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82] 한반도 전문가 집단 의견① "북한, 중국식 개혁, 개방이 살길"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1.09.20
2011.09.20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과 다음 시간에는 지금까지 본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반도 전문가들이 진단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대안에 관한 견해를 소개해드리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본 기획물은 2008년 1월 첫 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약 80명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관해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그 중에는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 앤드루 나치오스 전 미국국제개발처장 등 전직 관리도 있고 루디거 프랭크 빈대학 교수, 스티븐 해거드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와 서대숙 하와이대 명예교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게오르그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원 한국연구국장, 안드레이 란코프 남한 국민대 교수처럼 학계 인사도 있습니다. 또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피터 헤이즈 노틸러스 연구소 소장, 랄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태평양포럼 소장 등 싱크탱크, 두뇌집단 인사들도 다수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오늘날 직면한 핵심 문제로 경제난과 핵개발, 권력 이양 등 세 가지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 절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하는 대가를 받더라도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무기를 협상용이 아니라 체제보전을 위한 궁극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란 말은 누구보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과 직접 핵협상을 벌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Christopher Hill: : If this were governed by logic, yes, they would give up their...
“북한이 논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응당 핵을 포기할 것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문제에 부닥치고 고립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가장 안 먹히는 게 바로 논리적 요소다. 북한은 현재 핵과 관련한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제가 볼 때 비논리적이다. 즉 북한은 자신들의 생존이 핵무기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 같은 비논리적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힐 전 차관보처럼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는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북한이 항구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쪽에 큰 무게를 두었습니다. 조너던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195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김정일은 결코 비핵화 결단을 못 내릴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전직 행정부 고위 관리 출신인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소장도 “설령 북한이 미국과 대사급 수교를 하더라도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심지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처럼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국제적인 고립을 면할 수 없으며, 북한이 그토록 바라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한반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인데요.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부시 소장의 말입니다.
Richard Bush: It may have come to the mistaken conclusion that the best way to ensure security and the best way to build a strong country...
“북한은 아마도 안전을 가장 잘 확보하고 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핵을 개발하는 것이란 오판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바로 커다란 문제의 원인이다. 핵 때문에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됐고, 북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나라들과도 단절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스스로 만들어놓은 덫에 빠졌다. 북한이 미국을 두려워하는 건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북한은 핵을 가지는 것이 과연 북한의 생존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주고 있다는 점을 깨닫길 바라지만, 그럴 수 있을지 확신이 안 간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1월 출범한 뒤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을 취할 뜻도 있었지만 그 해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지금은 북한이 먼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공식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북한의 또 다른 문제는 개혁, 개방의 거부에 따른 경제난입니다. 워싱턴에 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앤더스 애슬런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들어 공산권이 무너진 뒤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국들이 경제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서구식 시장 경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도 지금의 계획경제를 바꾸지 않으면 결국 망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Dr. Anders Aslund: Well, I think this is an economy that will eventually collapse...
“북한 경제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는 경제다. 아직까지 망하지 않은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북한 경제가 망할 때쯤이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붕괴가 너무 지연됐기 때문이다. 과거 공산국들의 경우를 보면 경제적 왜곡과 고립이 지속되면 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됐다.”
북한도 이처럼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하다 시장경제로 전환해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들을 뒤따라갈 수 있을까요?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봅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처럼 개혁, 개방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 어렵다는 겁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존 에버라드 전 대사의 지적입니다.
Amb. John Everard: The North Korean regime cannot reform. I think we need to be quite...
