 일선 일군이 아니라 최고영도자와 지도층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일선 일군이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의 매일 ‘경제건설’에 매진할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의 문제점과 대내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거나 재건하기 위해서는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일선 일군들이나 주민들에게는 당(黨)이 결정하여 내린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역할만 주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정무원 조차도 당이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 불과합니다. 지도부가 해야 할 책무를 일선 일군들에게 부여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근간인 ‘당-국가 원칙’을 허무는 일로 됩니다. 오랜 세월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온 북한 주민들의 당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야 말로 ‘중심고리를 잘못 짚은 기사’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해외의 ‘주요 관련국’들로부터는 북한의 ‘전략노선 전환’에 대한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의혹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이런 의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중석: 북한 지도부는 ‘사회주의 경제강국건설’실현은 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에 대한 일군들의 ‘사상전과 기관차 역할’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경제개방에 적극 나설 때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