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에서 온…’ 펴낸 이윤걸 소장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4.03.31
leeyoongul_book_305 ‘통일한국에서 온 선물: 탈북민’ 책 표지.
사진-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제공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올 들어 한반도 통일기반구축 의지를 밝힌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정책과 때를 같이해 통일에 관한 탈북자 13명의 전문적인 견해를 담은 책이 최근 발간됐습니다. ‘통일한국에서 온 선물: 탈북민’이란 제목의 이 책을 펴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의 이윤걸 소장은 책에 기고한 자신의 글에서 통일 준비와 통일 후 남북사회 통합의 원만한 관리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심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긴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 내 엘리트 출신의 탈북자들의 활용이 중대하다고 설파합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이윤걸 소장을 모시고 통일과 탈북자의 역할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봅니다. 이 소장은 북한의 리과대학교 출신으로 김일성 김정일의 장수를 연구하는 청암산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탈북했습니다.
전수일: ‘통일한국에서온 선물’ 책의 인사말에서 이 소장님은 탈북민들이 통일시 남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통일한국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북 통일 전후와 그 과정에서 탈북자 역할의 중요함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

이윤걸 소장
이윤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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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걸 소장: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탈북자를 통일 선봉대의 주역이라고 하지만 그에 상응한 대접을 못받는게 현실입니다. 또 한편 탈북자들이 언젠가는 소중한 자산이고 연결고리를 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탈북자들이 교량자,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왜냐면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 지 실제로 깊게 체험하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탈북자 역할이나 연결고리로서의 중요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통일 전이나 통일 과정, 그리고 통일이 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북한 내부의 기득권층과 지식층이 자유민주주의를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친구나 친척으로서 여기에 있는 탈북자들은 그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고 또 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탈북자 가운데서도 과거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이었던 분들이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통일 기초를 다지는 정책을 펴나가는데 있어서 탈북자를 활용하자는 말씀이군요?

이: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현 체제가 아직 상대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에 암적인 존재로 무력이나 물리적 영향력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체제를 와해하거나 북측의 정보를 우리 사회에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탈북자입니다. 그런 정보가 통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역량이 될 수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무조건 흡수통일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건 그리 쉽지 않다고 봅니다. 탈북자 2만5천 중에도 우리 사회에 동화 정착하는 일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과 환경에서 살아왔던 2천5백만 북한주민을 갑자기 흡수 통일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들에게 왜 자유민주주의가 좋은지를 알려주고 이끌어 주는 일은 한 세대를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런 일을 하는데에 탈북자가 중간에서 돕고 이어주는 고리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서 탈북자가 소중하다는 것이죠.

전: 이 책에는 13인의 탈북자 출신의 전문가들이 문화예술 의료 과학 정치경제 종교사회 군사 안보 등 6개 분야에 관한 경험과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윤걸 대표님이 쓴 통일과 정보전략에 관한 내용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북한 전략정보가 통일에 왜 중요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 북한의 전략정보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략정보는 어떤 사업의 목표를 수행키 위해 일관되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를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그 전략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보, 특히 핵심정보가 필요합니다. 북한의 현 체제를 우리와 통일하고 또 통일 후에는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업 목표를 설정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실제적 내부 상황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만, 우리는 아직 이런 걸 잘 모릅니다. 그건 북한 체제 내부의 돌아가는 상황이 극비리에 이뤄지고 있는 체제적 특수성으로 북한의 권력층, 특히 김씨 친인척 로열패밀리와 최고 기득권 계층의 생각과 의도가 외부에 노출이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체제에선 1인 독재통치의 특성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김씨일가 최고 통치자의 생각과 의도가 실제 당 조직과 사회에 비쳐지 것과 일관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이 80년대 후반 대외적으로는 나진선봉을 개방한다고 했지만 실제 핵심 고위층에게는 만일 북한이 구소련이나 중국처럼 개혁개방하면 순간에 망할 수 있다면서 모기장을 치고 천천히, 내부적인 결속을 강화한 다음에 해야한다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서방세계는 겉으로 말만듣고 북한이 나진선봉을 통해 개혁하려는구나 생각하고는 투자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흐른 지금에도 북한의 개혁개방은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북한 지도부는 북한 내13개 지역과 평양지역을 특수관광지역, 특구로 만들었습니다. 이게 과연 북한 통치부의 실질적인 의도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이런 걸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관한 핵심 전략정보 세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 첫째는 핵심 권력층에 대한 정보이고 둘째는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또 게릴라부대와 사이버전력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암적 존재가 될 위협적 세력에 대한 정보입니다. 우리 한국의 관련 정보기관 즉 국정원이나 정보사령부 등이 대북공작을 통해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셋째로는 통일 후 또는 통일 전인 지금에도 북한이 소유한 전략적인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정보입니다. 북한에는 국제경쟁력이 있는 천연자원들 예를 들어 마그네사이트, 크링카 고순도 탄소 등은 세계의 1, 2위 규모의 매장량이 있습니다. 특히 탄소섬유 공업은 제4세대 산업의 중요한 재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 공업이 많이 진전돼 있고 한국에서 아마 10년-20년 내에 4세대 산업의 시대가 올 겁니다. 원자력공업에서 고순도 탄소는 탄소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밖에도 철과 희토류 광물은 북한이 세계적으로 1, 2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한국인들은 지능지수가 유대인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비록 고립된 상태에서 교육을 한국인보다 많이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지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의 인구 5천만의 절반이 북한에 살고 있습니다. 전문가 교육을 받은 과학자나 기술자들도 결코 이론적으로 뒤지지 않습니다. 이런 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이 북한에 존재한다는 것은 통일 후에 북한을 한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엄청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런 3가지 핵심 전략정보를 우리가 먼저 장악한다면 북한에 관여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선진국들 또 미국 보다 북한의 체제와 사회 또 주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정보 경쟁력을 갖게된다는 것입니다.

