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에 ‘보안법 폐지 용단’ 압박 및 철폐투쟁 선동”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12.12
law_abolishment_b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법 제정 70년에 맞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2일자 6면에 게재된 “파쑈 악법의 철폐는 시대의 요구“라는 정세론 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의 보안법(국가보안법 지칭)이 과거 독재체제를 유지 강화하고 ‘자주 민주 통일’을 방해하며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 막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보안법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한국의 체제수호 실정법인 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 기사는 한국의 보안법을 “자주, 민주,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지향이 높을 때나, 정권위기가 심화될 때마다 부단히 개악 돼왔다”고 모략했습니다. 또한 “남북교류를 방해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전면 부정하는 반통일 악법”이라고도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보안법 철폐는 “시대적 과제”라며 한국정부에 보안법 철폐 용단을 내리라”고 강박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에게는 “보안법의 매장은 당연한 이치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민족사적 요구”라며 강력한 철폐투쟁에 나설 것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왜곡선전과는 달리, 보안법은 수차에 걸친 개정을 통해 체제수호 보루로서 존속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국민들의 법 감정도 북한의 대남전략이 변함 없는 상황에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보안법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해주실 까요?

이현웅: 네. 한국의 안보관련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북한의 대남(對南) 적화 책동이 원인이 되어 탄생했듯이 보안법 역시 북한의 대남적화 방어 수단으로 제정됐습니다. 해방직후 김일성과 박헌영은 미군정의 공산주의활동 불법화로 합법투쟁이 어렵게 되자, 1946년에 ‘신 전술’을 채택하고 대구 여수 순천 등지에서 무장폭동과 비합법 폭력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보안법은 이런 좌익공산주의자들의 북한 연계폭력투쟁을 막기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현재는 과거 국민들로부터 지적 받았던 일부 법조문과 문구들을 명확하게 수정하여 인권침해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백두칭송위원회가 조직돼 북한을 공개 찬양해도 보안법상 검거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정도로 매우 엄격한 조건하에서 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북한이 한국정부에 대놓고 보안법 철폐의 용단을 내리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요. 북한이 70여년 넘게 보안법 철폐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현재의 개정 보완된 보안법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한국 국민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추정은 이번 기사가 보안법 폐지의 이유를 “자주, 민주, 통일운동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서 확인됩니다. ‘자주’는 주한미군철수를, ‘민주’는 보안법폐지를, ‘통일’은 연방제통일을 각각 상징하는 투쟁구호이자 북한의 3대 대남투쟁과제입니다. 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국 내에서 공산주의활동이 합법화되고 제도 정치권에 진출하여 북한과 연방제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정권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대남적화전략이 그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보안법 폐지 이유 중 하나로,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한국은 보안법이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물로 될 것을 우려해 노태우 정부 당시에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남북교류협력을 합법적으로 보장했습니다. 이후 이 법은 광범위하게 수정 보완되고 세부 시행령과 지침까지 마련됐습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명백하게 위협하는 대북접촉과 교류협력이 아닌 이상, 모든 활동을 보안법에 우선하여 적용함으로써 교류협력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혹여 대북활동에서 당국에 신고 없이 북한과 접촉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사후 법정 기간 내에 신고하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한국의 보안법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인명살상으로 이어지는 각종 군사도발 및 적화공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이 시점에서 한국사회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보안법 철폐투쟁을 선동하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한국정부에 대한 압박입니다. 한국정부가 미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기 어렵다면, 북한이 원하는 ‘자구적 조치’라도 확실하게 취하라는 요구입니다. 또 하나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약속이 무산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보안법 탓’으로 돌리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보안법에 대한 태도를 시험해보고, 한국사회의 ‘이념적 풍향’이 어떤지를 확인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해설 기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보안법을 “인권파괴 법”이라고 ‘낙인’ 찍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과거 보안법에 저촉됐던 한국사람들이 고위 직함을 갖고 평양을 방문하고 교류협력을 주도하던 모습들을 직접보고 체험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광경을 보고 놀라는 ‘교류협력일군’들도 많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한 번 정치범으로 수감되면 죽어서 나오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의 시대착오적이며 터무니 없는 보안법 비난은 주민들의 비웃음만 살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한국의 보안법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주민인권을 억압하는 각종 제도를 폐지하는 일에 먼저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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