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병원도 쇼핑

김태희-탈북민 xallsl@rfa.org
2024.08.05
[여성시대] 병원도 쇼핑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지난 한주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 지도 모르고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많은 식구도 아니고 네 식구가 사는 집인데도 하루가 멀다하게 일도 많고 탈도 많아 여러가지로 복잡한 일들이 생겨납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 엄마의 자리, 아내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자리를 잘 지켜내가야 한다는 마음도 가지게 됩니다.

 

한국에 살면서 많은 일들이 듣고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할 일들이 생깁니다. 다리를 다치고 인자 지팡이를 던지고 겨우 걷기 시작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가 말썽이어서 그 비싸다는 치과에 가서 잇몸에 뼈를 만들어 넣고 자기 이처럼 사기 이를 만드는 대공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원장님이 예전부터 아는 분이라 치료비의 30%를 할인해줬지만 부담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 남한의 병원은 한곳만 가서 진단을 받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군데 이상은 돌아서 상담을 받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먼저 찾아간 치과에서는 상한 앞니와 뿌리가 좀 약한 옆에 이들을 다 뽑고 새로운 이로 갈아야 된다고 합니다. 설명을 들어보고 이게 아닌데 싶어서 다른 병원을 찾아갔더니 상한 앞니 하나만 갈아라고 합니다. 그러면 가격도 3분의 1이 차이가 나지요.

 

중학교를 다니는 손녀딸이 학교에서 치과 검진을 다녀오라는 통지서를 받아서 지정 치과로 갔습니다. 한국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건강검진과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을 의무화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인도 연령대에 맞게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이 있습니다.

 

치과에 갔더니 하얗고 가지런한 손녀딸 이를 보여주면서 x-ray를 찍었는데 겉으로 보이지 않는 속 안에 충치가 생겨서 모두 갈아내고 사기로 때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무려 8곳이나요.

 

멀쩡히 깨끗한 이를 갈아서 다른 것으로 때라는 말에 그만 화가 나서 기분이 별로라고 해놓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네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고 손녀딸도 그렇고 환자를 돈으로만 보는가 싶어서 화가 나기도 했지만 또 나중에 다녀온 치과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지금 가료 중이니 모든 치과를 다 나무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아이 세 넷을 키우면 반 의사가 된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서 많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핸드폰에서 조금만 검색을 하면 자료들이 모두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아직도 병원에서 하는 이야기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픈 경우에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잘해야 병도 빨리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병원에서 요구하는 것을 잘 판단해서 거절하는 방법도 살아가는 지혜 중에 하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북한에서는 감기에 들어도 병원은 고사하고 약도 먹지 못했는데 남한은 지방에 중소병원부터 동네의원까지 병원이 넘쳐납니다.

 

오늘은 남편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에 병원을 또 다녀왔습니다. 출근해야 하는 아침 시간에 맥박이 고르지 못하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급하게 병원을 갔더니 부정맥이라고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수술과 시술은 다른 치료입니다. 수술은 마취를 하고 살을 가르고 제거할 것은 제거하고 붙일 것은 붙이고 나중에 봉합을 하는 것이라면 시술은 칼을 안대고 혈관이나 신경을 약물로 치료하는 것을 말합니다.

 

남편이 해야 하는 시술은 심장에 생긴 문제를 혈관으로 관을 넣어서 들여다보고 레이저를 쏴서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문제인 줄 알았지만 검색을 해보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심장을 건드리는 문제라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병원을 내원해서 식단과 생활환경을 바꾸고 약을 먹게 해달라고 말하고 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아직은 덜 혼나서 그런다고 웃으면서 약을 먼저 먹어보면서 차차 해결해자자고 합니다. 남편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둘이서 우스개소리로 아이고, 오늘은 아주 그냥 의료쇼핑을 했네 하면서 웃었네요. 집에 오면서 골절된 다리 상태를 보려고 병원을 또 들렀거든요.

 

한국은 이렇게 젊어도 아파서 병원을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나이 들어 몸 여기저기 아프신 분들은 병명보다는 물리치료를 받고 점적주사를 맞는 등 피곤한 일과를 떼우기 위해서 다니는 의료쇼핑도 있거든요.

 

일주일 간을 정신없이 병원에서 병원으로 돌아다니다보니 주변에 언니들하고 어떻게 사는지 물어볼 사이도 없었네요. 다행이 언니들이 막내 동생이 힘들어 보인다고 나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맛있는 밥을 사줘서 얻어먹고 들어왔습니다.

 

언니들하고 이야기 하면서 북한에서 살 때에는 가슴통증을 앓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도 왜 아픈지도 모르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갔더니 방안에서 가슴 붙잡고 뒹굴던 친구 어머니, 그렇게 아파도 북한에서는 그냥 가슴앓이라고만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심장에 무리가 생겨도 무엇인지 모르고 가슴 하나로 총칭을 해서 불렀던 그 아픔들이 한국에서는 심전도라는 파장과 3D라는 영상의학으로 심장을 직접 들여다보면서 수술도 하고 시술도 합니다.

 

이렇게 발전된 의학기술에도 내 집식구의 소중한 심장을 누군가의 손에 맡기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워 오늘은 나의 판단과 결정이 틀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를 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군요. 나의 선택으로 그리고 남편의 선택으로 소중한 가정이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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