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로 얻은 중국 방문

중국-김준호 xallsl@rfa.org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이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렇게 어려운 해외 방문을 했는데도 행동 하나 말 한마디까지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난생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어떤 북한 주민을 중국에 있는 김준호 특파원이 만나봤다고 하는데요, 이 북한 주민의 모습은 자유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요? 중국 연결해 들어봅니다.

<질문>김 특파원이 만나본 북쪽 주민은 연세가 많은 분인가요?

<답변>금년에 62세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나이보다는 많이 더 들어 보였습니다. 중국에 살고 있는 두 형님들을 만나보려고 중국에 왔는데 그분의 큰 형님은 그 사람 보다도 5살이나 위였는데 그 형님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보여서 3형제 중에 그분이 제일 큰 형으로 착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질문>그분은 중국에 살고 있는 형님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일 텐데요, 중국에 있는 친척들이 초청을 하면, 그래도 중국 방문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가 봐요?

<답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루 말할 수가 없이 어렵습니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이분의 경우도 중국에서 수없이 많은 초청을 했는데 그 동안 중국 방문이 허락되지 않다가 이번에 가까스로 허가를 받고 중국에 온 경우인데 중국에 오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질문>어떤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던가요?

<답변>우선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 군 보위부의 외사과에 초청장을 첨부해 해외여행 허가 신청을 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중국 방문을 만류하며 접수조차 잘 안해 주려고 한답니다. 설사 접수를 해도 상급부서에 이송하여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미적거리고 한데요. 이 때 뇌물이 들어가야 한답니다. 그리고 나면 도 보위부 출입국 사업부로 서류가 넘어가는데 또 여기서도 시간을 끈데요. 답답해서 처음 신청한 군 보위부에 가서 물어보면 또 뇌물을 요구하는 암시를 또 보낸데요. 이렇게 여러번 뇌물을 쓰고 나서야 중앙에서 비준이 나면 여권이 나오는데, 여기까지의 처리기간이 빠르면 몇 달이 걸리고 아니면 대부분이 불허된다고 합니다. 여권이 나오면 중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일단 중국 방문 준비가 거의 된 셈입니다.

<질문>거의 된 셈 이라니오? 비자를 발급받고도 준비할 게 또 있다는 말씀인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국경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몇 배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 출국 심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또 뇌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질문>그분은 그렇게 어렵게 중국에 온 건데, 요즘 형제들과 지내는 시간이 즐거우시겠네요?

<답변>당연히 맛있는 외식도 하고, 관광도 하고, 쇼핑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대부분의 시간을 형님 집안에서 보내고 있어요. 저도 아주 어렵게 만났습니다. 저하고 그 형님하고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사이니까 형님이 소개를 해서 만날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집에만 있느냐고 물어 보았지요.

그랬더니 해외 여행을 하기 전에 15일 동안 별도의 교양(교육)을 받는데, 교육내용이 쓸데없는 사람 만나지마라. 특히 남조선 사람 절대로 만나지마라. 공화국에 대한 얘기 절대 하지마라. 이런 교육을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교육을 받고 나온데요. 그래서 만약 내가 나돌아 다니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중국에 와 있는 보위부요원들 눈에 띄기라도 하면 자기는 조국에 가서 아주 곤란을 겪게 된다면서 그저 조용히 있다 가겠다고 해요. 제가 식사 한번 모시겠다고 했더니 큰일 날 일이라며 극구 사양을 합니다. 그런데 이분이 귀국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에요.

<질문>북한에 가면 힘든 생활을 다시 하게 되니까 그런 건가요?

<답변>물론 그런 걱정도 있겠지만 진짜 걱정은 따로 있었습니다. 여권을 만들어준 간부들과 통행증을 해준 간부들이 과제를 많이 주었는데 그게 걱정이랍니다. 어떤 사람은 “동무 ,올 때 전기면도기 하나만 사다 주기요” 어떤 사람은 “이번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됐는데 우리 딸아이한테 어울리는 옷 하나만 부탁합시다“. 등등 이런 과제를 많이 부여 받았는데 큰일이라며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질문>돈을 주면서 심부름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나 보죠?

<답변>그게 아니라 그냥 뇌물로 요구한다는 겁니다. 만약 그들의 요구를 거부했을 경우 그들로부터 시달림을 생각하면 안들어 줄 수가 없다고 하면서 걱정이 태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