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납치문제 해결 전, 북의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어려워

미국 국무부가 27일 발표한 연례 세계 테러보고서에 북한이 또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올랐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와 재미동포 김동식 목사의 신변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Larry Niksch) 박사가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지난 1987년 남한의 대한항공 폭파사건 이후 그 이듬해로부터 매년 미국 국무부가 지정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고 있는 북한은 올해로 18년째 테러지원국으로서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27일 발표한 이번 테러보고서에는 북한을 비롯해 이란, 쿠바,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6개국이 재 지정되었습니다. 지난해까지 이에 포함돼 있던 이라크는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이날 테러보고서를 발표하는 정례기자회견에서 국무부의 필립 젤리코프 (Philip Zelikow) 법률담당관 (Counselor of State Department)은 특히 북한, 쿠바, 시리아, 그리고 이란은 계속해서 테러리즘을 국가정책의 한 방편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이들 국가들이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와 기타 기술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염려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전,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어려울 것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자국의 핵을 동결하는 대가중 하나로 미국 측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이 만족할 만한 정도로 일본인 납치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arry Niksch: I don't think the United States is going to de-list North Korea until Japan is satisfied that the kidnapping issue has been fully resolved.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처음으로 명기해, 납치문제를 테러문제의 하나로 본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었습니다. 올해 보고서에도 역시 북한에 대한 부문에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거론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일본에 돌려보낸 피랍 일본인 유골의 진위를 둘러싼 북한과 일본 간의 논란과 관련해, “일본에서 유전자 검사결과, 북한이 주장하는 피랍 일본인의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면서 “이 문제는 2004년 말까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2003년 생존 피랍자 5명의 일본 귀환을 허용했으며, 2004년엔 피랍자 가족구성원 8명의 송환을 허용한 사실을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영주권자 김동식 목사 납치 사례, 보고서에 언급 안 된 것 이해할 수 없어

그러나 닉쉬 박사는 국무부가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이 1987년 이래 테러행위를 지원한 사례가 알려진 게 없다”고 결론지은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북한은 이미 2000년 중국에서 북한요원들을 시켜 미국 영주권자인 김동식목사를 납치했으며, 이는 미국의 이해 (interests)와도 직접적으로 맞물린 사안인데도 보고서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Larry Niksch: The question that I have is why hasn't his case been discussed in this 2004 report.

닉쉬 박사는 지난 2월 미국 일리노이 주 출신 상하 양원 의원 20명이 김동식 목사의 신변에 관한 완전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를 통해 북한당국에 보낸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미국 의원들은 그 서한에서 “2000년에 납치된 김 목사의 행방에 대해 가족에게 완전한 설명을 해 줄때까지 미국의 테러지원국가 명단에서 북한이 삭제되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볼 때 국무부가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이 1987년 이래 테러행위를 지원한 사례가 알려진 게 없다고 한 부분은 김 목사 사례와는 상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Larry Niksch: His case contradicts this statement that North Korea is not known to have sponsored any terrorist acts since 1987.

한편, 북한은 이번에 테러 지원국으로 다시 지정됨에 따라 무기 판매, 무역, 경제지원 등에서 미국의 제재를 계속 받게 됐습니다. 미국은 테러 지원국에 대해 무기의 판매나 수출, 국제기관으로부터 금융지원 등 분야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장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