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작년 무역규모 1991년 이후 최고치

지난해 북한의 무역총액이 30억 달러를 돌파해 199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절반에 달해 중국에 대한 심한 의존현상을 나타냈습니다.

남한의 코트라, 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총액은 2004년보다 5% 증가한 3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남북한 교역액까지 합하면 40억 달러가 넘습니다. 지난 90년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가 42억 달러였음을 감안할 때, 90년대 초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정철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 교역규모의 변화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이정철: 적어도 90년대에 북한이 처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의 경제적인 궁핍 상황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았느냐, 이렇게 추정할 수 있는 근거로는 될 수 있죠.

북한의 무역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수출이 크게 줄고 수입이 늘어 무역적자가 1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북한의 무역적자는 2004년에 비해 20% 넘게 증가했습니다. 수출이 감소한 이유는 주요 수출상품인 어패류의 값이 뚝 떨어져 수출액이 절반이하로 줄었고,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로 일본에 수출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수입이 증가한 이유는 중국으로부터 원유와 식량 수입이 크게 늘고 중국의 대북 투자 증가에 따라 기계류가 북한에 많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화됐다는 겁니다. 중국과의 교역규모는 1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전체 교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이상으로 늘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그 이유를 북한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식량과 에너지를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을 꼽았습니다. 또 최근 몇 년간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 투자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이정철 박사는 중국과 북한간의 교역규모가 수치상으로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정철: 북중교역의 15억 달러 안에는 남북교역이 우회한 금액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의 보세무역구를 통해서 한국으로 바로 들어오는 이 액수가 북중무역으로 잡혀 있거든요.

남북교역액은 지난해 1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의 총 무역규모에서 남북교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4분의 1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