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정민 xallsl@rfa.org
학창시절을 경험했다면 누구나 책가방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한국 전쟁 직후 보자기에 책을 넣어 둘둘 말아 허리춤에 차는 것으로 대신했던 책가방은 남한과 북한 모두의 추억이기도 합니다.
음악: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엔 꽃이 피지요, 파란색, 빨간색 책가방 꽃이 피었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정다웁게, 아침마다 학교 길에 꽃이 피지요.
아침이 되면 학교에서 공부할 책을 책가방에 챙겨 넣고 등교 길에 나섰던 학창시절. 그 때마다 책가방은 학생을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였습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3월에 있을 개학이나 입학을 앞두고 새 책가방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에서 책가방을 선물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그만큼 책가방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며 동고동락했던 단짝과 같은 존재입니다.
지금 남한에서는 질 좋고 화려한 책가방을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지만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던 시절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누구나 다 보자기 책가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1950년 대 말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남한주부 정선미씨도 보자기 책가방으로 추운 겨울을 보냈던 생각을 떠올립니다.
옛날에는 책가방이 없어서 보자기로 책을 싸서 허리에 두르고, 너무 춥고 교실에 난방장치도 없어서 책 메고 간 보자기로 다리를 묶어서 발을 따뜻하게 하기도 했죠.
보자기 책가방과 함께 1950~60년대 남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쓰리세븐이라는 이름의 가방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남자가방에는 기차나 로봇 그림, 여자가방에는 순정 만화주인공이 그려져 있어 당시에는 아무나 가질 수 없었던 최고의 가방이었다고 서울시민 양운석 씨는 회상합니다.
저희들 학교 다닐 때는 보자기에다가 책을 넣고 돌돌 말아서 책을 넣고 등에 묶고 다녔죠. 쓰리세븐 가방 사 주는 집은 서울에 누가 살거나 부잣집이거나 이런 집 외에는 등에 묶던지 그랬죠. 여자분 같은 경우는 머리에 쓰면 따뜻하잖아요. 남자들은 잘 안 썼죠. 남자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런 거죠.
북한에서도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에는 보자기를 책가방으로 대신했지만 60년 대 들어 천으로 가방을 만들어 메고 다니고 곧이어 손으로 가방을 들고 다녔다고 탈북자들은 회상합니다.
마순희: 옛날에는 천으로 가방을 만들어서 끈을 달아서 메고 다녔거든요. 60년 대 중반부터는 들가방이 생겼어요. 한쪽에는 천이고 한쪽에는 비닐이고 그런 걸로 가방을 만들어서 들고 다녔어요. 80년 때까지만 해도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면 선물 주잖아요. 책가방에 학용품이 딸려 나왔죠.
하지만 남한에 와서 학생들이 갖고 다니는 책가방을 보니 외제 책가방에 색깔도 화려하고, 다양한 무늬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다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많고 바퀴가 달려 쉽게 끌고 다닐 수 있는 것 등 개인의 개성과 기호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은 것에 놀랐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북한에서의 책가방은 단체로 만들어져서 똑같은 모습으로 공급되다 보니까 책가방을 받아서 특별히 좋았던 기억은 없었다고 덧붙입니다.
마순희: 북한에는 모든 것이 다 단체복이어서 학생들도..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가방을 들고 다녀서 남보다 특별하게 들고 다니는 것은 없어요. 그런데 모든 것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니까 특별히 여기처럼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즐거움 같은 것 몰랐어요.
남한에서는 학창시절 책가방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도 많습니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나면 한쪽에 책가방을 던져놓은 채 친구들과 뛰놀다가 때로는 노는 것에 정신 팔려 책가방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하교 길에 친구들과 가위바위보 내기를 해서 책가방 들어주기도 했고, 책가방에 안에 책 대신 몰래 잡지책이나 운동기구 등을 넣어가다가 책가방 검사 때 선생님께 걸려 혼났던 기억도 책가방과 관련된 재미있는 추억입니다.
북한에서도 책가방에 국수나 북어 등 마른 음식을 넣어가던 일 반드시 책가방은 오른손에 들고 열을 맞춰 걸어가야 했던 일 새로 공급받은 책가방이 너무 좋아 먼지가 묻을세라 계속 닦으면서 아끼던 기억은 북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탈북자들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아련한 추억이 됐습니다.
학창시절 학생의 동반자 책가방 한국전쟁직후 어려웠던 시절 책가방을 대신해 보자기에 책을 싸가며 열심히 공부했던 순간을 남한과 북한은 함께 기억합니다.
비록 지금은 남한과 북한의 책가방 문화가 서로 다르지만 학생들이 책가방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은희의 <학창시절>로 남북 문화기행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