“북한 정권은 개혁할 수 없다. 이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건 단순히 그런 변화의 압력에 대응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개혁이 어떤 형태가 됐건 이는 주체 혁명의 정당성을 앗아버릴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지배하는 원로들이 배격할 것이다. 개혁은 북한 정권에겐 ‘정치적 자살 행위’와 같다. 생산성도 떨어지고 효율성도 없는 북한이 만일 잘 사는 남한처럼 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될 바에야 훨씬 더 발전한 남한에 통합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북한 정권도 이를 알기 때문에 개혁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윌리엄 앤 매리대학 총장도 비슷한 견해입니다. 그는 북한 정권이 개방, 개혁에 나서는 순간 “권력도 잃고,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중국이나 베트남은 개혁, 개방을 하고도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은 그러지 못할 것을 잘 안다”고 지적했습니다. 루디거 프랭크 비엔나 대학 교수는 “북한에선 경제가 관료화돼있고 행정 조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서구처럼 경제가 분산되지 않고 중앙 집중화돼 있는데 이게 북한 경제문제의 핵심”이라면서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경제개혁을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거부하다 경제난을 자초했고, 그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자 국가배급을 중단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의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2천4백만 북한 인구 가운데 절대다수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과거처럼 국가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장마당과 같은 비공식 경제 부문에 종사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 점에서 장마당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물론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스코트 스나이더 한미정책연구소 소장의 진단입니다.
Scott Snyder: Marketization is the biggest factor for change. It's very clear marketization...
“시장화가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분명 시장화는 큰 요인이다. 북한 정부도 시장화와 연관된 변화 추세를 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아주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커다란 도전 가운데 하나는 어떤 변화가 자신들의 집권을 항구화는 데 필요하고 유용하며, 또 어떤 변화는 정권에 위협이 되는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신분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외부장치를 무척 두려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장마당은 물론 잘 사는 이웃인 남한을 포함한 외부세계의 소식이 북한 사회에 흘러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과 사회도 갈수록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밑바닥에선 감지될 뿐 정권을 쥐고 있는 최상위층에선 보이지 않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지적입니다.
Prof. Andrei Lankov: 북한은 지금 변화고 있지만 이건 자발적인, 자생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그들의 목적은 북한 사회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북 사회를 냉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체제유지이기 때문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 뿐 아니라 측근, 많게는 수만 명의 간부들도 똑같은 문제다. 그래서 그들은 자생적인 변화를 가로막으려 노력하고, 가능하면 아무런 체제가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려 최대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북한은 신봉건주의국가라고 말 할 수 있는데, 왕국인데 이런 세습독재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란코프 교수는 북한 사회에 이처럼 자발적인 변화를 촉발시킨 원인도 따지고 보면 경제난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란코프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 경제가 살려면 중국식 개혁, 개방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내드렸습니다.
우선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 절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하는 대가를 받더라도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무기를 협상용이 아니라 체제보전을 위한 궁극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란 말은 누구보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과 직접 핵협상을 벌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Christopher Hill: : If this were governed by logic, yes, they would give up their...
“북한이 논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응당 핵을 포기할 것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문제에 부닥치고 고립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가장 안 먹히는 게 바로 논리적 요소다. 북한은 현재 핵과 관련한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제가 볼 때 비논리적이다. 즉 북한은 자신들의 생존이 핵무기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 같은 비논리적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힐 전 차관보처럼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는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북한이 항구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쪽에 큰 무게를 두었습니다. 조너던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195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김정일은 결코 비핵화 결단을 못 내릴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전직 행정부 고위 관리 출신인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소장도 “설령 북한이 미국과 대사급 수교를 하더라도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심지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처럼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국제적인 고립을 면할 수 없으며, 북한이 그토록 바라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한반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인데요.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부시 소장의 말입니다.
Richard Bush: It may have come to the mistaken conclusion that the best way to ensure security and the best way to build a strong country...