전: 이런 핵심적 전략정보 3가지를 확보 조사 분석 관리하는데 탈북민의 역할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탈북자들의 북한 친척 친구들 모두가 이런 고급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을 것 아니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고위층이었던 탈북자들의 북한 친척 중에는 일반인도 있습니다.
여하튼 김정일 사망과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사회 내부는 지난 2년 간 상당히 혼란스런 상황입니다. 북한의 고위층도 내심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이 망할 지도 몰라 뭔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고위층들의 이런 의식을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전: 그와 관련해서는 쓰신 글 중에 ‘북한 엘리트 권력층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인식케해서 그들이 목숨 걸고 아랍권 재스민 혁명처럼 민중 봉기와 혁명의 주도세력이 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요? 아랍권 민중봉기는 엘리트가 아닌 일반 주민들로부터 비롯된 것인 반면에 지금 제안하는 건 핵심권력, 엘리트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이: 그렇습니다. 근래 아랍권 지역의 혁명 배경에는 사회 환경자체가 북한과 비교해 많이 개방돼 있었습니다. 이미 주민들이 자유롭게 핸드폰을 쓸 수 있는 개방사회에서 한 두가지 돌발 사건으로 터진 것으로 봐야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고위층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 내부에 세력화 되고 조직화된 집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전: 자유가 없어서이겠지요?

이: 물론 자유도 없지만 사회적으로 세력화 조직화 되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세력화 조직화 해야하지만 세력화 조직화가 되어 있다해도 북한에서는 밑바탕에서 일어나는 혁명이 아직 일어날 여건이 안 돼있습니다. 주민들이 배를 굶고 먹을 게 없는 상황에서 혁명이 쉽게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배가 어느정도 채워져야 주변도 돌아보고 혁명이란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의 핵심 고위층은 외국에 다니기도 하고 외부에 친지들이 있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바깥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혁명을 할 여지와 능력이 있습니다. 그들이 소시민을 세력화 조직화하는 가운데 우리들은 그들에게 우리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알릴 수 있습니다. 근데 탈북자들은 한국인들보다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하고 그 혜택이 얼마나 큰 지를 훨씬 더 잘 알기 때문에 그걸 북한 내 조직 세력에 알려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탈북민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북한 고위층과의 소통으로 이들이 자유민주주의의 혜택과 의식이 증진하면 북한도 그런 체제로 만들기 위해 김씨 체제, 즉 김정은이나 그 주변 핵심층 일부만 제거해도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이나 남북 간 평화적인 사회 교류, 나아가서 통합을 앞당기는데는 그 어떤 국방산업의 엄청난 투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정부가 바로 이런 점을 노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하긴 어렵겠지만 검증되고 선발된 탈북자들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입니다.

전: 만일 북한 내부 자체의 붕괴 혹은 와해 혹은 급변사태 시에 그 위기관리에 탈북민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붕괴 후 1차적 안정을 중요시할 한국이 북한의 물리적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공개하지는 않아도 그런 것이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합니다. 일부 탈북자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혁명과 변화가 일어났을 때 북한의 핵심 주도세력을 교육해 북한체제나 그 아래 체계를 우리식으로 바꾸는 것은 한국인들 만으로는 절대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교량자 역할을 탈북민이 해야 된다고 보는 겁니다. 교육과 대우 등이 너무 등한시 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원이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 탈북자들이 소외되고 있고 최근에는 탈북자 가운데 10퍼센트 정도가 해외로 떠났습니다.

전: 대북전략정보와 관련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학회나 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비상설적 안보부서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셨는데요.

김: 상설적으로 하기는 여러 여건상 어렵겠지만 이 같은 조직을 통해 탈북자 사회의 핵심 리더십을 만들 수 있고 또 이들을 통해 한국의 통일정책 수립에 이들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정책 방안에 대한 가능성 여부,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와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또 언젠가 북한 체제가 붕괴하거나 통일이 된다면 어차피 이런 역량있는 탈북자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논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현재 북한의 전략정보가 정치 군사적으로만 치우쳐져 있지만 북한의 천연자원이나 인적자원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전문가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습니다. 독일의 통일 때도 그런 문제가 준비돼 있지 않아 새 시스템과 개혁을 위해 정책을 펼 때 손실이 컸습니다. 그런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최근 통일에 관한 탈북자 13명의 전문적인 견해를 담은 책을 펴낸 북한 청암산 연구소 연구원 출신의 탈북학자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을 모시고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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