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76] 브래들리 마틴(Bradley K. Martin)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 객원교수 "북한 변화 위해선 정보유입이 최상"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1.08.02
BradleyKMartin-305.jpg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University of Alaska Fairbanks)의 브래들리 마틴(Bradley K. Martin) 언론학과 객원 교수.
Photo courtesy of Bradley K. Martin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언론인 겸 저술가인 브래들리 마틴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University of Alaska Fairbanks) 언론학과 객원 교수가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대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마틴 씨는 미국의 저명한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를 비롯해 영향력 있는 신문인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볼티모어 선> 지 등에 지난 30년간 몸담으면서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아시아 문제를 집중 취재해온 고참 언론인입니다. 특히 그는 1979년 이래 북한을 여덟 차례나 방문했고, 2004년에는 김일성, 김정일 치하의 북한과 북한 사회를 파헤친 역저인 <어버이 수령의 품 아래서(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를 펴내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온라인 국제언론 매체인 ‘글로벌 포스트’(GlobalPost)에 주기적으로 북한 문제에 관해 기고하고 있습니다.

마틴 씨는 1979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뒤 10년 뒤인 1989년, 그리고 1992년, 2005년, 2006년, 2007년 여러 해에 걸쳐 모두 여덟 번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번 북한을 가본 경험이 있는 만큼 그의 눈에 비친 북한은 그간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마틴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개혁이란 측면에서 보면 1979년이나 지금이나 놀랍게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합니다.

Bradley K. Martin: Well, the changes were very small. The changes that the visitors can are not very, very big...
“글쎄요. 변화는 아주 적었다. 북한 방문객들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란 그다지 많지 않다. 제가 맨 처음 1979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북한 주민들은 완전히 세뇌를 당했던 시절이다. 제가 10년 뒤인 1989년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땐 주민들의 그런 분위기가 다소 덜했다. 당시 만나본 북한 사람들의 반응이 전과는 조금 달랐다. 문제는 이처럼 주민들은 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데 북한이란 국가와 정책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이 정책을 바꾸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1992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경제개혁가로 알려진 김달현 부총리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김 부총리는 나진선봉 특구와 두만강 개발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나중에 철직을 당했다. 김정일이 개혁에 반대하는 군부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대 초 김정일이 모종의 경제개선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을 때도 흥분됐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조치는 일보전진 이보후퇴였다. 북한 당국은 민간 시장경제를 거의 용납하지 않았다. 시장경제가 강해질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제거하는 식이다. 2009년 12월 화폐개혁이 바로 단적인 예다. 북한은 희망적 방향으로 변하는 곳도 아니고, 북한 정권에 대해 희망적 생각을 갖게 하는 곳도 아니다. 북한 정권의 누구도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리라는 징후는 없다.”

마틴 씨는 특히 약 9백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신의 저서 <어버이 수령의 품 아래서>가 2004년 출간될 때만해도 북한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낙관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책 결론 부문에서 북한에 뭔가 개혁의 조짐이 나올 수도 있다며 조심스런 낙관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2006년 이 책의 증보판을 내면서 그런 낙관론은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증보판에서 그는 북한이 아무런 개혁도 못 할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마틴 씨는 “현재 북한 정권이 잘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으며,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할 것이란 희망도 없다”면서 “지금은 완전히 비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북한에선 아무리 김정일 정권에 불만이어도 지금과 같은 독재와 감시 체제 아래에선 불만을 표출할 방법이 없을 만큼 절망적입니다. 특히 아무런 힘도 없고 조직적 저항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주민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마틴 씨는 따라서 변화의 힘은 하층부가 아닌 상층부에 나와야 하며 그럴 때만이 북한도 살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Bradley Martin: There may be some intelligent people inside the regime who...
“북한 정권내부에도 똑똑한 사람이 있다. 그들은 이대로 가다간 북한이 망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에 뭔가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점점 더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은 정권 내부의 누군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정권 내부의 똑똑하고 감이 빠른 사람들은 현재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노선은 잘 못됐으며, 김정일과 김정은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본다.”

현재 김정일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세력은 당과 군대입니다. 하지만 마틴 씨는 바로 이런 핵심 세력 내부에서도 분명 변화를 바라는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들도 자신들과 가족이 살려면 김정일 정권을 지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일이 잘 못되면 공멸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Bradley Martin: That's specially true of the people who're most hated, you know...
“특히 북한 주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보안 기관이 그렇다. 이들은 죽이 되든 밥이 되는 김정일을 붙들어야 산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민간인들이나 군부 인사들 가운데는 아무리 김정일 정권을 붙들고 있어도 정권이 망하면 같이 공멸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북한 정권이 하는 걸 보라. 이들은 진정한 변화를 욕구하는 주민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하는 것이라곤 군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남은 길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 직전까지 가자는 건데 북한정권 내부의 민간인이나 군부 인사들 가운데는 이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확신한다.”

마틴 씨는 현재의 김정일 체제 아래에선 북한이 개혁, 개방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북한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마틴 씨는 별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그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된 까닭은 부친 김정일의 정책에 100% 동의하기 때문”이라면서 “김정은도 아버지처럼 독재적 성격에 수령처럼 행세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이 개혁가로 변신할 것이란 아무런 희망이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서방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아직 젊고 국정 경험이 미숙하며 김정일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승계 받았을 때처럼 확고한 지지 세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김정일 이후 북한에 김정은을 명목상의 지도자로 하는 집단지도체제의 부상을 점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권력 주변에는 북한 군부가 포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마틴 씨는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계층이 보수적인 군부 인사들이라면서 바로 이런 장애 요인 때문이라도 김정은의 운신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설령 김정은이 중국의 등소평처럼 개혁적 인사로 변신하고 싶어도 군부란 장애물을 넘지 않고선 뜻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는 게 마틴 씨의 진단입니다.

Bradley Martin: If he wanted to, he could. I mean he would have to really want to...
“김정은이 원한다면 등소평처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려면 정말 진심으로 원해야 한다. 북한 체제상 군부가 그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야 말로 현행 체제를 고수해야만 최대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집단이다. 북한에선 모든 자원이 군부로 흘러간다. 따라서 북한에서 등소평같은 사람이 등장한다는 건 군자원이 민간 부문으로 흘러간다는 걸 의미한다. 즉 군부로 가는 자원이 줄어든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군부 인사들이 김정은을 통제할 것이고 김정은도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솔직히 김정은이 등소평처럼 나서고 싶어 한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김정은을 개혁가로 생각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그가 어릴 때 스위스의 국제학교에 다녔다지만 그런 걸로 김정은을 개혁가로 생각할 사람은 없다.”

마틴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혁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까닭은 정권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특히 “김정일도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과는 달리 자기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 것”이라면서 “그 때문에 김정일은 자신의 통치유산과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선친이 물려준 체제를 보존하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마틴 씨는 김정일이나 김정은도 북한을 진정한 개혁, 개방의 나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결국 ‘정권 교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북한 위정자들에게 쳐들어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사람들에게 사회변혁의 힘을 심어주려면 결국 정보 유입이 최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외부세계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북한에 들여보내 북한 사람들이 자각하게 되면 분명 언젠가는 북한에도 반정부 ‘거사’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마틴 씨의 지론입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 브래들리 마틴 객원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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