“북한은 아마도 안전을 가장 잘 확보하고 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핵을 개발하는 것이란 오판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바로 커다란 문제의 원인이다. 핵 때문에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됐고, 북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나라들과도 단절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스스로 만들어놓은 덫에 빠졌다. 북한이 미국을 두려워하는 건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북한은 핵을 가지는 것이 과연 북한의 생존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주고 있다는 점을 깨닫길 바라지만, 그럴 수 있을지 확신이 안 간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1월 출범한 뒤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을 취할 뜻도 있었지만 그 해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지금은 북한이 먼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공식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북한의 또 다른 문제는 개혁, 개방의 거부에 따른 경제난입니다. 워싱턴에 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앤더스 애슬런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들어 공산권이 무너진 뒤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국들이 경제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서구식 시장 경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도 지금의 계획경제를 바꾸지 않으면 결국 망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Dr. Anders Aslund: Well, I think this is an economy that will eventually collapse...
“북한 경제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는 경제다. 아직까지 망하지 않은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북한 경제가 망할 때쯤이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붕괴가 너무 지연됐기 때문이다. 과거 공산국들의 경우를 보면 경제적 왜곡과 고립이 지속되면 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됐다.”
북한도 이처럼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하다 시장경제로 전환해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들을 뒤따라갈 수 있을까요?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봅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처럼 개혁, 개방을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 어렵다는 겁니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존 에버라드 전 대사의 지적입니다.
Amb. John Everard: The North Korean regime cannot reform. I think we need to be quite...
“북한 정권은 개혁할 수 없다. 이 점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건 단순히 그런 변화의 압력에 대응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개혁이 어떤 형태가 됐건 이는 주체 혁명의 정당성을 앗아버릴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지배하는 원로들이 배격할 것이다. 개혁은 북한 정권에겐 ‘정치적 자살 행위’와 같다. 생산성도 떨어지고 효율성도 없는 북한이 만일 잘 사는 남한처럼 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될 바에야 훨씬 더 발전한 남한에 통합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북한 정권도 이를 알기 때문에 개혁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윌리엄 앤 매리대학 총장도 비슷한 견해입니다. 그는 북한 정권이 개방, 개혁에 나서는 순간 “권력도 잃고,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중국이나 베트남은 개혁, 개방을 하고도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자신들은 그러지 못할 것을 잘 안다”고 지적했습니다. 루디거 프랭크 비엔나 대학 교수는 “북한에선 경제가 관료화돼있고 행정 조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서구처럼 경제가 분산되지 않고 중앙 집중화돼 있는데 이게 북한 경제문제의 핵심”이라면서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경제개혁을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거부하다 경제난을 자초했고, 그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자 국가배급을 중단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의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2천4백만 북한 인구 가운데 절대다수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과거처럼 국가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장마당과 같은 비공식 경제 부문에 종사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 점에서 장마당은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는 물론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스코트 스나이더 한미정책연구소 소장의 진단입니다.
Scott Snyder: Marketization is the biggest factor for change. It's very clear marketization...
“시장화가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분명 시장화는 큰 요인이다. 북한 정부도 시장화와 연관된 변화 추세를 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아주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커다란 도전 가운데 하나는 어떤 변화가 자신들의 집권을 항구화는 데 필요하고 유용하며, 또 어떤 변화는 정권에 위협이 되는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신분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외부장치를 무척 두려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장마당은 물론 잘 사는 이웃인 남한을 포함한 외부세계의 소식이 북한 사회에 흘러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과 사회도 갈수록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밑바닥에선 감지될 뿐 정권을 쥐고 있는 최상위층에선 보이지 않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지적입니다.
Prof. Andrei Lankov: 북한은 지금 변화고 있지만 이건 자발적인, 자생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그들의 목적은 북한 사회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북 사회를 냉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체제유지이기 때문이다. 체제가 무너지면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 뿐 아니라 측근, 많게는 수만 명의 간부들도 똑같은 문제다. 그래서 그들은 자생적인 변화를 가로막으려 노력하고, 가능하면 아무런 체제가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려 최대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북한은 신봉건주의국가라고 말 할 수 있는데, 왕국인데 이런 세습독재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란코프 교수는 북한 사회에 이처럼 자발적인 변화를 촉발시킨 원인도 따지고 보면 경제난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란코프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 경제가 살려면 중국식 개혁, 개방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