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철도회사가 북한으로 철도를 연결해 러시아산 원유를 북한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이 회사 대외관계 부서 관계자는 철도 연결의 주목적은 원유수송이 아니라 화물과 승객 수송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5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특별히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어느 나라라도 북한과 협력사업을 할 때는 그것이 과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도울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나쁜 행동’(bad behavior)을 더욱 부추길 것인지에 대해 반드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당시 청문회에서 만약 자신이 차관보로 인준되면 러시아가 북한과 어떤 사업을 더 진행할 수 있을 지를 매우 주의 깊게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러시아가 북한과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지는 밝히지 않았던 바 있습니다. 이는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남한과 러시아 등의 경제협력과 관련해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들어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AP통신과 AFP통신은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과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하바로프스키(Khabarovsk)를 방문한 러시아 국영철도의 게나디 파데예프(Gennady Fadeyev) 사장이 러시아의 철도를 북한에 연결해 열차로 원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북한에서 이 원유를 정제하는 사업이 러시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구상되고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파데예프 사장은 러시아 연해주의 하산(Khassan)에서 북한의 항구도시 나진까지 러시아 철도를 연결해 나진 부근의 정유공장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하는 사업에 대해 러시아 투자자들은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2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데예프 사장은 러시아 기업들이 하산과 나진을 잇는 북한 내 45 킬로미터의 철로를 건설할 수 있는 재정적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 철도의 기본 궤간의 철로가 러시아가 건설하는 북한 나진 주변 원유 정제소까지 건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들과 관련해 러시아 국영철도 대외관계 부서의 한 관계자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과의 철도 연결사업 구상은 여러 단계가 필요한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면서도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북한 철도의 연결 가능성(feasibility)은 이미 타진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산과 나진을 잇는 철도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러시아와의 철도 연결은 화물과 승객을 수송하기 위한 것이지 원유를 수송할 목적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러시아 모스크바에 주재하고 있는 남한의 대한무역진흥공사 (KOTRA)의 이금하 기획 차장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북한과의 철도 연결과 관련한 러시아 언론 보도들이 종종 나오곤 있지만 그 실체가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철도와 원유 수송 문제는 지속적으로 중요한 사람들이 발표를 하곤 했는데 문제점은 실질적으로 뚜껑을 열어보면 실제적인 협의는 돼 있지 않은 상황이고 일단은 먼저 그냥 알려지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이 차장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서도 정확한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장의 개인적 생각이 확대 해석됐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직 명쾌하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또한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남한 대사관에 나와 있는 한 관계자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대북 원유 수송과 가스 배관의 북한 연결 문제는 특히 북한 핵문제 등 정치적인 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종착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배관을 깔 수도 있다. 하지만 특히 북한은 정치적인 부분이 있어 상황을 모두 종합해 타당성이 있다고 봤을 때 건설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러시아 당국의 폐쇄성으로 인해 러시아 국영사업과 관련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