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음력설을 맞아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던 가족들이 모두 고향집을 찾아가는 남한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몇몇 탈북자들은 북한의 고향으로 갈수는 없지만 육안으로 고향땅이 보이는 통일전망대를 찾았습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지난 98년 혼자 탈북해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유상준 씨는 벌써 몇 해째 명절 때가 되면 동료들과 통일전망대를 찾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유상준: 얼마 멀지 않은 거리 아닙니까, 소리쳐도 들릴 것 같은 거리인데...안타까운 맘뿐입니다. 북과 가까운 거리가 460미터라고 표기 돼 있고, 먼 거리가 3.2킬로미터라고 표기가 돼있는데 그것을 우리가 건너질 못하고...다른 분들은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 지역을 방문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갈수도 없잖습니까. 정부에서 허락도 안 해주고, 하도 살기 바쁘니까 그곳을 떠났지만 우리가 분명하게 낳아서 자란 곳 아닙니까. 혈육도 있고, 찹찹한 마음뿐입니다.
탈북자 유상준 씨의 경우는 지난 2001년 조선족에게 맡겨 뒀던 아들 철민이를 남한으로 데려오다가 몽골 사막에서 사고를 당해 아들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야 하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뒤 아들 철민이의 추모식을 바로 이 통일전망대에서 갖고 울분을 토해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남한의 탈북자 정착교육 시설인 하나원을 졸업한 함경북도 출신의 올해 마흔 살 된 탈북여성 이경순 씨는 남한에서 처음 맞이하는 설을 맞아 통일전망대를 찾았습니다.
이경순: 북한을 앞에다 두고 보니까 감회가 좀 별나군요. 북한에 두고 온 자식생각 부모님 생각... 마음이 대단히 산란합니다. 그들도 같이 이 좋은 세상에서 함께 이날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지금 굶고 있지는 않은지, 벗고 있지는 않는지 마음이 무척 쓸쓸합니다.
이경순 씨와 하나원을 같은 시기에 졸업하고 남한 생활을 시작한 올해 서른 네 살의 탈북여성 김민정 씨도 명절이 되니 북한에 두고 온 가족생각이 더욱 심하게 난다며 특히 통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니 마음이 아리다고 말합니다.
김민정: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눈앞에 고향을 두고 가지 못하니까 이렇게 보니까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 가고 싶은데 언제 가보겠는지... 집에 있을 때는 설을 어떻게 쇨까 그런 생각으로 그저 쓸쓸하다 그랬는데 전망대까지 와보니까 그런 마음이 더 강하게 납니다. 이런 마음은 탈북자분들이 다 그렇겠죠.
김민정 씨는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남한 생활을 할 것이라고 마음도 다잡아봅니다.
김민정: 하나원을 나오기 전까지는 정말 열심히 살아서 여기 사람들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서 어떻게 하면 고향의 부모를 도와줄까 했는데 정작 나와 보니까 막막하기만 하고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잘되겠죠.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한인 장천호 씨는 우연하게 탈북자들을 알게 된 뒤 탈북자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면서 이날도 자신의 차로 이들 탈북자 3명을 통일 전망대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장천호: 저는 직장인이고요. 탈북자들에게 관심이 있다 보니까 알게 된 사람들하고 또 이번에 하나원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 있어서 명절 때 어디 갈만한데도 없고 해서 같이 가자고 내가 얘기를 꺼내서 같이 왔습니다.
한편 남한에서는 6년전 까지만 해도 양력설을 ?습니다. 하지만 89년부터는 음력1월1일을 전후한 사흘을 정식 공휴일로 정하게 되면서부터 남한에서는 다시 음력설을 많이들 쇠게 됐습니다. 이 기간 중에는 객지에 살던 일가친척들이 고향으로 모여들어 대표적인 설음식인 떡국을 먹고, 어른에게 세배를 하며, 조상님께는 차례를 올립니다.
이진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