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내 손녀를 고발합니다

김태희-탈북민
2024.07.22
[여성시대] 내 손녀를 고발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열린 신입생 예비소집에서 예비 초등학생들이 교실을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속상한 마음을 가득 안고 이 자리에 앉았네요. 다름 아닌 집집마다 말썽인 아이들 문제인데요. 그래서 여기에서 하소연이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은 아이들도 핸드폰을 들고 다니다보니 어른이 약간만 눈을 돌려도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런 중에서도 특히 우리집에 있는 손녀딸은 친가에서 열살까지 살다가 외가집으로 오다보니 시골에 사는 친가 집에서 아이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풀어놓고 키웠다는군요.

 

그러다보니 할머니 핸드폰을 가지고 게임도 하고 전화통화도 옆사람까지 다 들리게 큰 소리로 틀어놓고 애들하고 여러명이 단체문자도 하면서 놀았다고 하는데 인성과 예절을 중요시하고 더욱이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것은 금지하는 우리집에 와서는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 입니다.

 

외손녀가 갓 온 4년 전에 손녀딸의 친할머니가 전화를 하면서 요즘 아이들 다루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힘에 부치는 듯합니다. 어린 마음에 외할머니도 친할머니처럼 쉽게 속여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거짓말도 곧잘 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동들을 지켜보다가 당근과 채찍으로 양육과 훈육을 이어가는데 사춘기 나이가 되어 갈 수록 아이들이 우리 머리위에 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손녀딸과 있었던 일을 고발하자면 지난 3월에 개학을 하고나서 중학교 과정이 어렵다고 학원을 보내 달라고 조르기에 학원은 한꺼번에 여러명을 배워주지만 지금 중학교에서 배워주는 과정을 집에서 컴퓨터로 배우고 선생님께 1:1 지도를 받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과목도 다양해서 의논을 하고 선택을 했지요.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씩 학부모와의 상담을 하는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녹취: 그래서 그때 미수강이 있어서 그때도 아파서 이제 많이 못해서 이번주에도 보니까 월요일에 보니까 하나씩은 수강한 건 있는데 거의 수강을 안해서 아직도 많이 아픈 건가 했는데 괜찮은 거죠?

 

억장이 무너졌지만 참고 침착하게 아이에게 사연을 물었는데 숨기네요. 밤 12시까지 공부를 시켰지만 그 다음날에 공부가 또 완성되지 않았네요. 확인을 해보니 컴퓨터는 열어놓고 휴대폰만을 했네요.

 

한국은 아이들의 휴대폰을 부모가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화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부모가 알아야만 관리가 되는 것이죠. 아이가 휴대폰을 얼마나 했으며 어떤 것을 보았고 또 현재 학교에 갔는지, 집에 언제 오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두 확인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서 아이의 휴대폰을 전화통화만 가능하게 하고 모두 잠금 처리를 해버렸죠. 내일 학교에 가면 당장 학교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휴대폰에서 찾아야 하는 과목도 있는데 말이죠.

 

한국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무조건 해결해주다 보니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들이 당연시가 되어버린 것이 너무나도 많은 듯합니다. 물론 다른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구김살 없이 잘 자라주는 것이 어느 부모의 마음이나 다 똑같겠지만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낀다면 그것에 대한 감사도 없을 것이고 또 소중한 것도 모르게 되겠죠.

 

어젯밤 손녀딸이 불 켜놓고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는데 손녀딸이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편히 잠이 올 조부모는 아닌가 봅니다. 함께 밤을 새는데 남편이 “이젠 자라고 할까?” 하는 것을 “냅 둬, 하룻밤을 새면서 공부를 한다고 죽는 법이 없어, 이번에 확실하게 밀린 공부를 다 하기전에 용서 안할거야” 했더니 남편은 아무 말도 못합니다.

 

한국은 사교육이 발전해서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바로 학원으로 갑니다. 학원의 과목은 보통 국어, 영어, 수학이 기본 과목으로 되어 있고 초등학교학생들은 OO공부방 등의 이름을 붙여서 전과목을 다 학습을 시킵니다. 보통 학교에서 한 공부를 다지기도 하고 또 선행학습을 하기도 하는데 학원을 안가면 아이들은 집에서는 공부를 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부모들은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학원공부를 시키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의 학교는 우리가 북한에서 공부를 할 때처럼 숙제도 많이 내지 않습니다. 아마도 북한에서처럼 영어단어 300번, 500번씩 쓰라고 숙제를 냈으면 아이들이 입이 한발 나오고 학부형들도 아이들 인권유린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를 여러 학원을 보낼 만큼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서 지금처럼 온라인 공부를 시키기 전에는 일년씩 피아노 학원을 보내고 또 피아노 학원을 끝내고 미술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미술학원도 보내고 했네요.

 

지금 아이들이 무엇을 잘하고 어느 것이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공부를 집중적으로 해야 할 시기를 피해서 특성화 학원을 보냈는데 지금은 중학생이라 다음 학기부터는 공부에 집중을 해야 할 때 입니다.

 

이때 공부를 잘해야만 고등학교를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내신 점수라는 것을 잘 쌓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춘기 손녀딸을 흉보면서 내 사춘기 시절에 엄마 없이 나를 홀로 키운 아버지 속을 많이도 썩였겠구나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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