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예선 북-일전 제3국에서 무관중으로

6월 8일 북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한과 일본과의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이 결국 제3국에서 관중 없이 치러지게 됐습니다. FIFA, 즉 국제축구연맹은 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장균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드디어 국제축구연맹이 징계결정을 내렸는데요, 징계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이장균 기자: 국제축구연맹은 지난달 30일 북한과 이란전에서 일부관중들이 경기결과에 불만을 품고 물건을 경기장에 집어 던지고, 경기장 밖에서 이란 선수단을 태운 버스를 둘러싸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데 대해 그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은 이날 인터넷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29일 마르셀 마티어 위원장의 주재로 징계여부를 논의한 결과 6월 8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한과 일본과의 경기를 중립지역에서 관중 없이 개최하도록 결론을 내렸다면서 개최장소는 조만간 결정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은 또 북한축구협회에 2만 스위스프랑, 미화로 만6천여 달러의 벌금을 물도록 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의 규칙에는 징계조치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있지 않습니까?

이: 그렇습니다. 축구연맹 규정에는 징계결정이 내린 직후부터 3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한 내에 항소할 수 없는 불가피한 이유가 첨부될 때에는 이의제기 시한이 추가로 7일 연장됩니다. 한편 이번에 북한과 같이 징계를 받은 이란은 이의제기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에 대한 징계조치는 지난달 26일 테헤란에서 일본과의 안방경기 뒤에 출구로 한꺼번에 관중이 몰리면서 5명이 압사하는 사고를 낸 때문인데요, 국제축구연맹은 이란에 대해 오는 6월 3일 북한과의 경기를 5만명 이하의 관중만 놓고 경기를 치루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와 함께 이란축구협회에 3만 스위스프랑, 미화 2만4천 달러 벌금 조치를 내렸습니다.

북한이 이의 신청을 할 것인지 아직 입장 표명은 없는데요, 북한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많죠?

이: 그렇습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가 문제가 된 지난달 북한과 이란 예선전 당시 북한 관중의 격렬한 항의를 ‘소요, 소동’으로 표현한데 대해 근거가 없는 날조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29일 북한의 체육신문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최근호가 그같이 표현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심판의 편파 판정에 대해 관중들이 앉은 자리에서 항의하고 그들 중 몇 명이 흥분한 나머지 몇 개의 사이다병과 의자를 관람석으로 던진 것이 소요이고 소동이란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명백히 경기에 지장을 준적이 없고 상대측 선수나 주심의 신변안전에 지장을 준 것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은 또 경기장 밖에서 군중들이 모여서 있는 것이 심판원이나 상대측 선수들에게 행패를 가하기 위한 행동인 것처럼 묘사했는데 이것은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아깝게 패한 선수들을 고무하기 위해서였지 누구에게 행패를 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평양에서 경기를 가지려던 계획이 무산된 일본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 이날 일본 언론은 이번 결정이 충격적인 처분이라고 전하면서 가와부치 사부로 일본축구협회장이 제3국 또는 무관중 경기를 제안했지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징계내용에 포함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국제축구연맹이 관중난동에 대한 북한 측의 해명을 청취한 뒤 중징계를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마이니치신문은 제3국 개최지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국제축구연맹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NHK 방송은 6월 8일 경기일정 자체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