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자 남한행과 미국행 놓고 논쟁

최근 중국에서 숨어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미국의 북한인권법 채택이후 미국으로의 망명과 남한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중국 내 탈북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름간 동북3성과 중국 남방 쪽을 방문하고 돌아간 남한의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탈북자출신 박상학 대표는 최근 남한정부의 바뀐 탈북자 정책과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의 이야기를 이진서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 상황은 여전히 어려운가?

박상학: 탈북자들이 중국에 정착하기가 엄청 힘들거든요. 동북지방에서 탈북자 한사람 개인 집에 숨겨주면 중국 돈으로 5천원 벌금이고 식당이나 회사에서 일을 시키면 만원씩 벌금을 시킵니다. 그리고 고발을 하면 3천원씩 줍니다. 특히 연길 쪽에 보니까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탈북자들을 집에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두만강, 압록강 같은 국경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더 위험하니까 남쪽으로 내려왔어요.

탈북자들은 어디서 많이 볼 수 있었는가?

박: 이번에 천진에 오래 있었는데 예전에는 탈북자들을 보기가 힘들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천진이나 대련, 위해, 청도 이쪽에 탈북자들이 엄청 많거든요. 중국에 유명한 해양도시고, 산업지대입니다. 이쪽에 엄청 나와 있더라고요. 공안으로부터의 검거를 피하기 위해서죠. 남쪽은 중국 사람도 많고 괜찮거든요. 탈북자들을 심하게 잡지 않으니까. 동북3성, 특히 연변 조선족자치주가 탈북자들을 제일 많이 잡는 곳이거든요.

조선족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니고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는 남방 쪽으로 탈북자들이 이동을 하는 이유는 뭔가?

박: 말이 통한다고 해서 더 적응하기가 편한 것은 아닙니다. 남방에 있어서 유리한 것은 천진, 위해, 청도 이쪽에 남한 기업이 많이 들어왔어요. 한국 사람들도 많이 들어와 있고. 중국말을 잘 못하면 한국에서 왔다고 거짓말을 하거든요. 저도 그런 사람을 식당에서 어렵지 않게 만났는데 남한 사람이 아니고 북에서 온 탈북자라고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래쪽에 내려와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고요.

남한 기업이나 업체가 탈북자인줄 알면서도 고용을 한단 말인가?

박: 그렇죠. 일하는 사람들 많아요. 알고도 쓰고 모르고 쓰는 경우도 있겠죠. 연변에서 왔다, 흑룡강에서 왔다... 제 생각에는 알고 쓰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이 남한 내 사정에서 어느 정도 알고 있던가?

박: 오래된 분일 수록 더 잘 알고 있죠. 스카이라이프라든가 한국 쪽의 방송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 알고 있는 사람도 많고, 지금 동북 탈북자들 속에서는 대한민국이 탈북자들을 받지 않는다고 이렇게 소문도 나있습니다. 심지어 북한 하고 사이가 좋아지면서 정책적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탈북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저한테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탈북 브로커 즉, 탈북자 중개인들의 중국 내 활동은 어떤가?

박: 브로커 분들이 일하는 것이 더 힘들어 졌습니다. 겨울철이 더 어렵습니다. 몽골 쪽은 너무 추워서 못가고, 동남쪽 라인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이쪽에서 아주 긴장해 있거든요. 북한이 국교 관계도 단절 시킨다면서 외교력을 총 집중 한 것 같습니다.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아는데 이번 방문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어떤 것인가?

박: 이번에 가보니까 중국에 와 있는 탈북자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해서도 냉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고 미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거죠. 한국에서 정착금도 줄이고, 탈북자를 잘 받지 않는다는데 차라리 미국에 가는 것이 낫지 않는가 하고 이런 쪽으로 계속 얘기 하거든요.

이제는 조금 정착해서 남방 쪽으로 나와 있는 사람들은 한국 가느냐, 미국 가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많이 저울질 하고 있고, 무작정 남한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줄었다는 거죠. 아마 작년까지만 해도 10명중 9명은 남한으로 오려고 했겠죠. 그런데 지금은 미국 쪽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옮겨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