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동해안 어민, 중국 어선의 오징어 싹쓸이 조업으로 피해


2005.11.30

중국 어선들이 북한 동해안에서 마구잡이로 오징어잡이를 하는 바람에 남한 어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중국 어선들은 오징어떼가 남쪽으로 내겨가는 길목에서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들어서는 9백 척이 넘는 중국 어선들은 몰려와 남한 어민들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 동해안에서 고기를 잡으려면 북한의 협조가 있어야 할 텐데요.

중국은 작년에 북한과 공동어로 협정을 맺고 2008년까지 5년동안 북한 동해안 수역에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습니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1백에서 3백톤급의 대형 중국어선들이 동해안 북한수역에 몰려들었는데요, 작년에 170여척에서 올해는 9백척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들이 어떻게 남한 어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겁니까?

오징어떼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살다가 가을철이면 알을 낳기 위해 남한 동해안과 남해안까지 모여듭니다. 그래서 남한 동해안에서는 9월에서 12월 사이에 오징어가 제일 많이 잡힙니다. 그런데 중국어선들이 오징어떼가 남쪽으로 가는 길목을 잡고 있어서, 남한 어민들은 오징어 구경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중국 어선들은 주로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오징어를 잡고 있는데요, 여기가 연해주에서 내려오는 오징어들의 길목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중국어선들의 오징어잡이 방법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남한 어선들은 낚시 형태의 채낚기 방식을 쓰는데 비해서 중국 어선들은 두 척의 배가 그물을 끄는 쌍끌이 기선 저인망을 사용하는데요, 이 방법을 쓰면 바다 밑바닥까지 훑을 수 있기 때문에 오징어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남한 어민들의 피해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경상도 울산지역의 경우 2003년까지 9천 톤이 넘던 어획량이 올해는 4천 톤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어민들은 한 번 출어할 때마다 오징어가 5백에서 8백 상자씩 잡혔지만, 지난해부터는 1백 상자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오징어를 잡아봐야 이것저것 경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오징어 잡이를 포기하고 닻을 내린 배들이 동해안 항구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오징어 잡이를 하면서 이런 불황을 겪기는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남한 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까?

남한 정부는 중국과 북한이 합법적으로 협정을 맺어서 생겨난 일이라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북한도 남측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남북 실무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 대책이 나오지 않겠냐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어민들은 정부가 중국, 북한과의 외교문제만 의식하고 어민들의 어려움은 돌보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강원도와 경상도 어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는데요, 다음달 중에는 서울로 올라가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규탄하는 시위를 할 계획입니다. 또 어선 140척을 동원해 해상에서도 시위를 벌일 계획입니다. 남한 정부는 현재 동해 어로 한계선을 북쪽으로 더 올려서 조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오징어잡이 어민들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서해어장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처럼 동해안에도 공동어로구역을 만들면 문제가 풀릴 수 있겠지만, 북한이 이미 중국과 어로협정을 맺은 상태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김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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